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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twinssoon Nov 24. 2018

다시, 쓰기를 시작하다

남매 둥이 엄마가 된 전직 육아잡지 에디터의 현실 육아 이야기

 유난히도 뜨겁던 여름이 지나고 성큼 제 자리를 찾아온 가을. 제법 서늘한 밤공기를 느끼며 서랍 속 무릎 담요를 주섬주섬 꺼낸다. '작년엔 이렇게 일찍부터 춥지 않았던 것 같은데...'로 시작한 짧은 회상은 예정일보다 두 달이나 일찍 태어난 이른둥이 둘을 데리고 하루하루 고군분투하던 작년 이맘때의 기억으로 이어진다. 너무나 작고 여렸던 두 아이는 어느덧 돌쟁이가 되어 하루하루 놀라운 기쁨을 주고, 갑작스러운 출산과 합병증으로 중환자실까지 오갔던 내 몸도 (복부 지방을 제외하곤) 제법 출산 전의 상태로 돌아온 듯하다.


 인생의 가장 드라마틱한 1년을 보내고 다시 가을을 맞은 지금, 더 늦기 전에 다시 글을 쓰고 싶다는 생각이 든다. 남들보다 조금 더 힘들었던 임신과 출산, 두 배로 어려울 줄 알았는데 닥쳐보니 제곱으로 어려운 쌍둥이 육아, 7년의 육아 잡지 에디터 생활과 아동가족학 대학원에서 보고 배운 것을 내 아이들에게 적용하며 깨닫는 이론과 현실의 괴리 등... 머릿속에 차곡차곡 쌓아둔 이야깃거리들을 하나씩 꺼내 보려 한다. 피아제는 자신의 세 자녀를 키우며 아동발달 분야의 기념비적인 이론을 세웠다지만, 나는 하루하루 사라져 가는 기억을 기록하는 데 의의를 두며, 요즘 급증하는 쌍둥이 엄마 중 1인으로서 그만큼 급증하지 않는 정보의 부족함을 달래는 하나의 사례라도 남겨보고자.

 

 미리 고백하자면 육아를 글로 배운 나는 실전에선 완벽한 초보맘이었다. 7년 예습이 무색할 만큼 할 줄 아는 게 없었다. 한 달에 열흘 이상 새벽 퇴근을 하면서도 쉽사리 놓지 못할 만큼 사랑했던 나의 일은 A부터 Z까지 '아이를 잘 키우는 법'에 관한 것이었고, 일만으로 부족해 공부를 더 해보겠다며 대학원까지 다녔는데 말이다. 육아잡지나 대학원에서 쌍둥이나 이른둥이에 대한 공부는 한 적 없다고 핑계를 대고 싶지만, 사실은 책과 현실이 이리도 다를 줄 몰랐던 것이다. 수많은 육아서와 전공 서적을 읽고, 내로라하는 전문가들을 만나며 육아에 대한 나름의 밑그림은 그려두었지만, 현실 육아에 당장 필요한 생존 능력은 여느 초보맘과 다를 바가 없었다.


 속싸개 잘 싸는 법, 목욕 잘 시키는 법, 신생아 피부관리법... 모두 기사로 다뤄본 주제였으나, 그래서 잘할 수 있다고 생각했으나, 갓 집에 데려온 두 아기는 솔직히 손도 대기 겁났다. 수면교육은 또 어떤가. 월령별, 단계별, 기질별 수면교육 콘텐츠를 두루 다뤄보고, 관련 도서도 거의 다 읽었다. 하지만 막상 내 아이의 수면교육은 제대로 못하고 있다. 이론대로 되지 않을 뿐 아니라 심지어 두 아이도 각각 다르다. 앞으로 아이를 키우면서 맞닥뜨릴 수많은 이슈들은 계속해서 나를 고민하게 할 것이다. 왜 이론대로 되지 않을까? 나는 분명 안다고 생각했는데 이건 뭐지? 그럼 어떻게 해야 할까?     


 오늘도 낮잠에서 울며 깨는 아이를 들어 안을 때 귓가에서 육아 전문가들의 목소리가 들리는 듯했다. "아이가 울면서 깰 땐 바로 들어 올리지 말고 스스로 진정할 시간을 주세요." 3초 정도 망설였지만, 난 그냥 아이를 안아 달랬다. "울 애기 나쁜 꿈 꿨어? 엄마 여기 있어." 하면서 말이다. 하루에도 수차례씩 귓가에서 전문가들의 조언이 속삭인다. 물론 모르는 것보단 아는 게 낫다고 생각하지만, 다 내 아이에게 맞는 것도 아니고 다 따르지도 못한다. 아이를 낳기 전엔 배운 대로 책대로 바른 육아 생활을 하겠다고 굳게 다짐했으나, 현실은 그때그때 상황에 따라 때론 책대로 때론 본능대로 짬뽕 믹스 육아 중이다.


 어쩌다 보니 3년이나 멈추었던 글쓰기를 다시 시작하려니 이것 역시 예전 같지 않다. 정보 전달을 위한 글쓰기, 학문적 글쓰기에 익숙해진 시간 동안 말랑했던 감성은 퇴보하고 즐겨 쓰는 형용사 리스트도 많이 짧아졌다. 그래서 다시 글을 쓰는 일은 일종의 감성회복 프로젝트이기도 하다. 마침 지금의 나는 24시간 내내 울고 웃는 원초적 감성이 폭발하는 육아 현장의 한가운데 있으니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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