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심히 살면 바보 되는 시대, 그래도 바보가 된 사람들 <루키들이 온다>
어느 순간부터 열심히 사는 게 바보 같아 보이는 분위기가 생겨났다. 나의 노력이 통하지 않고, 성과에 대한 보상이 없었기 때문에. 노력하는 자 위에 권력자가 있고, 보상은 엉뚱한 사람들이 나눠갖는 모습을 보아왔기 때문에. 그래서 사람들은 열심히 하고 무기력함을 느끼는 대신 적당히 살고 다른 데서 행복을 찾자는 생각을 하기 시작했다.
나 역시 그 생각에 전적으로 동감했다. 어려운 길보다는 쉬운 길을 택했고, 열심히 대신 적당히를 택했다. 처음엔 그렇게 사는 삶이 너무나 편했다. 스트레스 받을 일도 없고, 큰 공을 들이지 않았으니 보상에 대한 불만도 없었다. 그런데 어느 순간 내 삶이 무료하게 느껴지기 시작했다. 이왕 시간 들여서 하는 일인데, 어차피 해야 할 일인데, 이렇게 재미없게 하는 게 맞는걸까? 이렇게 해서 과연 나한테 남는 게 있을까? 생각만 많아졌다.
사상 최악이라는 취업난과 자영업자의 몰락. 이런 상황 속에서도 미래에 대한 비전을 가지고 자신만의 영역을 개척해 나가는 이들이 있다. 바로 <루키들이 온다> 속 루키들이다. 이 책의 저자는 루키를 이렇게 정의한다. 작은 아이디어에 4차 산업 기술을 접목해 기존에는 없던 시장을 만드는 사람들. 더하여 우리 삶을 더 편리하고 평등하게 만드는 제품, 서비스를 만드는 사람들이라고. 그들은 소위 학벌, 돈, 든든한 배경이 있었던 사람들이 아니다. 우리네와 같이 평범한 사람들이었지만 달랐던 점이 있다면 단 하나, “재미난 일을 하고 싶은” 욕심이 있었던 사람이다.
월 매출 최고 2억원 달성, 300억 투자 등등 이들이 만든 성과를 보면 ‘에이, 저 사람들은 나랑 다른 DNA를 가졌잖아’라는 생각이 들지만 처음 이들이 아이디어를 떠올리고 그것을 발전시켜온 과정을 보다보면 우리들과 크게 다르지 않다. 친구와 수다를 떨다 아이디어를 떠올린 이도 있고, 세 번을 실패했지만 굴하지 않고 다시 도전한 이도 있고, 돈이 없어 물이 새는 지하실에서 일하며 도전한 이도 있다.
흔히들 앞으로의 세상은 없던 직업도 생겨나고, 존재하지 않던 시장도 만들어질 것이라고 한다. 하지만 아직 현실화 되지 않은 세상을 꿈꾸기란 쉬운 일이 아니다. 이 책은 먼저 그 미래를 만들어가고 있는 이들의 이야기가 담겨 있다. 그래서 우리는 이 책을 통해 미래에 대한 작은 힌트를 얻을 수 있고, 그 가능성을 엿볼 수 있다.
루키들 중 한 명으로 등장하는 인공지능 채용 서비스를 개발한 코멘토 이재성 대표는 이렇게 말한다. “오래 재고 따지고 망설이기보다 바로 부딪히며 살아 있는 경험을 해볼 것을 권한다. 내가 이 생에서 이루고자 하는 사명은 하늘에서 내려주는 천명이 아니라 내 손으로 결정하는 선택이다.”
바다 밑 깊은 곳에 있는 역사 속 보물선에 열광하고, 부동산은 천정부지로 치솟는 현실에 비추어보면 루키들의 이야기는 비현실적으로까지 보이지만 난 이들의 이야기가 정답이라고 생각한다. 아니, 그렇게 믿고 싶다. 재미있는 일을 만들어보는 것, 그걸 위해 열심히 살아보는 것. 루키들이 아직 그런 세상에 가능하다는 것을 보여줘서 참 고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