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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조인 Oct 05. 2022

남의 집 살림살이

인생 리모델링, 될까? 12

살림으로 헤매는 시간이 쌓이다 보니

내게도 나름의 안목이란 게 생긴 듯하다

다른 이들의 살림살이를 들여다볼 일이 생기면

이전에는 보지 못했던 것들이

눈에 들어온다

단순히 인테리어가 보이고

청소 상태의 청결함이 보이고 하는 것이 아니라

그 사람의 삶에  노크하게 된다 



사람은 미니멀리스트인가 맥시멀리스트인가

혹은 그 중간 어디 즈음인가를 가늠해 보는 것은 흥미롭다


그녀의 집은 얼핏 볼 때 맥시멀리트스의 집인 듯 보이지만

다시 들여다보면 그녀가 미니멀을 추구하는 경향이 엿보인다

화장실에 굳이 선반을 두지 않고 딱 필요한 목욕 용품들만 바닥에 정렬해 놓은 모습이나

아이들의 장난감 수가 많지 않은 것을 보았을 때

손님을 대접하는 잔들이 짝을 맞추지 못한 채

들쭉 날쭉한 모습들로 실용성만을 자랑하며 총동원된 모습을 볼 때

나는 그녀가 추구하는 삶의 한 부분에 미니멀이 있구나 생각하며 흥미롭다


아이들을 돌보고 부부가 함께 공부하는 상황에 맞게

책상과 컴퓨터와 책들이 많았고

시간적 여유에 가치를 둔 사람들답게 생활의 편의를 위한 식기세척기나 로봇청소기 등의 도구들이

크지 않은 집에 무게감 있게 놓여 있었다


꾸려 놓은 살림살이 속에

그들의 삶이 고스란히 드러난다



나의 살림살이를 누군가가 들여다본다면

나는 어떤 사람으로 해석될까?


얼마 전 우리 집에 방문했던 아이 친구의 엄마가

"어쩜 이렇게 깔끔하게 정리해 놓고 살아요~"라고 칭찬의 문장을 하나 던져 주고 가셨는데

그날은 마침 청소를 해 놓은 날이었고

대부분 아이들과 함께 보내는 시간들 속에서

나는 매일 살림을 포기하고

주간 행사하듯 한 번씩 살림을 놔 버리곤 한다


그러고 보니 정말

나의 삶의 모습 또한 이러한 살림살이의 모습과 닮았다

마음을 다잡았다가

마음을 놔버렸다가

살림처럼 똑 같이 나의 삶도 그렇게 흘러가고 있구나


*

지나치게 마음을 다잡느라 비장해지지 않도록

걷잡을 수 없이 마음을 놔버리곤 무력해져버리지 않도록

나는 지금  어중간하게 살자며 애쓰고 있다

적. 당. 히.라는 그 어려운 중심점에 서기 위해

오늘도 비장함은 좀 털어 내며

무력감은 좀 끌어올리며

애쓰는 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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