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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양양b Sep 26. 2022

멋진엄마 말고 그냥엄마 하자 우리

엄마 해방군 사령관을 꿈꾸다 2편

결혼이 늦었다. 자연스럽게 출산도 늦었다. 엄마가 되고 나니 아이를 중심으로 새로운 관계들이 생겨났다. 출산의 고통을 비슷한 시기에 나누며 동지애가 생겨버린 육아 동지들은 엄마라는 이름만으로 공감대를 형성하며 빠르게 가까워지게 되었다. 아이 나이에 맞춰진 관계이다 보니 엄마들 사이에서는 대부분 내가 연장자였다. 그런데 이야기를 나누다 보니 직장생활은 내가 제일 오래 했는데도 나는  관심사에만 조금 더 지식이 있을 , 그들은 사회, 경제, 교육  모든 분야에서 나보다 훨씬 지식이 많고 지혜로웠다. 나보다 너무도 어른스러워서 그동안 나는 너무 철 없이 살았나 새삼 반성을 하게 될 정도였다.


이런 내가 좋은 엄마가   있을까 불안했다. 나이도 많은데 나만 뒤처지고 있는  아닐까. 나도  은 정보를 알아야 하는 건 아닐까 싶었다.



그런데 아무리 엄마가 되었다고 해도 사람은 하루아침에 바뀌지 않는다. 각자 살아온 환경이 다르고 가치관이 다르다. 나는 현재  관심사가 아니면 백번 설명을 들어도 귀에 들어오지 않는다. 그냥 내가 하고 싶은 대로 해보면서 배우는  나란 사람이다.


육아서에도 공통적으로 등장하는 문장은 엄마가 자신을 충분히 이해해고 믿을 수 있어야 아이의 아이의 성향과 욕구도 인지하고 받아들일 수 있다는 것이다. 아이와의 갈등이 생기는 원인도 결국엔 내가 자라온 환경이나 부모와의 관계를 돌아봐야 알게 된다고 한다.



남들과 비교하며 주눅 들지 말고 나는 그냥 나인 채로, 나 같은 엄마로 살기로 했다.

지금까지 내가 살아온 대로 내가 하고 싶은   하고, 그것을 아이와 함께   있는 방법을 찾기로 했다. 



내가 좋아하는 게 뭘까, 내가 하고 싶은 건 뭘까 종이를 펴고 적어봤다.

산책하기, 카페에서 멍 때리기, 자전거 타기, 친구들 만나서 수다 떨기, 여행 가기...


좋아하는 일 중에 대단한 건 없구나, 그리고 나란 인간은 집에서 하는 일은 좋아하는 게 없구나.

우선 밖으로 나가자!


아이가 어린이집에 가기 전에는 아이와 함께 산책을 나가고 육아 동지들과 함께 소풍을 갔다. 대기 걸어둔 어린이집에서 연락이 왔을 때는 드디어 자유를 얻었다!! 하며 기뻐했고, 그동안 미뤄둔 운동을 다시 시작했다. 신나게 밖으로 나돌아 다니며 에너지를 얻고 나니 내적 충전도 필요하겠다 싶어서 독서모임에도 참여했다. 혼자서는 꾸준히 못하는 걸 알기에 커뮤니티에 나를 묶어두며 환경을 조성했다. 내 일상을 SNS에 올리며 온라인 친구들과 소통도 하고 그 인연으로 온라인 독서모임도 운영하게 되었고 브런치 작가에도 도전하게 됐다.


그렇게 내가 하고 싶은 일을 하며 하루하루 지내다 보니 불안함은 점점 사라지고 설레는 일들이 생겨났다.



이런 나를 보며 누군가는 신기해하기도 하고, 누군가는 나를 닮고 싶다고도 했다.

언니의 라이프스타일을 닮고 싶어요
아이를 낳고도 언니처럼 나를 잃지 않고 살고 싶어요
언니처럼 멋진 엄마가 되고 싶어요


이런 말을 들으면 부끄럽다. 나는 멋진 엄마가 아니다. 그냥  욕구에 조금  충실한 엄마일 뿐인데, 엄마가  여성들은 엄마의 역할을 해내느라 내가 하고 싶은 일을 하기가  어렵구나 라는걸 느꼈다.






우리 사회가 만들어놓은 엄마의 모습은 너무도 이상적이다. 관찰 예능프로그램을 보는데 연예인 엄마로 일을 하면서도 아이들 밥도 손수 해먹이고 남편 내조까지 하면서 가족과 함께 있을 때가 제일 행복하다는 인터뷰를 보고 '뻥치고 있네!'라며 욱하는 사람이 바로 나다.



나는 티비 속 그런 완벽한 엄마가 아니다.

나는 살림에 재능도 없지만 흥미도 없다. 피곤하면 살림은 뒷전이고 우선 쉰다. 피곤에 절어 아이에게 짜증을 내느니 청소를 대충 하더라도 가족에게 친절하게 대하는 편을 택한다. 요리도 못한다. 매일 비슷한 야채를 볶아주고 대기업 엄마의 국을 애용한다.(나중에 우리 아이는 마트에서 엄마의 집밥을 쉽게 구할 수 있을 것이다.) 미디어도 잘 보여준다. 저녁 먹고 나서 우리 가족은 각자의 공간에서 쉬며 미디어 타임을 가진다. 나 대신 영어 동요도 들려주고 전국 키즈카페에 다녀주는 유투버님들께 너무도 감사하다.



그런데도 내가 멋지다고? 나를 닮고 싶다고??



그들보다 내가 조금 잘하는 것이라면 완벽한 엄마에 대한 기대치를 내려놓고, 나를 챙기고 노는 일이다. 같은 운동을 취미로 하는 남편을 만나서 우리 부부는 스트레스 해소를 운동으로 하는 걸 서로 알기에 출산 후에도 나는 꾸준히 운동하는 시간을 가졌다. 그리고 정보를 얻는 방법으로 아직도 책이 편해서 독서는 꾸준히 하는 편이다.(인터넷을 잘 활용하지 못하는 기계치에 아날로그 인간일 뿐이다.)



나는  해오던 일이라 대단하다고 여기지 않았는데 엄마로 살면서 내 시간을 내서 무언가를 하고 내 욕구를 충족시키는 일이 쉽지 않은 것은 분명한가 보다. 아이에게 맞춰진 일상에 익숙해지다 보니 내가 무엇을 하고 싶은지도 모르겠고 그럴 여유도 없다는 엄마들이 많은 걸 보면 말이다. 그녀들에게 나는 말한다.



멋진 엄마가 되려고 하지 마~
엄마로 살아가는것만로도 대단한데
무슨 멋진 엄마까지 되려고 해~

그냥 우리가 하고 싶은 거 하고,
멋진 엄마 말고 그냥 엄마 하자 우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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