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y
Ilkown Kim
Nov 20. 2019
#일일단상 #중독 #포기2
그는 포기가 습관이 되었다.
습관처럼 옷을 사는 것을 포기했다.
밤에 운동을 하고 나면 들러야 했던
만원 4개 수입맥주를 살수 있는
편의점에 들르는 것을 포기했다.
매월 트렌드를 놓치지 않기 위해서
구매했던 잡지를 포기했다.
프로젝트를 끝내면 의무감 혹은
동지애로 동료들과 즐겨야 했던 회식도 포기했다.
세심하게 골라 담았던 싱글 오리진 커피 원두도 포기했다.
혼자서 들르던 바도 포기했다.
더 심했던 장소들도 포기했다.
성공의 원천이라 생각했던
사람들과의 약속도 포기했고
그 약속을 가장한 모임도 포기했다.
모임의 술도 자연스럽게 포기되었다.
포기하고 나니 값진 것만 남았다.
매일 술잔을 들던 손에는
아무렇게나 내린 적절하게 쓰고 신 커피가 남았다.
옆에는 잡지 대신 도서관에서 빌린 두꺼운 책이 남았고
매일매일의 모임 대신 주말에만 보았던 가족과의
따뜻한 식사가 남았다.
선심 쓰듯 허락했던 독박 육아는 독점 육아로 변했고
휴가 때만 가질 수 있었던 여행의 쉼이 일상이 되었다.
다른 사람보다 오롯이 나에게 관심을 가지게 되었다.
#실화인듯실화아닌실화같은얘기
#그래도가끔술한잔은하겠죠
#사람들은만납니다 #백수예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