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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참진꽃화 Feb 23. 2018

06. 백설공주 엄마는 왜 일찍 죽었을까?

엄마의 셀프 리더십

동화 속 백설공주와 신데렐라, 콩쥐팥쥐, 바바 야사와 아실리사에서 나오는 여자 주인공들은 일찍 엄마를 여윈다. 왜 일까? 어떤 심리적 원형을 반영한 것일까? <늑대와 함께 달리는 여인들>의 저자는 동화 속 엄마들이 빨리 죽는 이유가 자식이 제 삶을 스스로 만들어 갈 수 있게 하기 위한 것이라고 말한다. 


아이들을 키우다 보면 어디서 들었는지, 어디서 배웠는지, 어디서 읽었는지도 모르는 지식들이 머리를 혼잡하게 할 때가 있다. 어떤 정보는 신념이 되고 확신이 되어, 신화적 역할을 하기도 한다. 아이는 당연히 모를 것이라고 생각하고 부모의 생각이 무조건 옳다고 생각한다. 내가 더 경험했으니, 내가 더 많이 아니까.


남편과 나는 자주 서로가 옳고 그름을 이야기하며 주도권 싸움을 벌였었다. ' 내가 당신보다 정보가 더 많거든?' 교육현장에 있으니 당연히 아이들이 어떤 생각을 하는지 안다고 생각하는 것이다. 우리는 이렇듯 우리의 생각대로, 아는 만큼 자녀를 양육한다. 아이들이 스스로 자신의 인생을 만들어 갈 기회를 빼앗고 있는 것이다.

<왓칭>을 읽은 아이가 냉장고에 써 붙인 글

나는 요즘 아이들에게 배운다. 어린아이들일 수록 어떻게 저런 생각을 할 수 있을까? 인사이트를 얻는다. 나이가 어리다고, 경험하지 못했다고, 책을 많이 읽지 않았고, 공부를 하지 못한다고 해서 제 생각이 없는 것은 아니다. 안타깝게도 아이들이 어릴 때 이것을 깨달았으면 얼마나 좋았을까. 나는 지금이라도 아이들의 생각에 고개를 끄덕여 준다. 곧 성인이 되는 아이 들라도 인정해주고 적극적으로 반영해주면 새로운 이야기들을 쏟아낸다. 


이 세상에 똑같은 아이들은 없다. 신이 한 사람 한 사람을 만들 때 인격적으로 만들었듯이 우리는 자녀가 독립된 한 인격이라는 것을 잊으면 안 된다. 그런데도 우리는 그 인격을 존중하는 것이 힘들다. 우리의 눈에는 늘 부족한 면만 보이고, 잔소리 거리만 보인다. 


아이들은 아직도 자라는 중이다. 어른의 눈높이와 기대에 미치지 못할 수밖에 없다. 우리가 아이들을 인정해주지 않으면 아이들은 사회에서도 인정받지 못한다. 인정받지 못한 욕구는 열등감으로 인해 자신의 존재를 거부하게 만들 수 도 있다. 


우리는 완벽하지 않다는 것을 인정해야 한다. 시간이 지나면 어떤 것을 옳았고, 어떤 것은 틀렸던 것도 있다. 시간이 지난 후에 알 수 있는 것들도 있을  것이다.


백설공주 엄마는 왜 일찍 죽었던 것처럼, 우리도 아이들 영혼에서 사라져 주어야 한다. 의식을 지배하지 말고 그들을 자유롭게 해주어야 한다. 우리의 의식을 지배하는 것이 아버지와 어머니 그리고 스승, 친구 등 나와 가장 가까웠던 사람들인 것처럼, 지금도 내 모습 속에 그들이 어떤 모습으로든 투영되고 있는 것처럼, 아이들도 부모인 우리에게 많은 영향력을 받게 될 것이다. 


지인 중에는 어릴 적 누군가에게 들었던 말로 상처를 받아 인생을 힘들게 사는 경우도 있다. 부모와 인연을 끊고 사는 사람도 있다. 선생이라는 직업을 혐오하는 사람도 있다. 어떤 상처에 의해 정체성에 혼란이 오고, 잘못된 가치체계를 가지고 있다면, 세상을 바로 보는 것은 당연히 어렵다. 단어는 인간을 자유롭게도 하지만, 자유를 결박하고 영혼을 죽음에 이르게 하기도 한다. 


우리 아이들도 그럴 것이다. 부모는 잘 하려고 하는 것인데, 아이들에게는 그것이 관여가 되고 부정적 통제로 비칠지 모른다. 그리고 우리가 그랬듯이 그것을 벗어나기 위해 발버둥을 치고 있는지도 모른다. 그래서 아이들에게는 혼란기를 겪는 시절인 사춘기가 반드시 필요할지도 모른다.


우리가 자라온 시대적 배경, 문화들은 알게 모르게 우리의 의식을 지배하고 조종했던 것을 우리 아이들에게 대물림하지 말자. 남아선호 사상으로 인한 남녀차별적 행태와 언어들이 아직 남아있다면,  아이를 믿지 못하고 여전히 내방식대로 한다면, 나도 모르게 길들여졌고 어느 날 나도 모르게 내뱉어질 때가 있다면, 내 언어와 행동이 생명을 살리는 일인지, 영혼을 죽이는 일인지 생각해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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