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말 되는 일이 하나도 없을까?
평생 여러 가지 사업에 도전해 보겠다고 다짐했던 2013년. 그다음 해 독일에 와 영주권을 위해 취직을 하고 3년이라는 시간이 지났다. 사업.. 이라기보다는 내 일을 하겠다는 생각에는 변함이 없으나 하루하루 평범한 일상에도 지쳐있는 지금, 과연 내가 무언가를 새로 시작할 수 있을지 걱정이 앞선다.
'진짜 되는 일이 없네..' 누구나 한 번은 혼잣말로 중얼거려봤을 이 말.. 내가 최근에 하고 있었던 말이기도 하다. 잘 안 풀리는 회사일부터 엊그제 받은 불법 주차 벌금 고지서 하며 개인적으로 진행하던 프로젝트들의 포기와 실패.. 나에게는 무언가 '되는 일' 이 필요했다.
되는 일이 없을 뿐 아니라 생각해 보니 머릿속이 너무 복잡했다. 아이들에 관한 수많은 일들, 밀려있는 집에 관련된 일들, 내가 하고 싶은 일들에 대한 계획과 고민, 지금 진행 중인 개인적인 프로젝트와 관련된 기술 공부부터 아주 사소한 일들 까지.. 모두 다 지워버리고 싶지만 어느 하나도 지워지지 않는 그런 상황이었다.
그때 눈에 들어온 게 바로 아이들과 방학 동안 맞추기로 한 1500개 퍼즐이다. 시작은 아이들과 함께 했지만 하나하나 맞춰가는 재미에 빠져서, 나중에는 혼자 열심히 맞췄다. 퍼즐을 완성해 갈수록 '그래도 이거 하나는 할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드는 게 조금 씁쓸했지만 퍼즐을 맞추는 동안은 아무 생각 없이 집중할 수 있었다.
그렇게 퍼즐의 마지막 조각을 완성하고 나니 비워져 있던 머릿속에 수많은 생각들이 다시 몰려드는 것 같았다. 나는 장판교에 오른 장비를 생각하며 몰려드는 생각들과 마주했다. 어떤 녀석을 내 머릿속에 들일 것인가? 나는 의외로 간단히 이 질문에 답할 수 있었다. 바로 내가 지금 할 수 있는 일들만 머릿속에 들이는 것이었다. 퍼즐을 맞추는 것처럼 내가 온전히 통제할 수 있는 일 말이다.
사람들이 하는 걱정의 90%는 실제 일어나지 않는 일이라더니 이는 걱정에 국한된 것만이 아니라 내 머릿속에 있던 모든 생각에 해당하는 일이었다. 하지도 않을 일, 중요하지 않은 일, 할 수도 없는 일들을 머릿속에 엉망으로 구겨 넣고 있었기 때문이다.
머릿속의 기준이 명확해지니 저런 생각들은 자동으로 사라졌다. 몇 개월째 업데이트가 되지 않던 나의 할 일 목록도 함께 지워버렸다. 새로운 할 일 목록에 적을 일들은 별로 많지 않았고 대부분 적자마자 해결할 수 있었다. 마치 머릿속을 초기화한 것과 같은 이 경험 덕분에 마음속을 누르고 있던 많은 고민과 생각들이 단 하루 사이에 사라져 버렸다.
스스로 생각하기에 해야 할 일이 너무나 많고 되는 일은 없다고 느낄 때, 모든 것을 중단하고 머릿속을 정리해 보는 것을 어떨까? 필요한 건 천 개 단위의 퍼즐과 2-3일의 시간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