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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잡동사니 Apr 27. 2023

반도체 산업 쉽게 읽기 (3)

Physical Design

1) Physical Design의 어려움

1편에서 다룬 것과 같이 Physical design은 Logical design을 실제 물리적으로 구현되어야 할 최종적인 설계를 만드는 작업이다. 그리고 여기서 나온 최종적인 설계도(GDS, Graphic Data System)를 이용하여 파운드리에서 실제 칩을 생산하게 된다.


그렇다고 해서 이를 설계회사에서 온전히 자기들 마음대로 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파운드리 회사들도 반도체 칩을 생산하는 것에 있어서 요소마다 정해진 규격이 있다. 1편에서 얘기한 전구컴퓨터를 빌려 쉽게 말하면, 스위치도 각 파운드리 회사들마다 자신들의 기술에 따라 모양이 제각각인 것이다. 어떤 회사는 연구해 보니 원형의 스위치가 좋다고 생각해서 스위치는 원형으로만 만들고, 어떤 회사는 네모난 모형이 좋다고 생각해서 네모난 스위치를 만들 수도 있는 것이다.


이렇듯 파운드리사에서 정해진 부품이나 규칙들을 PDK (Process Design Kit)이라는 이름을 붙여서 설계회사들에게 전달한다. '우리는 스위치는 이렇게 만들고 도선은 이런 굵기고 이런 재료를 써. 또 A라는 요소는 이렇게 만들고 B라는 요소는 이렇게 만들어. 우리 공장에서 제공하는 블록들로 설계를 할 땐 이러이러한 규칙들을 지켜줘야 해'라는 식의 정보가 담겨 있는 것이다. 그래서 파운드리사들이 비유적으로 설명하길 레고와 같은 장난감 블록으로 설명한다. (이런 레고 블록들을 보통 '소자'라고 부른다.)

Physical design을 하는 회사들은 자신들의 설계 생산을 맡길 파운드리사의 PDK를 받아서 설계를 완성하는 것이기 때문에, 같은 logic design이라고 해도 어느 파운드리사의 PDK를 쓰느냐에 따라 최종적으로 완성될 설계도 GDS는 천차만별인 것이다.

더군다나 파운드리사에서 제공하는 PDK도 공정 수준에 따라 매우 다양하다. 7 나노 공정을 쓸 것인지, 더 미세한 5 나노 공정을 쓸 것인지에 따라 그 안에 담긴 블록들이 다르기 때문이다.

Physical design의 어려움은 이뿐만이 아니다. 하나의 PDK 안에서도 같은 기능을 하는 재료들이 크기나 목적에 따라 다양하기 때문에 생성 가능한 설계는 수도 없이 많은데, 여기에 반도체 칩의 크기는 소형화되어야 한다는 제약까지 붙어버리니 좀처럼 쉬운 작업이 아니다.


그리고 불행하게도 그런 제약들을 모두 위반하지 않으면서 설계 하나를 겨우 완성했다고 해서 그것이 유일한 답은 아니란 것이다. 마치 아파트를 건설할 때에도 방은 몇 개고 거실은 몇 평이고 화장실은 어디에 있고 등등의 제약이 붙어도 만들 수 있는 아파트의 모습은 수백 수천만 가지가 될 수 있듯이 안타깝게도 이런 설계의 제약을 모두 지키면서 Logical design을 옮겨놓는 설계는 무수히 많이 생성할 수 있다.


그러나 이런 작업을 아무리 뛰어난 엔지니어들이 수십 수백 명이 있어도 이를 직접 수행하기 어렵다. 아래는 애플에서 설계한 M1 칩에 관한 정보다. 보다시피 16B(B: billion) 개의 트랜지스터가 들어가 있다고 표기되어 있다. 자그마치 160억 개의 트랜지스터가 손톱만 한 크기의 120mm^2 칩에 전부 들어가 있다는 것이다. 이걸 과연 사람이 여럿 모인다고 그 모든 트랜지스터를 배치할 수 있을까?

애플 실리콘 M1 트랜지스터 개수 16B(출처 : 나무위키)

이런 설계 복잡도로 인해 EDA(Electronic Design Analysis)라는 반도체 설계 자동화 프로그램을 이용하게 된다. 설계자들이 대략의 틀을 잡아주면 Logical design에 기반하여 필요한 레고 블록들을 배치하고 연결해 주는 작업까지 모두 이 프로그램이 자동으로 진행시켜 주는 것이다. 심지어 이는 단순히 컴퓨터 한 두대로 진행할 수 있는 작업량도 아니다. 다수의 컴퓨터를 묶어놓은 클라우드 서버를 통해 한 번에 여러 개의 컴퓨터 자원을 이용해서 작업을 수행해야 하며, 이마저도 적게는 수십 시간 길게는 수일이 걸린다.

그렇다 보니 이런  EDA 프로그램은 사이즈가 크고  사이즈가 크다 보니 프로그램을 지속적으로 유지보수해야 하는 일이 필요하다. 또한 주요 파운드리사들의 공정이 개선되고 신규 공정이 추가됨에 따라 기능도 개발되어야 하기 때문에 이것만을 전문적으로 하는 회사가 존재할 수밖에 없다. 대표적으로 시놉시스(Synopsis), 케이던스(Cadence) 등이 있으며, 어느 한 경쟁사가 성능이나 기능이 확연하게 뒤처질 경우 고객사에서 사용하는 프로그램을 바꿀 수 있기 때문에 이런 회사들도 이 분야에서 나름 치열한 경쟁을 펼치고 있다.

다시 Physical design의 이야기로 돌아와 보자. EDA라는 도구를 이용하여 우여곡절 끝에 설계를 완성해도 앞서 말했듯이 생성가능한 설계가 여럿이기 때문에 이에 대한 성능을 예측할 수 있어야 한다. 실제 생산된 반도체칩과 생산 전에 미리 예측된 성능과 차이는 어느 정도 있겠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모든 설계마다 직접 생산하고 나서 성능을 비교 평가하기에는 비용과 시간이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나기 때문에 예측된 성능을 바탕으로 최종 설계를 선택해야 한다. 이 때문에 EDA 프로그램은 단순히 설계를 만드는 것에만 그치지 않고 설계에 대한 성능을 검증할 수 있는 기능도 제공하고 있다.

Physical design을 메인으로 하는 반도체 설계 회사들은 저마다 이 과정에서의 노하우가 있겠지만, 어찌 됐든 큰 줄기는 위와 같은 편이다.


2) Physical Design 양상 

이렇듯 ARM의 라이선스를 이용해 physical design을 한 뒤 칩을 양산하는 회사는 여러 회사들이 있다. 애플, 삼성전자, 퀄컴, 미디어텍 등이 있는데, 애플의 경우는 앞서 말했듯이 아키텍처 라이선스를 쓰고 삼성전자/퀄컴/미디어텍은 주로 프로세서 라이선스를 쓴다. 애플을 제외한 모든 설계회사들은 외부 고객사에 팔 용도로 칩을 생산하고 애플만이 유일하게 아이폰/맥북 등 자신들의 제품만을 위한 칩을 설계한다. 이때 ARM의 명령어 체계를 그대로 본 따서 만들 수 있는 '아키텍처 라이선스'를 이용해서 Logical design을 직접 생성하고 있고 이를 바탕으로 Physical design까지 도맡아 칩을 생산하게 된다.

퀄컴도 애플과 비슷한 방식으로 직접 아키텍처 라이선스를 이용해 커스텀코어를 제작하여 CPU core에 별도의 이름을 붙였지만 2016년 이후로는 커스텀코어를 쓰지 않고 이름만 유지하고 있고 , 삼성의 경우도 커스텀 코어를 자체 개발하였으나 이를 포기하고 ARM이 제공하는 코어를 그대로 이용하고 있다. 아마도 자체 개발해서 얻을 수 있는 성능 확보가 기대 이하였기 때문일 것이라고 보인다.

http://news.bizwatch.co.kr/article/industry/2019/11/20/0016

물론 이들 회사 이외에도 대만의 미디어텍, 중국의 하이실리콘이 있으나 하이실리콘은 미국의 제재로 인해 칩셋 설계를 포기한 상태이다. 미디어텍은 주로 중저가 제품에 지배력이 높은 편이었으나, 근래에는 플래그십 제품에서도 퀄컴의 스냅드래곤을 상회하거나 비슷한 수준의 칩을 내놓으며 꾸준히 실력을 입증하고 있다. 애플이나 삼성전자는 아무래도 자사 제품 위주로 칩을 만들고 있기 때문에 시장점유율이 미디어텍이나 퀄컴에 비해 다소 떨어지는 모습을 보인다.

2021년 SoC 시장 점유율 ( 출처 : Counter Poin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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