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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MAY 저장소 Feb 12. 2019

유라인의 탄생 4

캐릭터 소개 4


저는 구축을 하고 싶어요. 면담을 신청한 그에 입에서 나온 말이었다(뭐 단어는 정확하지 않으나 의미는..) 선행이라는 조직 이름에서부터 알 수 있지만 제안이 정말 많았는데 다른 부서에서 착출 돼서 온 친구가 면담을 요청했다. 본인은 구축을 하러 이 회사에 입사를 했다고. 그래서 네가 원하는 게 퇴사야? 아님 구축 부서로 보내줄까?라고 물으니 그냥 구축을 하고 싶었다고 알려주고 싶었다며 삐죽이며 담배를 태우러 갔다.. 하.. 생각하면 할수록 사람은 참 변하지 않는구나 싶다 그렇다 그때부터 손이 많이 가는 친구였다.


나는 그 시절 해결병에 걸려있었다. 문제를 내가 해결해야 하는 병. 내가 해결을 못하면 다른 힘을 빌리더라도 해결을 했었어야 했다. 그 오지랖이 얼마나 무서운 편견을 가지고 왔는지는 후에 이야기하도록 하고 그래서 득의 문제를 어떻게 해결해줘야 하는지 고민했지만 선행 본부에서 구축을 하고 싶다고 하는 친구에게 내가 할 수 있는 말은 구축본부로 가야지. 였다. 하지만 그의 선택은 No. 지금 같이 일하고 있는 친구들이 좋아서 부서를 옮기고 싶지 않다는 피드백. 어쩌라고...

같이 일하게 된 친구들은 대부분 경력이 길지 않았다(사실 경력이 긴 친구들은 살아남지 못했다 그래서 더 이 미더운 초짜 리더를 따라 들어왔을지도) 하지만 득은 비슷한 나이에다 경력도 있어서 어설픈 리딩은 먹히지 않았다 아니 애초에 시도도 하지 않았다. 내가 내세울 수 있었던 건 무조건 목적을 달성하는 문제 해결 아니면 우기기. 

네가 하면 왜 안되는데?

다른 친구들은 업무지시를 하면 일단 알았다고 얘기하고 그걸 해오든 안 해오든 하는 편이었는데 득은 달랐다. 이건 이래서 힘들고 저건 저래서 힘들고.. 본인이 할 수 없다는 걸 계속 얘기했다. 듣는 나도 계속할 수 있을 것 같다고 얘기했고 결국엔 저 말을 하면서 설전은 마무리되었는데 네가 하면 왜 안되는데? 였다. 지금 생각해 보면 실무 경험이 없던 내 지시가 틀렸을 수도 있었겠다. 그리고 그걸 조금이나마 아는 득은 그걸 나에게 설명해주었을 수도 있었겠지만 그 시절 나는 그런 얘기를 들을 여유는 없었다. 하지만 득은 그걸 해냈다. 나중에 안 사실이지만 의사소통에 오해가 있었다. 나는 그냥 와이어프레임 정도의 기획서를 그리라 한 거였고 그는 화면 설계(디스크립션까지 완벽한)를 생각한 거였다. 기획서의 퀄리티는 차치하더라도 그는 남들이 한 달 걸려 할 화면들을 일주일 안에 밤을 새워서 완성한 것이었다. 대박.

그래서 그 뒤로 득에게 업무지시를 할 때면 그가 이해한 거와 내가 생각하는 게 맞는지 자꾸 묻고 의견을 미리 물어보게 되었지만 지금도 일은 잘하는데 투덜거리는 타입이라고 생각한다. 한마디로 원칙을 따지는 타입.


사업부장을 하고 있는 지금까지도 기획의 산출물은 없다고 생각한다. 소위 화면 정의라 불리는 문서는 기획의 산출물이 아니라 생각한다. 디자이너와 개발자의 손을 빌린 결과물 그리고 그 결과물을 클라이언트가 또는 유저가 활용하는 순간까지 기획자의 역할은 계속된다고 믿고 있다. 그 역할을 잘하는 친구가 나는 득이라고 생각한다. 바로 지금 편한 것만 생각하기보단 기획자로서 한 단계 더 나아가 어떻게 하면 다들 편할지 생각하는 기획자. 그러기 위해서 까탈스럽다는 말을 듣더라도 문제를 정확히 하고 해결할 줄 아는 기획자 나는 득이 이런 기획자라고 생각한다. 


아! 그리고 득은 자기애가 강하다. 누구보다도 '나는 이런 사람이야'라는 말을 많이 한다. 나는 그게 자기애가 강해서 하는 말이라고 생각하는데 스스로에 대해 잘 안다고 생각하는 게 사실 좀 귀엽다. 나이를 지긋하게 먹은 사람들도 본인 스스로 '나는 이런 사람이니 이렇게 살아야 해' 또는 '이런 사람인데 이걸 하고 있어'라고 얘기하지 않는데 말이다. 이제 고작 서른 중반을 향하며 할아버지처럼 얘기하는 게 귀여워 보였다. 한창 힘들었을 때는 그 말이 쏙 들어갔는데 그 말을 듣고 싶어 넌 이런 사람이잖아 라고 얘기했음에도 눈이 반짝거리지 않아서 엄청 걱정했던 기억이 있다. 이 친구가 그렇게 투덜거려도 스스로를 잘 다독이며 일을 진행하는 원동력은 자기애에서 나온다고 생각한다. 

한창 여러 가지 사건들로 고민이었을 때 나에게 득은 이렇게 톡을 날렸다. 이런 츤데레 같으니라고.. 

자기애가 강하고 꼼꼼하며 계획적인 사람. 그가 득이다. 




급 마무리하는 경향이 있지만 앞서 캐릭터 소개에 비해 너무 어려웠다. 

옆에 있는데 그 사람에 대해 쓰는 게 어려운 일이구나 알았고 그가 이 글을 읽는다는 것 즉 발행에 대한 두려움과 설렘이 동시에 마음의 짐으로 계속되었던 하루였다.

월요일 하루 지난 화요일 발행에 대한 사과로 주중에 다음 편 발행됩니다. 

다음 편은 브랜드팀 3인 기대하시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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