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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니은 Aug 27. 2019

살면서 바뀐 가치관,

내가 보고 느낀 세상은 달랐다 

@ 케이프타운 보타닉가든 

지금껏 살아오면서 내가 보고 느낀 세상은 

부모님께, 혹은 학교에서 배운 것과는 참 달랐다.

그래서 내 가치관도 많이 바뀌었다.


나는 어려서부터 나는 특별한 사람, 이라고 생각하고 자랐다.

작은 시골 읍내에서 자라서 그런가, 부모님께서 각별히 애정을 쏟아 키우신 딸이라 그런가,

어려서부터 그런 말을 귀에 못이 박히도록 듣고 자랐다.


너는 특별한 사람이니까 남들보다 뭐든 잘해야돼,

너를 어떻게 키웠는데 남들보다 훨씬 더 좋은 사람 만나야돼, 

항상 열심히 하고, 더 얻기 위해 노력하고, 멈추지 마. 

이게 내가 배운 삶을 살아가는 방식이었다.


사랑을 듬뿍 받고, 하고 싶은 걸 하고 자랐으니 불만은 없다.

다만 내가 혼자 독립해 살면서 느낀 세상은, 내가 배운 것과는 달랐다.


나는 특별한 사람이 아니라 그저 평범한 사람들 중 하나였다.

내가 모든 걸 그들보다 잘해야 할 이유도 없고, 다 잘 할 수도 없었다.

사람들은 모두 제각기 특별한 구석이 있었지만 거의 대부분 평범했다.

내가 누군가보다 더 존중받고, 더 대우받아야 할 이유도 없고, 다른 사람도 마찬가지였다.


자기 일을 성실하게 열심히 하지만 남에겐 해를 끼치는 수많은 사람들을 봤다.

단순히 먹고 살기 위해, 승진 기회를 놓치지 않기 위해 말도 안되는 일을 하고도

아무런 죄책감도 느끼지 못하는 사람들을 많이 봤다.

좋은 대학 나오고 좋은 직업을 가졌지만 자신이 하는 일의 진짜 의미를 모르는 사람이 많았다.


항상 더 많은 걸 얻기 위해 노력하는 삶은 그리 행복하지 않았다. 

좋은 고등학교 가고, 더 좋은 대학 가고, 남들 부러워하는 직장에 합격하고,

번듯한 직업 가진 남자와 만나 결혼하고, 아이를 낳고, 아파트를 장만하고, 

더 좋은 동네에서 살기 위해 돈을 벌고, 자식에게 물려주기 위해 애쓰고...

이 모든 과업을 성공적으로 해내기 위해 고군분투하는 삶은 내겐 매력이 없었다.


외국에 나와 잠깐이나마 살면서 한국사회를 돌이켜보면,

우리는 한정된 자원을 많은 사람들이 나눠갖고, 더구나 남보다 더 많이 가지려다보니

늘 치열하게 경쟁하고 나의 이익을 위해 남에게 해를 끼치고,

약자를 배제하는 그런 삶을 사는 걸 강요받아온 것 같다.


내가 존중받고 싶은 만큼 남을 존중하고, 규칙과 원칙을 지키고, 서로 신뢰하고,

조금 더 가졌다고 해서 덜 가진 사람을 차별하지 않는, 

그런 사회가 됐으면 좋겠는데... 


사실 외국에 나와 조금이라도 살아보면 그래도 한국이 괜찮은 나라구나, 하는 걸 느낄 때가 더 많다.

나라를 빼앗겼을 때 목숨을 걸고 싸워준 독립운동가들이 있고(그냥 순응해 사는 나라도 꽤 있다), 

하고 싶은 말은 자유롭게 할 수 있는 민주주의가 성숙한 나라에,

내가 피부색만으로 차별받지 않아도 되고, 사랑하는 친구와 가족들이 살고 있고,

의료시스템이 너무나 훌륭하고, 음식이 맛있고, 정 많은 사람들이 많은 한국에 산다는 게

그렇게 싫지만은 않다. 


다만,, 가진 돈이 많지 않으면 내 가치관을 오롯이 지키기 어렵고,

늘 아둥바둥 살아야 하고, 서로 존중하지 않고 악다구니 쓰는 수준 이하의 사람들이나 정치인들을 반강제로 지켜봐야 하는 현실을 생각하면 차라리 돌아가지 않는 게 나은 건가 싫을 때도 있다.


왜 꼭 이렇게만 살아야 하는 거지?

이게 최선인가요?ㅠ


내가 하는 어디서, 어떻게, 무엇을 하면서 살아야 할까 하는 고민 속에

이런 한국사회에서 내가 내 가치관을 지키면서 행복하게, 재밌게, 즐겁게 살기 위해선

어떻게 해야 하나 하는 생각이 큰 부분을 자리하고 있다.


늘 무언가로 시끌시끌한 한국 뉴스를 보면서

오만가지 생각이 다 드는 요즘이다.

에라이... 논문이나 쓰자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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