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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뮤 Jun 30. 2023

경력 이직, 연봉 협상의 기술

내가 가진 카드 잘 쓰는 법

여러분, 면접이라는 산을 하나 넘었는데 또 다른 산이 나타났습니다. 연봉 협상이라고 불리는, 처우 협의의 과정이죠.


괜히 얼굴을 보고 돈 이야기를 하는 게 껄끄럽다는 생각에 인사팀 또는 회사가 제시한 1차 제안을 그대로 수용하시는 분들도 많을텐데요. 처우협의를 제안 받은 자리에서 꼭 결정을 하지 않아도 괜찮고, 조금 더 고민해보고 연락을 드리겠다고 한 뒤 메일 등 비대면의 채널로 연락을 하는 방법도 있으니, 조금 더 숙고해보고 결정하시면 좋을 것 같아요. 우리가 이직을 한다는 것은 새로운 환경에서 새로운 사람들과 새로운 업무에 적응해야 한다는 리스크를 안고 가는 길이기도 하니까요.


그럼, 아주 작고 소소한 연봉협상의 기술을 알려드릴게요.




첫째. 내 카드를 먼저 보여주지 마세요.

일단, 처우 협의를 임하는 여러분들의 마음 속에는 ‘최소 연봉이 이 정도는 올랐으면 좋겠다’라고 하는 기준이 있으실 거예요. 그러나! 인사팀에서 먼저 요청을 한 것이 아니라면, 굳이 그 금액을 먼저 인사팀에 밝히지 마세요. 그 금액이 협상의 닻(기준)이 되기 때문입니다.


인사팀은 지원자에 대한 서류 및 면접 평가 결과와, 연봉 협상 전 지원자에게 요청을 해서 받은 서류들을 가지고 협상에서 제시할 계약 연봉 금액의 상한을 정해놓습니다.


만약 인사팀에서는 최후에 15~20%까지도 협의할 마음이 있었는데, 지원자가 10%를 원한다고 답변하면 어떻게 될까요? 회사는 무조건 10%나 그보다 낮은 퍼센트에서 협의를 하려고 할 겁니다. 인사팀 채용담당자의 KPI는 적은 비용을 들여 좋은 인재를 데리고 오는 것인데, 굳이 지원자가 원하는 것 이상의 돈을 제시하지는 않겠죠.


따라서, 되도록이면 인사팀에서 먼저 연봉을 제안하도록 하고, 그 금액을 보면서 연봉협상의 전략을 짜는게 좋습니다.




둘째. 내 카드를 보여줘야한다면, 나눠서 보여주세요.

내 카드를 먼저 보여주지 않는 게 유리하긴 하지만, 피해갈 수 없는 경우들이 생깁니다. 지원서에 희망 연봉을 적으라고 하는 경우도 있고, 지원자에게 희망 연봉을 먼저 선제시하도록 하는 경우도 있으니까요.


통상적으로는 이직을 하면 10~20% 수준으로 연봉 협상을 하는 것 같긴 한데요. 주변 사람들의 인맥까지 총 동원해서 업계 또는 해당 회사의 평균 테이블을 한번 더 체크해 보시는 게 좋을 것 같긴합니다. 아무튼, 이직자들이 평균적으로 10~20% 수준으로 연봉 협상을 하는 것 같다면 우리도 비슷한 수준으로 목표를 삼아야겠죠. 무조건 최저치(10%) 보다는 더 좋은 조건으로 협의를 한다는 생각으로 평균 이상~최대치(15~25%) 수준으로 선제시를 해주세요.


내가 1차 금액을 제시할 때는 희망 연봉과 함께 그 연봉을 제시하는 이유를 덧붙이면 좋습니다. 예를 들어 1) 업계 평균 연봉 상승률이 xx% 수준이라던지 2) 현 직장에서도 xx% 수준으로 상승해왔다던지 3) 승진대상자이기 때문에 이직을 하지 않고 현재 회사에 남아 승진을 할 경우에도 xx%의 연봉 상승이 예상된다던가 4) (연차 시기가 연말-연초일 경우) 현재 회사에 남아있으면 지급받을 수 있는 인센티브를 포기해야한다던지 인사담당자가 납득할 수 있는 1차 정보들을 제시하는 겁니다.


이를 바탕으로 인사팀에서 제시해 온 금액이 아쉽거나조금 더 협상을 해보고 싶다면, 서류상으로는 확인할 수 없는 심층적인 근거들을 좀 더 제시하는 게 좋습니다. 예를 들어 1) 이직을 하고자 하는 회사에 도움이 될 만한 경험이나 지식을 가지고 있는 지원자라는 것을 어필한다거나 2) 현 직장에서 몇 년동안 좋은 인사 평가를 받아온 우수인재 임을 보여줄 수 있는 근거를 첨부한다거나 3) 현재 동시 지원 중인 타 사에서는 xx%의 연봉 상승을 제안했다던가 하는 구체적인 근거와 수치를 근거로 제시해 추가적인 연봉 상승을 요청하는 거죠.


1차 협상에서 내가 가진 모든 카드를 한번에 제시하게 되면 이후 추가 협상을 할 카드가 사라지기 때문에, 협상을 할 때 상대에게 공개하지 않는 카드를 남겨놓음으로써 이후의 협상을 대비하면 좋습니다. 그러나 아무리 중요한 카드라고 하더라도 협의가 많이 진척된 상태에서, 너무 뒤늦게 내놓으면 협상카드로 쓰지 못할 가능성이 있으니 2차~3차 협상 과정 내에는 카드를 제시할 것을 제안드려요.




셋째. 혹시 카드가 충분하지 않다면, 연봉계약서를 꼼꼼하게 뜯어 보세요.

혹시, 협상으로 사용할 수 있는 카드가 충분하지 않으신가요? 그래도 포기하긴 이릅니다. 현재 회사의 연봉 계약서와 새 회사에서 제안하는 연봉계약서를 꼼꼼하게 뜯어 보면서 협상을 할 수 있는 틈을 발견하면 되니까요.


Check 1. 계약연봉의 구조 확인해보기

현 직장과 새 직장의 계약연봉 구조를 비교해보세요. 예를 들어, 식대비나 명절상여의 포함 여부에 따라서 내가 실질적으로 받게 될 월급이 달라질 수 있거든요.


만약 현회사의 연봉에는 상여가 포함되어 있지 않은 구조인데, 새 직장에서는 기본 연봉에 상여를 포함하여 최종 인상률을 제시한 것이라면 상여금은 별도로 두고 '기본급'을 기준으로 인상률을 높여줄 것을 요구하는 거죠.


예를 들어, 인센티브는 경영상태에 따라 미지급되거나 변동될 수 있기에 ‘기본급’을 기준으로 연봉 인상을 해줄 것을 요청해보는 겁니다.


Check 2. 성과급 지급 기준 확인해보기

현 직장에서 제시하는 성과급의 기준과 새 직장에서 제시하는 성과급의 연봉 기준을 각각 확인해보세요. 성과급의 기준이 연봉 기준인지, 월급 기준인지에 따라 큰 차이가 날 수도 있습니다. 연봉의 80 % vs 월급의 80% 이렇게만 비교해 봐도 얼마나 금액 차이가 커질지 아시겠죠?


Check 3. 현금성 복지나 고정 수당 확인해보기

식대비, 통신비 등 월급형태로 고정적으로 받는 수당 또는 복지포인트 등 현금성 복지에서는 차이가 없는지도 확인해보세요. 현 직장에서 월급 이외에 받고 있었던 현금성 복지나 고정적 수당이 많다면, 이를 고려하여 다시 연봉을 다시 제안해달라는 요청을 해볼 수도 있겠죠.




마지막. 계약 연봉이 아닌 다른 카드들을 제안할 수도 있어요.

계약 연봉에서의 협상이 쉽지 않다면, 다른 카드를 유연하게 제안해 보는 것도 방법입니다. 예를 들어, 이직 시기 때문에 현 회사-새 회사 모두에서 인센티브를 받지 못하는 상황이라면 사이닝보너스 등 1회성 보상을 제안해 보는 거죠. 스타트업의 경우에는 스톡옵션을 제안해 볼 수도 있겠네요.




처우 협의에서 유리한 포지션을 가져가고 싶다면, 무엇보다 내 가치에 대해 정확하게 이해하고 이를 명확한 근거로 설명할 수 있어야 해요.


당장 이직 또는 처우협의를 앞두고 있지 않으시더라도, 나의 가치들을 보여줄 수 있는 '객관적 근거'들을 잘 찾아서 기록해 놓으시길 바라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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