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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올리브 Aug 29. 2023

야매 오코노미야키와 산미구엘

낮술, 그 은근한 유혹

<낮술>이라는 책을 읽고 있다. 하라다 히카라는 일본 작가의 책인데, 아우내도서관에서 발견(?)했다. 순전히 제목에 이끌려서. 거기에 하나 더 보태자면 표지 삽화가 마음에 들어서. 술과 안주가 아주 맛깔나게 그려져 있었다. 책을 집어드는 순간, 침이 꼴깍 넘어갔다. 나도 낮술 좋아하는데, 하면서. 그래서 책을 빌렸다. 한 권이 아니다. 전부 3권으로 1, 2, 3 이렇게 번호가 붙여져 있다. 한 권 빌려? 하다가 과감하게(?) 3권을 전부 서가에서 뽑았다. 1권만 가져갔다가 후회할 것 같아서. 아주 잘한 선택이었다. 첫 권을 단숨에 읽고 이어서 2권을 펼쳤으니까.


내용은 제목에서 확실하게 알려주는 것처럼 주인공 이누모리 쇼코라는 여자가 밤일을 끝내고 귀가하는 길에 다양한 안주와 함께 낮술을 마신다는 것으로 채워져 있다. 안주에 따라 술 종류도 바뀐다. 맥주, 사케, 와인, 하이볼 등등. 맛있는 안주에 곁들이는 다양한 술이라니, 얼마나 유혹적인가. 


<낮술>을 읽다 보니 저절로 술이 땡긴다. 당연히 소설에 등장하는 안주도. 먹어본 것도 있고, 먹어보지 못한 것도 있다. 생전 처음 보는 음식도 있다. 먹어본 것은 먹어봐서 다시 먹어보고 싶고, 생전 처음 보는 음식은 호기심에 먹어보고 싶어 진다. 


아무튼 <낮술>을 읽다 보니, 나도 '낮술'이 마시고 싶어졌다. 나가서 먹을까? 귀찮다. 집 가까이에 괜찮은 술집이 있는 것도 아니다. 차를 타고 나가야 한다. 이럴 때는 그냥 집에서 가볍게 맥주를 마시는 게 가장 좋다. 그래서 안주를 궁리했다. 뭘 먹지? 그러다가 불쑥 생각난 것이 야매 오코노미야키. 이걸 다른 말로 바꾸면 양배추전이 되시겠다. 주 재료가 양배추니까. 오코노미야키가 먹고 싶을 때마다 해 먹는다. 정통 오코노미야키의 발밑도 못 따라가겠지만, 아무려면 어떤가. 꿩 대신 닭이라는 말이 괜히 있나. 


냉장고에 있는 양배추를 꺼내 잘게 채를 썰었다. 양파와 당근, 고추, 청양고추도. 오징어가 있으면 좋은데, 없다. 아쉬워라. 오징어를 사서 쟁여놔야겠다. 언제든지 먹을 수 있게. 그래도 야채들이 있으니 얼마나 다행인가. 채 썬 야채들을 섞고, 달걀 하나를 깨서 넣은 다음, 부침가루와 전분을 두어 숟가락 퍼서 넣고 섞었다. 물도 한 숟가락 정도 넣었다. 그래야 부침가루와 전분이 잘 섞인다. 그리고 프라이팬에 기름을 두른 뒤 노릇하게 부친다. 


접시에 옮긴 다음, 마요네즈와 돈가스 소스를 뿌렸다. 토마토케첩을 뿌려도 되지만 그러면 토마토케첩의 강한 맛에 마요네즈와 돈가스 소스의 맛이 팍 죽어버린다. 그래서 오늘은 2가지 소스만 뿌리는 것으로. 그리고 작은 그릇에 간장을 살짝 붓고 토마토식초를 넣었다. 


드디어 먹을 준비 완료! 술은 산미구엘 캔맥주. 으음, 역시 이 맛이야. 


<낮술>을 읽으면서 낮술을 마시는 맛, 끝내준다. 이러다가 습관 되는 거 아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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