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기예요
어린이 하교 후 축구 수업까지 시간 간격이 좀 있어 연습장에 일찍 도착했다. 다들 도착 전이고 어떤 어머니 한 분만 아이랑 같이 몸을 풀고 있는데 깜짝 놀랄 정도로 공을 잘 차주는 것이다. 우리집 어린이가 다가가자 아이들에게 공을 넘겨주더니 갑자기 나에게 다가와서 엄청 쾌활하게 인사를 건넸다.
여기 부모들 어느 집이나 오후 일상이 죄다 이렇게 라이드 라이드 라이드여서 대기하는 엄빠들끼리 안면 트고 스몰톡 하면서 친해진다. 하지만 나는 그동안 대부분 차에서 내려주고 바로 픽업하고 반복했지 거의 수업 현장까지 따라 들어간 일이 없었다. (이건 한국에서도 마찬가지... 학부모 네트워크 그런 거 없고 오로지 가정통신문에 간신히 의존ㅠ)
오늘도 처음 찾아가는 연습장이라 따라 들어갔지 안 그랬으면 주차장에서 어린이만 떨궜을텐데. 깜놀해서 같이 인사하고 누구 엄마인지 소개하고 수업 시간표나 장소 이런 얘기 잠깐 하다가, 날씨 좋다 얘기하다가, 뷰 얘기하고 어디 사는지 얘기하다가, 그 가족이 산다는 데가 마침 남동생네랑 가까워서 어 그 동네 내 남동생 살아, 아 그래? 동생네 아이가 몇 살이니, 음 미취학이라 잘 모르겠는데 걔넨 여기 오래 살았고 우린 온지 몇달 안됐어, 어디서 왔는데? 아 우린 한국에서 왔어.
그러자 그 어머니 갑자기 awesome! 하더니 축구 경기하러 대구에 가본 적이 있다는 거다. 우와 그럼 너 선수였어? 응, 나랑 남편 둘 다 선수였고 지금도 플레이 해. 와 멋있다... (그런데 아까 수업 시간표 얘기할 때 분명 딸래미 한 명은 지금 다른 데서 짐내스틱 수업을 하고 있고 막내는 저녁에 픽업해야 한다고 했는데, 아이 셋이란 말인가)
그 사이 수업시간이 가까워지면서 부모와 아이들이 더 많이 등장하고 있었다. 연습장소 이동 때문에 평소보다 더 많이 따라온 것 같기도 하고.. 다들 서로 처음 보는 것 같은데 넘나 금방 인사하고 스몰톡 시작하는 와중에 나는 남아있을 자신이 없어서 재빨리 주차장으로 도망 (!!) 어린이 기다리며 인스타그램이나 끄적인다.
오늘의 생각
1. 스몰톡에 늘 나오는 질문들이 있다. 한동안 까먹고 살았는데 점점 필요하겠지... 연습하자.
2. 미드 좀 다시 봐야겠다. 내가 젤 자신있는 게 리스닝인데 중간 중간 끊겨 (내 정신이 끊기는 건가) 미뤄놨던 티비 설치 서둘러...
3. 상대방은 나의 국적이나 출신에 별다른 선입견이 없다는 게 명확하게 느껴졌다. 오히려 내가 '아이 엄마니까 선수 생활은 과거형'일 거라고 짐작한 게 미안했음...!
4. 학부모 중에서 랜덤하게 현역 여성 스포츠 선수를 만날 확률이 있다는 게 여러가지 면에서 아주 신기했는데, 이게 왜 이렇게 생소한 느낌인지는 나중에 써보자.
암튼 올 상반기는 나는 학교 활동 학부모 활동 미안하지만 다 모른 척 할거야 ;; 지금 그거까지 적응할 겨를이 없다구... 9월부터 생각해 볼께 (어린이 미안)
원문글: https://www.instagram.com/p/CqZNbONJSD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