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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MAY 저장소 Jan 23. 2019

유라인의 탄생 2

캐릭터 소개 2

그렇다 그 '짜이'다.

초보 사장이 신나게 직원들과 삽질을 하고 있었지만 퀄리티는 좋았던 터라 업무는 계속 늘었고 야근은 계속되었다. 살려면 직원을 늘려야겠다고 생각한 나는 지인에게 소개받기도 하고 예전에 같이 일하던 친구들에게 러브콜을 보내기도 하며 사람을 뽑으려고 노력했는데 여기저기 뒤지던 이력서들 사이에서 까만 바탕에 하얀색 글씨가 있는 이력서에 눈이 갔다.

그때 우리 회사는 잉크젯 프린터기를 사용하였는데 이력서를 출력할 때 굳이 포토샾에서 열어 반전시켜 출력을 했었어야 하는 불편함을 감수했던 이유는 그녀의 특기였다.

특기 : 음주가무


오호라. 나랑 같은데?라는 생각에 얼른 채용했다. 말도 또박또박 잘하고 의견을 내세울 줄도 알았으며 일해야겠다는 생각이 절실하였기 때문에 한창 커나가는 회사를 같이 만들 수 있을 것 같았다.. 그런데 하... (왜 자꾸 하나에 꽂혀서 사람을 뽑지.. 난.. 유라인의 탄생 1 참고) 나랑 캐릭터가 너무 겹친다. 아니다 나보다 더하다.. 지금 얼마를 벌든 사고 싶은 건 '사고' 하고 싶은 건 '하고'(해야 하고 가 아님) 뭐 조금 다른 점은 나보다 걱정을 좀 하는 거? 어떻게 보면 버릇없고 어떻게 보면 귀엽고 그 사이를 외줄 타기 하듯 왔다 갔다 하던 짜이를 어떻게 사회인으로 만들지?? 어쩌지.. 하.. 왜 그렇게 선배들이 나랑 얘기하면서 한숨 쉬었는지 단번에 이해했다. 그런데 그 선배들은 나한테 어떻게 했더라?

결론부터 얘기하면 짜이를 컨트롤한 건 의외로 협.


난 여자한테 약하다. 아니 어렵다. 그렇게 생각하는 이유 중 가장 대표적인 건 일단 동의해줘야 하는 대화. 속으로 난 그렇게 생각하지 않는데?라고 생각해도 입으론 '어머 진짜 힘들겠다. 어떡하니 힘들어서..'라고 동의해줘야 하는 관계에서 발생하는 스트레스. 마음을 잘 숨기지 못하는 체질인데 노력하는 그 관계가 사실 어려웠다. 그래서 짜이와 친해지기 전 그 아이도 여자이니 그런 대화를 해야겠다고 지레 짐작만 하고 어려워했던 거다. 실제로도 나랑 친한 여자들은 다들 남성향이 강하다. (물론, 여성향 남성향이라고 규정하는 게 시대착오적 테마일 수 있으나 주체적, 의존적이라 하기도 애매하니 넘어가 주자) 그 무렵 우리는 정신을 놓을 때까지 놀곤 했었는데 술기운을 빌어 슬쩍 협이 얘기했다. 너무 비슷해서 질투하시냐고. (하하하하 너무 정곡을 찔렀잖아!!) 기실 짜이의 장점은 아이디어다. 톡톡 튀는 아이디어도 원하면서 컨트롤하길 원했으니, 화려하지만 심플한 디자인을 해주세요와 뭐가 다른가.


메이, 협, 짜이 이렇게 셋이서 장기간 파견을 갔을 때 근무조건은 최악이었다. 그 회사는 그런 큰 프로젝트를 해본 경험이 없으며 인력도 부족하며 리더도 없었다. 계약된 인원을 채우기 위해 급하게 채용하였으며 면접 본 당일부터 일을 시키기도 하였다. 더해서 대표의 아집은 기획리더들과 항상 부딪쳤고 급기야 팀장들 단체 퇴사까지 이어졌다. 때문에 대표가 직접 전체 PM을 했고 디자인 외주로 파견 간 내가 어쩌다 기획 리딩을 할 수밖에 없었다.(그때 기획자들이 그렇게 울었다. 왜 그렇게 못 잡아먹어서 안달인지 모르겠고, 또 너무 힘들어하는 직원들 사이에서 '아니야 대표의 말은 이거야 이렇게만 해오면 돼'라고 위로했던걸 들켜버려서.. 그래도 그 프로젝트를 끝까지 잘 마무리했으니 우리 모두 칭찬하자!!) 

보통 다른 회사에 파견을 가게 되면 외롭고 그 와중에 리더도 다른 팀에 뺏겼으니 타지에서 많이 힘들었을 터.. 개인적으로도 힘든 일이 많았던 걸로 기억하는데 그 와중에도 짜이는 친구로서도 동료로서도 인기쟁이였다.(역시 짜이) 

같이 파견 온 디자이너들과도, 기획자들과도 관계를 지속하였고, 업무에도 그 열정을 그대로 쏟아부었다. 또 짜이가 작업한 작업물은 정말 고민한 흔적이 많아 인사이트를 많이 주었던 걸로 기억한다. 그때의 클라이언트도 나중에 같이 일하자고 따로 연락하기도 했던 정도로..

다만 너무 한 곳을 파는 그의 집중이 과할 때도 있어 범위가 넓지만 깊이감이 없는 협과 반반씩 섞자며 둘이 붙여놨지만 전혀 섞이지 않았고 티격 대격하는 현실 남매 사이가 되었다. '아 역시 사람은 고쳐 쓰는 거 아냐'라고 되새기며 하루하루를 보내고 있을 때쯤 짜이에게 불을 붙인 친구가 나타났으니 '키미'다.



그때의 내가 지금의 나였으면(지금의 내가 그때의 나보다 더 성장했다 치고) 더 많은 조언, 더 많은 기회를 주었을 텐데 하고 아쉬움이 남네.. 그래도 어디에서도 빛나는 짜이를 보며 내가 참 인복 있다고 생각해. 고맙다.

더해서..

캐릭터 소개를 한 명씩 올리다 보니 진짜 해야 하는 유라인의 활약 내용이 늦어지는 듯하여 소개는 빨리빨리 올리기로 했습니다.(입금 상황에 따라 기간 짧아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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