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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에작가 May 02. 2021

다섯 번째 이야기. 다시 출발점에 선 나 -3-

청년취업성공패키지의'허'

"내 친구도 그거 한다고 하던데... 친구 얘기 들어보니깐 내가 내는 세금 아까워 죽겠어."


 무더웠던 2018년의 어느 여름날. 회계 자격증을 따기 위해 한창 학원을 다니던 그 어느 날. 대학교 입학 때부터 지금까지 가깝게 지내는 여사친을 만났던 날이었다. 여느 때처럼 우리는 서로 사는 이야기를 주고받으며, 술자리를 가지고 있었다. 그러던 중. 지금 내가 하고 있는 취업성공패키지에 대한 이야기가 술자리에 올라왔고, 그 친구 말대로 그때의 취업성공패키지는 완벽한 정부의 프로그램은 아니었다.




 내가 다니던 곳에는 그런 사람이 보이지 않았지만, 여사친의 동네 친구가 다니던 곳은 달랐다. 그곳에는 단순히 한 달에 30만 원이라는 '꽁돈'을 받기 위해 당장 취업하고자 하는 의지는 없으나, 학원을 다니는 사람들이 여럿 있었다. 취업성공패키지 2단계에서는 신청한 강의의 커리큘럼이 진행되는 동안 계속해서 매월 지원금이 지급되었는데 아마도 이 부분을 노린 듯했었다. 때문에 강의의 목표는 다를 게 없었지만, 상대적으로 3개월이나 기간이 길었던 곳에 사람들이 많이 몰린 듯했다. 친구의 말을 들으며 취업성공패키지가 관리되는 모습을 봤을 때 충분히 프로그램의 허점을 노리고 신청하는 사람들이 없지는 않겠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정부의 프로그램이 그렇듯이. 많은 사람들을 관리하고 지원하기엔 인력이 부족하기에 직접적인 관리보단 기관을 선정해서 위탁 관리하는 형태로 1단계부터 3단계까지 진행되는 모습을 가지고 있다. 그리고 프로그램을 신청한 사람에게는 생활비를. 그리고 위탁받아 관리하는 기관 및 학원에는 지원금을 지급하는 형태로 예산이 집행되는 듯했다. 그리고 취업성공패키지 3단계를 경험하면서 기관은 이 지원금을 받기 위해, 실질적인 도움보다는 보여주기 식으로 취준생을 관리하는 듯한 느낌을 받을 수밖에 없었다.


 취업성공패키지의 마지막 단계인 3단계. 그동안 노력을 통해 얻은 스펙을 바탕으로 구직자의 취업을 알선하는 활동이 주인 단계이다. 하지만, 이 3단계를 진행하는 동안 내가 느낀 건. 구직자의 취업을 뒤에서 도와준다는 느낌보다는 단순히 이 사람이 구직활동을 했는지 안 했는지 여부만 확인하는 느낌이 강하게 들었다. 앞선 단계와 마찬가지로 3단계에서 구직활동 지원금을 받기 위해서는 매 달 한 번 기관에 방문하여 구직활동 보고서를 작성해야 했는데, 내가 어떤 기업에 지원했는지에 대해선 관심이 없었고, 구직사이트를 통해 지원한 기업이 몇 군데 인지만 확인할 뿐이었다. 취업준비를 한 사람은 알겠지만, 흔히 잡ㅇㅇㅇ, ㅇㅇ인 같은 구직사이트의 경우 '즉시 지원'이라는 기능이 있어, 대충 작성한 이력서를 가지고 해당 기업에 지원할 수 있다. 이 부분을 악용한다면 실제로 구직의사가 없어도 구직의지가 있다고 판단하여 지원금을 받을  수 있는 부분이 생길 수밖에 없다. 3단계를 진행하면서 나는 다른 사람들의 소중한 세금이 애먼 곳에서 줄줄 새고 있다는 느낌을 받을 수밖에 없었다. 


 그리고, 한 가지 더 실망한 점은 3단계를 진행하는 동안 기관 사람의 태도였다. 3단계를 시작할 때 내가 기대했던 것은 세심한 관리까지는 아니더라도 정보 싸움인 채용시장에서 내게 맞는 채용공고를 찾아서 알려주는 것이었다. 하지만, 상담을 통해 내가 말했던 조건들은 어느새 사라져 버렸고, 굳이 시간을 들여 지원을 하고 싶지 않은 채용공고들만 내게 전달해 줄 뿐이었다. 그 마저도 손에 꼽을 만큼 많지는 않았다.


"OO님, 제가 계속 찾아보고 있는데 마땅한 채용공고가 눈에 보이지가 않네요."


 채용공고를 전달해 줄 때마다 배정된 상담사의 성의 없는 변명이었다. 두 번째 취준을 하는 동안 수많은 기업에 지원서를 넣었는데, 상담사가 추천해준 공고와 겹치는 부분이 하나도 없었다. 처음에는 배정받는 구직자수에 비해 필요한 인력이 부족해서 세심히 관리를 못할 수도 있겠다는 생각을 했었다. 하지만, 두 번째 회사에 입사한 뒤 얼마 지나지 않아 받은 연락에 나는 그것이 아님을 깨달았다.


'만약 노동부(혹은 고용센터)에서 연락 오면, 제가 추천해 준 곳에 들어갔다고 말씀 해주세요.'


 뻔뻔했던 상담사의 마지막 말. 이 말을 들으면서 나는 기관도 배정받은 구직자의 결과에 따라 뭔가 보상이 있다는 것을 어림짐작 했다. 그렇지 않고서는 굳이 저 말을 남길 필요가 없었으니까 말이다. 실제로는 노동부 또는 고용센터에서 확인하는 연락이 오지는 않았지만, 만약 연락 왔다면 나는 이렇게 얘기했을 것이다.


"기관에서 추천해준 곳 말고, 제가 알아서 들어갔어요."




  청년취업성공패키지. 청년 구직자. 특히 지방에서 홀로 서울에 올라와 구직활동을 하는 나와 같은 사람들에게는 취준을 하는 데 있어서 가장 큰 문제를 해결해주는 좋은 정책 중에 하나인 것은 분명하다. 하지만, 정말 2030 청년들의 실업문제를 해결하고자 한다면 좀 더 세심하고 치밀한 부분이 필요하다고 느낄 수밖에 없었다. 자신이 낸 소중한 세금들이 허투루 쓰이는 걸 좋아하는 사람은 하나도 없으니까 말이다. 


 고마움과 함께 아쉬운 부분이 느껴질 수밖에 없었던 취업성공패키지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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