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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ELUSY Jun 10. 2024

성공을 이야기하는 방법

'돈의 속성'을 읽고나서 드는 몇 가지 생각



 서점에 깔린 자기개발서들을 훑다 보면 재미있는 공통점을 발견할 수 있다. 서로 다른 제목을 가지고 전혀 다른 이야기를 하는 것처럼 보이는 책들이 근본적으로는 같은 주제를 말하고 있을 때가 많다는 것이다. 


 모든 사람들이 바라 마지않는 것, 그러나 누구에게나 쉽지 않은 그것, 바로 '성공'에 대한 이야기다.


 SNOW FOX의 창업자이자 '김밥 파는 CEO', '사장학개론'의 저자이기도 한 기업가 김승호는 자신의 저서 '돈의 속성'을 통해 성공, 특히 경제적 자유에 대해 말한다. 


 돈이란 감정을 가진 하나의 인격체이며, 부자가 되기 위해서는 돈을 소중히 여기고 함부로 대하지 말아야 한다고 주장한다. 그러면서도 끊임없이 투자하고 자신의 사업을 일구어 돈으로부터 자유로워지라고 말한다.


 7번의 실패 끝에 일궈낸 사업의 성공, 무일푼에서 시작해 수천억대의 부자가 된 저자의 이력은 확실히 경제적 자유를 꿈꾸는 사람들이 귀감으로 삼을 만하다. 


 아마도 경험에서 우러났을 몇몇 조언들 역시 꽤 도움이 된다. 특히 방향성 없는 열정을 경계하며 뚜렷한 목표를 세워야 한다는 말과, 생명이 사라져야 돈을 버는 영역에는 투자하지 않는다는 그의 철학에는 고개가 끄덕여진다.


경제적 자유를 꿈꾸지 않는 사람이 과연 있을까


 그러나 그 외에는 다소 고개를 기울이게 만드는 내용이 여럿 보인다. 몇 가지만 꼽아보자면 다음과 같다.


 책에서는 성공적인 주식 투자와 사업 성공이 부자가 될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이라고 주장한다. 그러니 '열심히' 주식 공부를 해서 '안정적인' 주식을 길게 보고 투자해야 하며, 부지런히 발품을 팔아 남들이 생각하지 못한 아이템을 찾아서 창업하라고 이야기한다.


 물론 틀린 말은 아니다. 그러나 돈의 속성이라는 걸출한 제목을 내건, 527페이지나 되는 책의 70%가량을 차지하는 내용이라고 보기에는 지나치게 피상적인 설명이라는 생각을 지울 수 없다. 진지하게 주식을 공부하거나 사업을 준비 중인 사람이라면 너무나 당연하다고 느낄만한 내용이지 않을까.


 창업에 관한 저자의 지나치게 강한 확신 역시 받아들이기 어렵다. 대기업에 들어가 임원이 될 확률은 0.7%이고, 사업으로 성공할 확률은 이보다 14배 이상 높으니 비효율적인 경쟁에 몸담지 말고 하루라도 빨리 창업하라는 말은 다소 무책임하게 들린다. 


 대기업 임원이 되지 못한 것을 가리켜 실패라 이름 붙일 권리를 가진 이는 어디에도 없으며, 사업 실패에 따른 리스크는 대기업의 '비효율적인' 경쟁과는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치명적일 수 있기 때문이다. 


 사업 실패도 권리이며, 특히 젊은이의 실패는 특권이 포함된 권리라는 말 역시 무책임하기는 마찬가지다. 저자처럼 여러 차례의 실패에도 다시 일어날 수 있는 사람도 분명 존재하겠지만, 경우에 따라서는 단 한 번의 실패조차 용인되지 않는 환경에 놓인 이들도 부지기수이기 때문이다. 실패에 대한 현실적인 내용이 조금 더 있었으면 어떨까 하는 아쉬움이 남는 부분이다.


누구나 이익을 볼 거라 판단하고 매수한다. 물리기 전까지는


 다소 산만한 전개 방식 역시 이해를 어렵게 만드는 요소이다. 주식 투자와 일정한 수입의 힘에 대한 이야기를 하다가, 갑자기 다른 사람의 돈을 함부로 대해서는 안된다는 이야기로 넘어간다. 그러다 돈의 태도에 대한 내용이 본 궤도에 오를 즈음 다시 주식 투자에 대한 주제로 돌아온다. 


 강연자이기도 한 저자의 강의 내용을 책으로 추려놓은 것이라고 생각한다면 이해가 가지 않는 것은 아니다. 그러나 이러한 편집과 서술이 책이 주장하고자 하는 바를 약화시키고 중언부언하는 것처럼 보이게 만들었다는 데에는 의심의 여지가 없다. 


 마지막으로 각 주제마다 등장하는 과도한 비유는 이해를 더욱 어렵게 만든다. '돈이 돈을 낳는다'라는 간단한 말을 중력에 빗대어, 아마존 강과 지구의 질량에 대한 구체적인 수치까지 언급하며 설명하는 부분에 이르러서는 본말전도라는 단어를 떠올리게 한다.



 '성공한 사람의 인생은 성공한 이후에 포장되어 평범한 사람의 인생을 망친다'라는 말이 있다. 성공을 말하는 수많은 자기개발서가 꾸준히 비판에 시달리는 이유는 시선을 사로잡는 제목과 저자의 경력에 비해 다소 얕은 내용과 주관적인 주장을 다루는 경우가 빈번하기 때문이다.


 사람들이 자신의 이야기에 고무되기를 바란다면, 그래서 진정 그들이 또 다른 업적을 이루어내기를 바란다면 조금 더 간결한 문장을 사용해 자신이 겪었던 성공과 실패에 대해 담담하게 이야기해 보는 건 어떨까. 


 분명 그 편이 더 큰 도움이 될 것이다. 장황하고 추상적인 언사로 성공의 달콤함만을 설파하는 것보다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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