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은 오래된 영화에 손이 갑니다.
OTT의 추천 리스트를 뒤지다가 시간을 허비하는 날이 많아지면서부터 그럽니다.
이미 봤던 영화를 다시 볼 때는 안심이 되죠.
내 기억 속의 별점으로 검증이 되어 실패할 확률이 낮으니까요.
그런데 참 놀랍습니다.
분명 본 영화인데 처음 보는 것 같습니다.
내가 알던 주인공이 아니네요.
그가 처한 상황은 훨씬 더 복잡합니다.
그가 선택한 행동은 여러 가지 이유로 해석되고요.
장면의 소품과 배경들은 감독의 더 많은 의도를 속삭입니다.
그러고 보니 제가 매긴 별점들, 다 엉터리입니다.
지난날의 나, 그리고 당신.
우리들에 대한 기억도 별점처럼 엉터리일까 두렵습니다.
그때는 내 눈에 보이지 않았던 것들
그때의 나는 이해하지 못한 당신의 속사정들
분명 많았을 텐데...
우리의 이야기는 영화처럼 재생할 수 없으니 안타깝습니다.
‘지나간 것은 지나간 대로
그런 의미가 있죠’
지나간 일에 미련을 두거나 후회하지는 않겠습니다.
다만 과거의 누군가를 탓하고 원망하지는 않으려고요.
그 순간의 당신에겐 더 많은 이유가 있었고
그 당시의 나는 온전히 당신을 이해하지 못했을 테니까요.
이미 몇 차례 본 영화가 오늘 새롭게 느껴지는 것처럼 말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