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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최지연 Apr 18. 2018

“외모는 바꿀 수 없어요. 우리의 시선을 바꿔야죠"

_ <원더>, 그리고 장애인이 날

만일 요술램프를 찾아서 한 가지 소원을 빌 기회가 생긴다면, 아무도 주목하지 않는
평범한 얼굴을 갖게 해 달라고 빌겠다. 길거리에서 나를 보자마자 얼굴을 휙 돌려 버리는 사람들이
없게 해 달라고. 내 생각은 이렇다. 내가 평범하지 않은 이유는 단 하나,
아무도 나를 평범하게 보지 않기 때문이다.

_ <원더>, 10쪽  

  

헬멧을 쓰고 다니는 아이가 있다. 그의 이름은 어거스트. 어거스트는 집 밖을 나갈 때는 물론, 집에서도 헬멧을 벗지 않는다. 어거스트가 헬멧 속 세상으로 들어간 데는 이유가 있다. 그에게는 안면기형이 있기 때문.


어거스트의 얼굴은 보통 사람과 다르다. 태어났을 때 그의 얼굴은 눈, 코, 입을 알아볼 수 없을 정도로 심하게 어그러져 있었다. 태어나면서 지금까지 얼굴 수술만 스물일곱 번. 그래도 이제는 보통 사람과 같이 눈, 코, 입을 제자리에 달고 있었지만 그럼에도 여전히 그의 얼굴은 보통 사람과는 달랐다.


입원과 수술, 퇴원을 반복하다보니 어거스트는 어느새 열 살이 되어 있었다. 부모는 더 이상 홈스쿨링이 불가능하다고 생각했고, 언제까지 아이를 헬멧 속에 가둬둘 수 없다고 판단했다. 두렵지만, 이제 세상에 나갈 시간이었다. 열 살, 처음으로 어거스트는 학교에 간다.


평범한 이들에게 학교에 가는 것은 그리 어려운 일이 아니지만 헬멧 속에서만 살아온 어거스트에게 학교란 엄청난 용기가 필요한 곳이다. 헬멧을 벗고 아이들과 얼굴을 마주하며 생활한다는 것. 어거스트에게도, 그를 지켜보는 부모와 가족들에게도, 학교의 선생님과 친구들에게도 ‘도전’이다.     


 



118주 연속 뉴욕타임스 베스트셀러에 오르고, 영화로도 개봉되어 많은 이들에게 감동을 준 소설 <원더>. 어거스트는 바로 소설 속 주인공이다. ‘뭐야, 그냥 소설 속 이야기였어’라고 생각하고 말기에는 이 소설의 집필 동기가 심상치 않다. 바로 작가가 현실 속 어거스트를 만나며 이 이야기를 써야겠다고 결심했으니 말이다.


<원더>의 작가 R. J. 팔라시오는 두 아이와 함께 아이스크림 가게에 갔다 어거스트와 비슷한 얼굴을 한 여자아이를 만났다고 한다. 그런데 그때 그 아이의 얼굴을 본 팔라시오의 아이가 큰 소리로 울어버리기 시작한 것이다. 아이에게 이 상황을 어떻게 설명해야 할지. 머릿 속이 하얘지며 당황한 작가는 그저 유모차를 끌고 황급히 가게를 벗어나는 것밖에 할 수 있는 일이 없었다.


그렇게 집으로 돌아오는 차에 몸을 실은 팔라시오는 여자아이의 모습을 지울 수가 없었다. 그때 라디오에서 나탈리 머천트의 ‘원더’라는 음악이 흘러나왔고, 자연스럽게 어거스트의 이야기를 구상하게 된다. (소설 속 어거스트의 친구인 책의 동생이 어거스트의 얼굴을 보고 울음을 터뜨리는 장면은 바로 작가의 실제 경험을 바탕으로 한 것이다.)



<원더>는 어거스트가 학교에 가며 벌어지는 이야기들, 그리고 그 과정을 함께 극복해나가는 가족들, 친구들, 선생님들에 관한 이야기이다. 사실 우리는 이야기가 시작되기도 전에 어거스트가 얼마나 힘들지 충분히 예상할 수 있다. 그럼에도 이 힘든 여정을 시작해야하는 건 소설 속 매 순간이 우리 모두의 이야기이며, 우리 하나가 시선을 바꾸면 세상은 바뀔 수 있음을 보여주기 때문이다.


내 아이가 평생 사람들의 시선을 감당하고 살아야 한다면, 나와는 다른 생김새를 가진 친구가 우리 반에 왔다면, 길을 걷다 시선을 어디에 둬야 좋을지 모르겠는 생김새를 가진 아이를 마주했다면 우리는 어떻게 행동해야 하는가. 영화는 내내 이 질문을 던진다. 그리고 영화는 답을 찾아간다. 아이를 믿고 기다려주면, 얼굴 대신 그 너머에 있는 친구의 진짜 모습을 발견하면, 이런 모습의 사람도 있다는 것을 인정하고 받아들이면 'Wonder'는 멀리 있는 것이 아니란 것을 말이다.


어거스트의 교장 선생님은 어거스트를 괴롭힌 학생의 학부모 상담을 하다 이렇게 말한다.

"외모는 바꿀 수 없어요. 그러니 우리의 시선을 바꿔야죠."


우리는 나와 다르다는 이유로 다른 사람들에게 얼마나 많은 상처를 주고 사는가. 인종, 성별, 집안 배경 등등. 하지만 그건 바꿀 수 없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그러니 우리가 한 사회에서 함께 살아가기 위해선 그저 우리의 시선만 바꾸면 될 뿐이다.


4월 20일은 장애인의 날이다. 세상 속 어거스트들이 당당히 세상으로 걸어나올 수 있기를, 그런 어거스트를 다른 눈으로 바라보지 않는 세상이 되기를 바라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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