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pi 13_마치 아무렇지 않은 듯이
어른이 된다는 것은 단순해지는 것이 아닐까.
나이가 들면 들 수록, 머리가 굵어지면 굵어질수록 더욱 더 많은 생각들로 머리속이 복잡해지고 행동 하나하나에 신경을 쓰며 복잡하게 살 것 같지만 그렇지 않다. 이러한 것들은 학습으로 인한 일련의 과정이며, 성장하며 가지는 선입견, 고정관념에 사로잡혀 행동 양식이 점점 단순해지는 과정이다.
내 나이 어릴 때, 되려 즉흥적이었고, 생각이 없던 철 없던 시절의 내 모습이 되려 더 복잡하지 않았을까?
거침이 없었다. 신경쓸 일도, 사고도, 시간도 존재하지 않던 시절. 그 시절이 문득 그립다.
그래서 오늘 밤 좀 삐딱해져 본다.
내일있을 출근길이 두렵지 않다. 좋아하는 이들과 술 한잔을 걸친다. 좋아하는 드라마를 보고 거기에 나오는 OST가 마음에 들어 음악을 찾아 듣다가 노래를 따라 부르다가 방 한 구석에 모셔둔 기타를 꺼내든다. 어느새 시간은 자정을 향해 달려가고 있지만 상관없다. 오늘 밤 난 삐딱하니깐. 난 오늘 아주 심각해. 내가 원하던 것, 하고 싶은 것들에 집중하기에도 복잡하니깐.
내일이면 또다시 아무렇지 않게 정해진 시간에 일어나고, 출근을 하고, 배 속이 텅 비어갈때쯤 계단을 걸어 지하식당으로 내려가겠지. 퇴근 시간만 기다리다 불금을 지각하며 회사문을 박차고 나오는 순간 늘상 느끼던 행복감에 미소짓겠지.
어른이 된다는 건 단순해진다는게 아닐까.
주어진 공간, 주어진 테두리 속에서 고군분투하며 살아가는게 아닐까.
마치 아무렇지 않은 듯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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