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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MAY 저장소 Jan 28. 2019

유라인의 탄생 3

캐릭터 소개 3

슬슬 지쳐갈 때였다. 

어쩌다 맡은 기획 리딩, 게다가 전체 규모가 몇백억 인 프로젝트. 내가 하고 있는 게 맞나? 의구심이 들 때 새로 입사한 친구가 있었다. 면접을 보자마자 바로 그날 일하게 되었는데 이유는 전 직장이 우리가 하고 있는 프로젝트와 성격이 같았기 때문이다. 위아래 까만색으로 입고 나타난 조그마한 아이. 내가 기억하는 첫 번째 키미의 모습이다. (그러고 보니 까만색 어울리는 건 짜이와 닮았군) 


키미는 여러 가지 기획파트 중 신규 서비스 쪽으로 배치되었다. 워낙 큰 프로젝트라 파트별로 또 파트 안에서도 서비스나 기능별로 담당이 정해졌었는데 그 기능 이름 아직도 기억난다.ㅍㄹㅈㅋㅁㅌ(뭐 누가 보겠어라는 심정으로) 초반에 기획에서 진도가 안 나가니 파견 온 디자이너들은 놀고 있었는데 신규 서비스를 제안해보라고 디자이너들을 볶았다. 그때 우리(메이, 짜이, 협)가 제안한 몇 가지 아이디어 중 하나였다. 그때 이런 아이디어가 이 프로젝트에 맞는지 모르겠다고 얘기한 나에게 대표가 한 말이 아직도 생각난다. 너한테 판단하라고 하지 않았어 그냥 시키는 대로 해와.(아 하고 싶은 말 정말 많지만 캐릭터 소개 편이니까..) 결론부터 얘기하면 그 서비스는 론칭하지 못했다. 시작 자체가 목적 없이 그냥 이였기 때문에 아이디어가 좋았어도, 그 서비스로 생기는 여러 가지 부가이익도, 트렌드보다 앞서가는 아이디어였음에도 론칭하지 못한 이유는 운영할 여력이 안 되는 클라이언트였다. 이 프로젝트의 목적은 그게 아녔으니. 지금 생각해 보면 아쉽지만 그 서비스를 론칭하지 않은 건 잘한 선택이라고 생각한다. 주객이 전도될 수 있을 정도의 서비스였으니.

다시 본론으로.


그 신규 서비스를 키미는 키미만의 논리로 발전시켰다. 그냥 뭐 쌈빡한 거 없나 에서 출발한 아이디어를 트렌드에 맞게, 목적에 맞게 발전시키고 리뷰하고 설득할 줄 알았다. 조그만 체구에서 그런 자신감은 어디서 나오는지. 본인은 어떻게 생각할지 모르겠으나, 그가 눈에 띄게 성장하기 시작한 건 선행 부서부터였다. 아니 그의 능력이 더 부각되었다고 말하는 게 좋을 것 같다. 선행 부서에서 키미의 역할은 명확했다. 본보기. 선행에서의 업무는 사업적 판단이나 큰 그림 등을 잘 정리해 업무를 전달하면 그걸 멤버들이 하는 식으로 업무가 진행되었는데 그중 가장 중요하고 어려운 부분은 키미가 맡았다. 제일 먼저 키미랑 일하기 시작하였기 때문이기도 했고 또 말이 잘 통하기도 했다. 처음 기획서를 쓰고 처음 제안을 하고 처음 컨설팅을 시작할 때도 내 옆엔 키미가 있었다. 

사실 기획 실무를 건너뛰고 기획자를 리딩 하기란 쉬운 일이 아니었다. 리더의 말을 전달만 하는 중간 리더는 내가 아주 싫어하는 리더의 타입이었기 때문에 그렇게 되지 않기 위해 무던히 노력했다. 어떻게 얘기해야 더 쉽게 전달하나, 시간이 없는데 원하는 결과물이 나오려면 어떻게 얘기해야 하나, 이미 지쳐있는 상황에서 또 일을 해야 할까 어떻게 얘기해야 상처 받지 않고 본인의 결과물을 수정할까 정말 많이 고민했다. 어려웠다. 디자이너는 그냥 한 장의 jpg로 아랫사람을 다룰 수 있지만 기획자는 아니라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그 불안정한 리딩을 잘 따라준 건 키미였다. 내가 못하는 부분을 잘하는듯한 키미는 나에게 아주 큰 버팀목이 되었고 후에 나는 그에게 인정받기 위해 문서를 보고 또 보았다. 물론 시간이 지나 이렇게 아름다운 이야기로 만들고자 힘들었던 이야기는 차차 하기로 한다.


키미는 하고 싶은 말은 하는 편이다. 지금은 상대방이 어떻게 받아들일까도 고민하며 말하는 것 같은데(대견 대견..) 그 시절 키미는 돈키호테였다. 뭐 저 잘 난 맛에 사는 애들을 내가 참 좋아하기도 하고 나 역시 그렇다(사실 유라인 중에 이런 성격을 가지지 않은 자가 없다) 선행 부서가 너무 잘 나가니 다른 부서에서 상대적 소외감을 느낄 때도 있었는데 다른 사람(혹은 다른 부서) 욕을 신나게 하고 있다 문득, 다른 사람도 날 보며 그렇게 욕하지 않을까?라고 궁금해졌다 그래서 물었더니 보통 다른 사람들이면 에이~ 본부장님은 안 그러시잖아요 라고 얘기할 텐데 키미는 이렇게 얘기했다. 

사람들이 제 앞에서 본부장님 욕 안 해요. 내가 본부장님 사람인 거 아니까 


 이렇게 똑 부러지게 얘기하는 사람. 할 말은 해야 하는 사람(하고 싶은걸 하는 짜이와 친해질 수밖에 없지 않나)하지만 내가 너무 장점만 부각한 게 아닐까 라고 생각하게 되기까지 오래 걸리지 않았다. 그의 짝꿍 '득'까지도




자꾸 본론에서 벗어나서 얼른 마무리 짓고 다음 소개로 

월요일 연재 약속 지키는 게 생각보다 재미있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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