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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거진 물병편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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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박재우 Apr 02. 2021

오래된 영화를 다시 보다가

요즘은 오래된 영화에 손이 갑니다.

OTT의 추천 리스트를 뒤지다가 시간을 허비하는 날이 많아지면서부터 그럽니다.

이미 봤던 영화를 다시 볼 때는 안심이 되죠.

내 기억 속의 별점으로 검증이 되어 실패할 확률이 낮으니까요.


그런데 참 놀랍습니다.

분명 본 영화인데 처음 보는 것 같습니다.

내가 알던 주인공이 아니네요.

그가 처한 상황은 훨씬 더 복잡합니다.

그가 선택한 행동은 여러 가지 이유로 해석되고요.

장면의 소품과 배경들은 감독의 더 많은 의도를 속삭입니다.

그러고 보니 제가 매긴 별점들, 다 엉터리입니다.


지난날의 나, 그리고 당신.

우리들에 대한 기억도 별점처럼 엉터리일까 두렵습니다.

그때는 내 눈에 보이지 않았던 것들

그때의 나는 이해하지 못한 당신의 속사정들

분명 많았을 텐데...

우리의 이야기는 영화처럼 재생할 수 없으니 안타깝습니다.


‘지나간 것은 지나간 대로

그런 의미가 있죠’


지나간 일에 미련을 두거나 후회하지는 않겠습니다.

다만 과거의 누군가를 탓하고 원망하지는 않으려고요.

그 순간의 당신에겐 더 많은 이유가 있었고

그 당시의 나는 온전히 당신을 이해하지 못했을 테니까요.


이미 몇 차례 본 영화가 오늘 새롭게 느껴지는 것처럼 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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