잘 키워야 할 것은 아이가 아닌 바로 나
고된 노동으로 흘린 땀이 있어야 잠시 앉아 쉴 때 불어오는 바람에 행복을 느낄 수 있는 법이다.
여기서 중요한 건 노동, 그로 흘린 땀, 쉬는 시간, 불어오는 바람.. 모든 것들이 존재해야 행복을 느낄 수 있다는 것이다. 얼핏 생각하면 불어오는 바람이 나에게 행복을 주는 것 같지만 바람만 불어서야 그런 일이 있었는지 느끼지 못하고 지나치는 게 다반사일 것이다.
불어오는 바람을 지금의 내 삶에 비교하자면 여러 가지 개인적인 성취나 아이들의 성장과 같은 무언가를 얻고 받아가는 과정이라 할 수 있겠다. 생각해 보면 이런 일들은 내 삶에 늘 바람처럼 불어오고 있었다. 파랑새는 늘 바로 내 곁에 있다는 진부한 말처럼 말이다.
건강하고 똑똑한 아이가 셋. 사귀고 결혼한 지 17년이 넘었지만 내가 어떻게 이런 아내를 만나 결혼했을까 볼 때마다 두근두근한 아내. 좌충우돌 복잡했지만 열심히 살아온 노력으로 부자는 아니지만 경제적으로 걱정하지 않아도 되는 삶.
객관적으로 써 놓은 글만 보면 시기, 질투가 날 만큼 행복한 삶을 사는 내가 스스로 그것을 느끼지 못했던 건 내가 행복을 자각하지 못하는 게 아니라 불어오는 바람을 느낄 요소들을 모두 충족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오랜 방황 뒤의 깨닮음은 바로 이것이었다.
행복이 멀리 있지 않다는 것도 알고, 나는 지금 행복한 삶을 살고 있다고 생각하면서도 가슴이 충만한 행복을 느끼지 못해 무엇인가 잘못되었을 거라 생각해왔던 시간들.. 이제는 순간순간 나를 바라볼 때마다 행복하다고 느끼는 스스로를 발견할 수 있다.
매일 자기 전 침대에 누워 입꼬리가 올라가는 경험도, 가족들을 생각할 때마다 모든 근심 걱정이 잊히는 경험도, 행복이란 단어의 의미를 있는 그대로 체험하게 해 준다.
행복한 남편, 행복한 아빠를 가진 아이들.. 생각만 해도 자연히 행복한 가족이 떠오른다. 나는 타인의 삶을 내 멋대로 행복하게 만들 수 없다. 내가 아이를 행복하게 만들어 줄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은 내가 행복해지는 것이다. 행복해진다는 것은 언제나 자신을 감싸고 있는 행복을 자각하는 것이고 그것을 위해 성장을 위한 부단한 노력과 지치지 않기 위한 조금의 휴식이 필요할 뿐이다. 그리고 사실 이러한 것들은 늘 해오던 일들이기도 하다. 다만 적절한 조합이 이루어지지 않았고 나의 행복보다 타인의 행복에 집중했을 뿐..
이 글을 보는 많은 남편, 아빠들이 스스로를 객관화하고 자신이 얼마나 열심히, 그리고 잘 살고 있는지에 대해 느끼고 행복해지면 좋겠다. 내가 아닌 다른 사람이 억지로 나를 행복하게 만들 수 없는 것처럼 나 또한 다른 사람을 행복하게 만들 수 있지 않다. 그런 힘이 있다면 아마도 장사치들이 제일 먼저 팔아먹지 않았을까?
하지만 글로 써 놓은 것처럼 쉽지만은 않을 것이다. 노력과 성장을 통해 앞뒤로 왔다 갔다 하며 몇 번이고 내가 시작한 출발점을 다시 지나치고 새로운 깨닮음을 얻을 때, 비로소 그 가치를 깨닫게 될 것이다.
부모로서 아이에 대한 책임도 중요하지만 부모로서 기본적인 책임은 사실 그렇게 많지 않다. 나 스스로를 한 단계 더 성장시키는 것이 결국 가족 모두를 한 단계 더 성장시키는 것이라는 간단한 명제를 늘 머릿속에 염두에 두어야 한다. 아이들은 정확하게 내 그릇만큼 클 수 있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