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편
중1 장래희망 정하기 시간, 우리반 어떤 여자 아이가 자신의 꿈을 카피라이터라 써서 냈다.
카피라이터라는 직업을 마주한 건 그게 처음.
그 뒤로 애니메이션에 빠지고, 일본 소년 만화를 접하고, 자연스레 일본 영화와 예능을 보면서 또 자연스레 일본 광고를 많이 보게 되었다. 우리와 비슷한 듯 다른 일본 감성은 결국 나를 카피라이터의 길로 안내했더랬다.
서울에 올라온 뒤, 엑셀에 차곡차곡 모아온 카피가 약 9천 개 정도. (2년째 정리 중..)
그 중 내 가슴을 뻐렁치게 만든 몇 가지만 골라봤다.
오늘은, 내일의 추억입니다
- SONY 핸디캠
우리들은, 가족의 온난화에 찬성합니다
- 아지노모토
취미라면, 진심으로
- 캐논EOS 60D
사랑은 식탁에 있다
- 큐피 마요네즈 (슬로건)
교실의 창문은 왼쪽에 있다
너의 글씨가 손 그림자에 가려지지 않도록
- YKK AP 창호
NO MUSIC, NO LIFE.
- 타워레코드
나는 아직 아무것도 아니다. 그래서 무엇이든 될 수 있다.
너는 분명 상상 이상이다. 잠재력을 끌어내라.
- 포카리스웨트
좋은 패스는, 달리는 사람에게로 날아온다
- 리크루트
별의 수만큼 사람이 있고,
오늘 밤 당신과 마시고 있다
- 산토리 위스키 Hibiki
마음에, 모험을.
- 출판사 신조사의 여름추천도서 100선
한숨이 많은 나라이니까
- 메이지 XYLISH
사랑은, 먼 옛날의 불꽃이 아니다
- 산토리 올드 위스키
별이 되어도, 달을 걷고 있을 거야
- 마이클잭슨 유품 전시회
고백을 받았다
이번엔 천천히 사랑을 해야지
- 요시노가와 사케
10대에 흥얼거린 노래를, 사람은 평생 흥얼거린다
- SONY 워크맨
일본 광고에는 뭐라 설명하지 못할 어떤 포인트가 있다.
때론 지나치게 솔직하고, 때론 돌려 말하기 선수들이다.
별 것 아닌 말들도, 연못에 돌 던진 듯 마음에 큰 파장이 생긴다.
카피는 쓰는 것이 아니라 던지는 것이라고 말했던
일본의 어느 카피라이터의 말이 떠오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