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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니은 Sep 08. 2019

요하네스버그 여행 도중 폭동이..

케이프타운에서 국내선 비행기로 2시간 거리인 요하네스버그를 다녀왔다.

Johannesberg, Joberg, Jozi... 다양한 이름을 가진 도시,

인터넷에 검색하면 세계에서 가장 위험한 도시 중 하나라고 꼽히는 곳이기도 하다.


치안을 생각해서 요하네스버그가 아닌 근교의 비교적 안전하다는 Sandton의 호텔에 묵었다.

호텔에서 셔틀로 시내까지 데려다주고, 시내에 내리면 바로 투어버스로 갈아타는 식으로

최대한 안전하게 여행을 했다. 호텔 체크인할 때 경찰과 긴급의료서비스 전화번호를 함께 주는 바람에 긴장감이 고조됐다. ㅎㄷㄷ


요하네스버그는 케이프타운처럼 바닷가가 아닌 내륙의 허허벌판에 금광이 발견되면서

세계 각지에서 사람들이 모여들어 형성된 도시다. 비가 적고 햇볕이 따가워 큰 나무가 거의 자라지 않는데 도시에 보이는 나무들은 대부분 사람이 직접 심은 것들이라고 한다.


금과 다이아몬드 광산업은 지금도 남아공의 3대 산업 중 하나다. 나머지 둘은 농업과 관광업이다.

금광은 발견도 백인이 하고, 개발도 백인이 하는 바람에 거의 모든 이익은 백인들의 차지가 됐다. 흑인들은 광산에서 일하는 노동자로 위험한 일을 도맡았지만 열악하고 빈곤한 삶을 살 수밖에 없었다.


넬슨 만델라가 이끄는 아파르트헤이트 폐지 운동이 성공하면서 평화적으로 '1인 1표'라는 민주주의는 이뤘지만 여전히 소수의 백인들이 많은 자본을 소유하고 기업을 운영하고 있고, 흑인들은 아파르트헤이트 시절 강제로 모여살던 타운쉽에 여전히 살면서 빈곤을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요하네스버그는 남아공 경제수도답게 그래도 내로라하는 기업들이 밀집해 있고 분위기도 활기찼다.

휴양지 느낌이 많이 나는 케이프타운보다 훨씬 더 생동감이 느껴졌다.

다만, 지역에 따라 빈부격차가 케이프타운보다 더 뚜렷하게 느껴졌고 치안도 훨씬 안좋아 보였다.

시내 일부 구간은 꽤나 위험해보였고, 총기소지가 불법이지만 쉽게 구할 수 있는데다 사고도 빈번히 일어난다고 한다. 이런 곳은 현지인들도 가급적 가지 않는다고 들었다.


일자리를 찾아서 남아공 지방은 물론 아프리카 각지에서 사람들이 몰려드는데

실제 일자리는 그렇게 많지 않기 때문에 빈민이 많아질 수밖에 없고

이런 문제가 불안한 치안으로 이어지는 것 같다.


요하네스버그는 남아공의 역사적인 장소를 둘러보는 재미가 있다.

350년이 넘는 오랜 세월 서구의 지배를 받고 착취당하며 살았고

근대에는 아파르트헤이트로 차별받고 살았지만

넬슨만델라를 필두로 민주주의를 쟁취하기 위해 싸웠던 수많은 남아공 사람들의 노력을 살펴보다보면

남아공 역사가 이 나라뿐 아니라 세계사에서도 굉장히 의미있는 역사라는 사실을 깨닫게 된다.


아파르트헤이트 박물관은 특히 굉장히 감동적이었다.

만델라뿐 아니라 남아공 민주주의를 위해 싸웠던 수많은 사람들의 이야기를 자세히 들여다볼 수 있다.

이렇게 큰 땅덩이와 석탄, 금, 다이아몬드 같은 풍부한 자원을 갖고도

끊임없이 착취당하고 가난하게 살아야 했던 남아공 사람들의 삶이 너무 안타까웠고,

그럼에도 불구하고 정치적 독립을 얻고 이제 경제적 독립을 위해 노력하는 모습이 훌륭해보였다.

마음 속으로 응원해주고 싶은...ㅎ


개인적으로, 나는 여행을 다니면서 절대왕정이나 제국주의, 독재, 부정부패와 싸우고

다수의 시민들이 저항해 민주주의를 이뤄낸 나라의 역사를 배우고

또 그 과정에서 형성된 문화를 알아가는 게 재미있다.

아무리 선진국이라도 일본처럼 시민 스스로 그런 역사를 만들어본 적이 없는 나라보다는

아주 잘 살지는 못해도 남아공 같은 훌륭한 역사를 갖고 있는 나라가 훨씬 더 흥미롭다고 생각한다.

(물론 일본은 다른 흥미로운 문화가 참 많지만...ㅎ)


아파르트헤이트 박물관을 둘러보고 나오자마자 서프라이즈, 시내에서 폭동이 일어났다는 소식이 들려왔다. 영어를 배웠어도 'riot', 'looting' 같은 단어를 실제 써본 적이 없었는데 헐;

투어버스는 여행객의 안전을 위해 운행을 중단하고 요금을 환불해준 후 모두를 호텔로 데려다줬다.

정확한 배후는 알려지지 않았지만 요하네스버그 시내에서 남아공 사람들이 외국인이 운영하는 가게를 공격하고 물건을 약탈하는 일이 발생했다. 외국인 트럭운전사를 살해하고 트럭에 불을 지르는 일도 있었다.


폭동을 일으킨 세력의 주장은 "외국인 불법 노동자들이 남아공 사람들의 일자리를 빼앗고 있다"는 것이다. 태어날 때부터 안전한 환경을 제공받지 못하고 교육을 받아도 제대로 된 일자리를 갖지 못하고, 불평등이 계속해서 해결되지 않는 현실을 살다보면 잘못된 생각을 하게 되고, 폭력과 테러로 의사를 표출하려는 사람들도 생겨나게 되는 것 같다. 정부가 단기간에 해결하기엔 빈곤과 빈부격차가 너무나 심각해 보이기도 한다.


이렇게 자원도 많고, 자연이 아름답고, 다양한 문화와 재능을 가진 사람들이 모여 사는 나라에서...  빈곤 때문에 서로 증오하고 죽이는 일이 반복된다니 너무나 안타까운 일이다. 폭동, 테러는 기업의 이탈과 관광객 감소로 이어져 일자리를 오히려 줄어들게 할지 모른다.


요하네스버그에선 폭동만 있었던 건 아니다. 소웨토(타운쉽) 출신의 좋은 사람들도 만났고, 꿈을 이루기 위해 말라위, 짐바브웨 같은 주변국에서 온 내 또래들도 만났다. 흑인 중산층들로 가득한 커피숍이나 레스토랑은 왠지 낯선 이미지로 다가오지만 요하네스버그에선 흔히 볼 수 있는 풍경이었다. 카지노에 가서 남아공 사람들과 한 테이블에서 수다를 떨며 룰렛 게임을 즐기기도 했다.


케이프타운에 한달간 머무는 동안 요하네스버그는 2박 3일간 짧은 체류였지만

많이 생각하고, 꽤 즐길 수 있어서 좋았다.

안전한 곳 위주로 돌아다니면서 여행하면 충분히 즐길 수 있는 도시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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