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유나이티드의 2020 시즌의 마지막 여정
올해는 전 세계에서 가장 먼저 리그를 재개했다는 화제성을 바탕으로 이목을 받아 성공적으로 시작한 K리그였지만, 사회적 거리두기 2.5단계 시행과 함께 관중 없이 진행되는 경기가 많아서 그런지 아쉬운 부분이 많았다. 결론적으로 프로스포츠는 관중이 많아야 한다. (EPL의 20/21 시즌이 시작되고 상대적 템포가 너무 느려진 부분이 무관중 시즌과 겹쳐 그래 보였을 수도 있겠다.)
그래도 이번 시즌은 비교적 언론 노출도 많고 어떻게 보면 안타까운 이야기이지만 소수의 관중만 앉아있는 일부 '텅 빈' 경기장을 보지 않아도 되어서 그런지 안타까움은 덜했던 시즌이었다. 물론 입장수입이 중요한 프로구단에겐 가혹한 시즌이었지만.
무엇보다 현대가 두 팀의 탄탄한 전력으로 보는 재미를 높여주었고, 그 밑을 바짝 쫓는 포항과 '임대 구단' 상주의 큰 활약도 대단한 한 해였다. 특히 잘하는 것은 어린아이도 알아보는지 만 5세 된 아들은 포항의 송민규 선수의 팬이되었다. 이번 올림픽 대표 발탁도 같이 좋아했다는...
시즌 초 인천의 행보는 예정된 대로였다. 거의 모든 경기에서 패를 기록하며 유일한 강등팀으로 의심의 여지가 없을 정도였다. 하지만 어느 순간부터 '잔류왕'의 본능이 깨어나기 시작한 걸까, 승점을 쌓아가기 시작하더니 기어코 리그 마지막 경기까지 결과를 알 수 없는 상황에 이르게 만들어버렸다. 오늘 부산에게 0:1로 지고 있다가 2:1로 역전하면서 말이다.
모든 축구 전문가들이 시즌 마지막만 되면 인천에 대해 이야기한다. 다음 시즌이야 말로 잔류왕의 꼬리표를 떼어내야 한다고. 역설적으로 나는 이 잔류왕이라는 꼬리표가 인천의 인기 원동력이 되었지 않나 싶다. 해당 구단과 선수들, 진성 팬들은 막판까지 살얼음판을 걸으며 스트레스를 받겠지만, 나와 같이 인천의 팬이 아니지만 축구를 좋아하는 사람들은 그 살얼음판에서 살아남는, 그래서 더 치열하게 마지막에 전개되는 인천의 경기가 (시즌 막바지에만 이지만...) 재미있다. 그리고 올해는 과연 어떻게 될 것인가 주목하게 된다. 매 시즌 아슬아슬 잔류했다는 스토리가 인천의 브랜드가 된 것이고 사람들의 이목을 끄는 포인트가 된 것이다.
이유야 어찌 됐든 관심을 받고 조명을 받으니 인천은 흥행몰이를 계속하고 있는 것 같다. 오늘 경기에서도 제한된 관중석이었으나 응원 열기는 뜨거웠고, 지난 몇 시즌 이러한 스토리 때문에 시즌 막바지에는 응원 열기와 팬들의 충성도가 무지하게 높아졌다. 2018년 시즌, 잔류를 최종 확정 짓는 그 경기에 아들과 첫 K리그 직관을 갔는데, 그때의 응원 열기와 분위기가 너무 좋아 아들은 아직도 그 추억을 이야기하곤 한다. 그때가 만 3세였을 때인데 그만큼 강렬했었던 것 같다.
프로스포츠가 성공하기 위해서는 물론 실력이 뒷받침되어야 한다. 하지만 우리나라 환경 상 리그의 관심을 끄는 스토리텔링도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잔류왕 인천과 대구의 새로운 문화가 되었다는 대팍직관문화, 그리고 국대급 경기를 볼 수 있는 전북과 울산 등 이미 팬들의 이목을 받는 팀도 있지만 아직 구단이 어떻게 축구에 친숙치 않은 팬들에게 접근해야 할지 모르는 구단이 많은 것도 사실이다. 다시 관중 정상 입장이 재개되는 내년 이후의 시즌에 더 많은 팬들과 소통하려면 어떻게 해야 할지 구단 마케팅 관계자들이 고민을 해봐야 하는 겨울이겠다.
사족1. 그런 점에서 2부 리그이긴 하지만 수원FC의 '이거해조원희형'과의 협력은 앞으로 눈여겨볼 만하다. 이 팀은 실력도 좋지만 경기장 뒷 이야기들, 선수들의 경기 외 시간의 모습을 개인유튜브 채널로 보여주려고 노력하는 것 같다.
사족2. 아무래도 다음 주 서울과의 인천의 마지막 리그 경기도 보러 가야 할 것 같다. 인천 팬은 아니지만 그냥 찾아가게 만드는 이러한 포인트가 인천의 힘일 수도 있겠다.
사족3. 송민규 선수 때문에 아들은 포항에 직관 가자고 난리다. 너무 멀다 ㅠㅜ 다음 시즌 수도권 원정경기에 한번 데려가야 할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