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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 오래간만의 꿈

#일기예요

by 마음씨
2024년 말, 한 해가 저물기 직전의 큰 사고 소식을 들은 며칠 후의 기록.


마음이 너무 쓰리고 황망한 가운데 좋아하는 작가님의 그림을 넋놓고 들여다 보다 잠이 들었다.


꿈에, 엄마와 함께 어떤 전시회를 다녀왔다. 엄마가 꿈에 나온 것이 정말 오래간만이었는데, 우리는 딱 내가 스무 살 쯤이던 시절 같이 여기저기 돌아다닐 때와 똑같았다. 그림들은 내가 들여다보다 잠든 작품들과 비슷했고 엄마와 내가 좋아해 마지 않는 꽃 장식들도 가득한 갤러리, 아니 갤러리 라기 보다는 오래된 주택을 개조한 것 같은 한옥 느낌 물씬 풍기는 고택이었다.


엄마랑 나는 나란히 걷기도 하고 같이 이런 저런 감상을 말하기도 하고 따로 떨어져 구경을 하기도 하고, 마지막에는 작가님과 인사도 나누고 라운지 공간에 걸려 있는 가장 큰 작품을 하염없이 바라보면서 역시 저 작품이 제일 아름다워서 저렇게 놓여 있나보다 얘기도 했다.


엄마를 또렷하게 알아보지는 못했다. 모든 게 너무 자연스러워서 당연히 엄마인 줄 알고 있었을 뿐.


엄마가 세상을 떠났을 때, 나는 비로소 죽음이 얼마나 우리 곁에 가까이 있는가... 코 앞에 언제나 얼굴 바짝 들이대고 있는 죽음에 대해 생각하게 되었다. 오늘 나에게 주어진 모든 것들이 처절하게 귀하고 소중하다는 것을, 그리고 어느덧 때가 오면 다소 애잔하면서도 행복한 마음으로 홀연히, 홀가분하게 떠날 수 있기를 바라는 삶을 살게 되었다.


나는 애도의 기간을 온전히 통과하기까지 대략 8년 정도 걸린 것 같다. 뒤엉킨 줄도 몰랐던 실타래를 하나 하나 다 풀어내는 데에는 생각보다 오랜 시간과 정성이 필요했었다.


지금 차갑게 나뒹굴고 있을 그 모든 마음들을 감히 다 헤아릴 수가 없다. 멀리, 하지만 곁에서, 고통의 파장 가운데 가만히, 함께 서 있는 것 밖에는 내가 할 수 있는 일이 없다. 살아남은 분들과, 남은 이들의 삶이 시간이 걸리더라도 부디 되돌아오기를. 그 과정의 힘겨움이 조금이나마... 덜어지기를. 그런 허망한 기도의 정성이 내가 할 수 있는 전부다.



원문글: https://www.instagram.com/p/DELGqjryCO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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