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부싸움엔 쿨드림과 브런치

속상할 때 글만 한 명약이 없어서 잊을만하면 브런치를 찾는다. 자기 직전 남편과 다퉜다. 어떤 말들은 뱉는 순간 원래의 형체를 잃는다. 이건 마치, 내가 동그라미를 뱉었는데 이 동그라미가 입 밖으로 나오는 순간 액체가 되어 날아가 상대가 마음에 품고 있던 틀에 담겨 세모가 되는 격이다.

내가 아무리 정성스럽게, 예의 바르게, 선의를 담아 동그라미를 뱉어도 결국 세모가 되게 되어있다.

우리는 동그라미냐, 세모냐를 옥신각신하다 항상 그랬듯 "아, 됐어. 그만해"로 상황이 갑자기 종결됐다. 나는 활화산이 되어 한참을 부글부글 끓는다. 와, 미친년처럼 폭발해버리고 이 집을 폼페이로 만들어버릴까 심각하게 고민하다가 심호흡을 세 번했다.

나는 한 번 싸움을 시작하면 어떻게든 끝까지 해결을 하고 싶어 하는 반면, 남편은 그 자리를 피해 자기만의 시간을 가지고 싶어 한다. 지금까지는 대부분 내가 다시 말을 붙여 상황을 정리하고 끝을 냈는데 오늘은 허벅지를 꼬집어가며 참았다.

대신, 쿨드림을 먹었다.

내 성격상 해결되지 않는 감정으론 절대 잠들 수 없다는 걸 알기에 수면유도제의 힘을 빌린 것이다. 약을 먹고는 아까 하고 싶었던 말을 장문의 카톡으로 써서 남편에게 보냈다.

싸우던 중에 내 말을 자르고 뒤돌아서 자기 방으로 가더니 문을 닫은 그는 십중팔구 지금 코를 골며 자고 있을 것이다. 부럽다. 자고 일어나면 감정이 훨씬 다루기 쉽고, 산뜻해진다는 것을 아는데 나는 신경이 한번 곤두서면 잠을 잘 수가 없다.

부러우면 지는 건데, 맨날 진다.

아까의 싸움을 또 복기한다. 잘못한 사람은 한 명도 없고, 억울한 사람만 있는 이상한 싸움이었다. 동그라미도 세모도 틀린 게 아니라 다른 것이다.

난 동그라미라고 말했는데 왜 그걸 세모라고 생각해?

난 세모라고 들렸는데 왜 그걸 동그라미라고 말했대?

아, 그랬구나. 넌 동그라미라 그랬구나.

아, 그랬구나. 넌 세모라고 들었구나.

이렇게 4 문장만에 종결될 수 있는 문제도 해결이 되려면 24시간이 걸리기도 한다. 결국 우리는 사랑하니까 어떻게든 서로를 다시 이해하고, 화해할 것이다. 그때까지 속상한 기분은 어쩔 수 없고. 이럴 때 브런치 작가인 게 얼마나 다행인지.

속상한 마음을 누군가는 알아줬으면 싶은데, 누굴 콕 짚어서 하소연하긴 너무 좀스럽고, 그렇다고 그냥 혼자 눌러 담기엔 버거운 그런 일들은 그냥 브런치에 와서 "임금님 귀는 당나귀 귀"하면 된다. 분명 누군가는 제목이라도 읽어줄 테니 혼잣말인 듯 아닌 듯 글만 쓰면 되는 것이다.

후련해.

쿨드림과 브런치. 이 두 조합이면 오늘 밤 어쩌면 잠들 수도 있지 않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