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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마리뮤 Jan 08. 2025

엄마가 미안해

우주야. 오늘 엄마가 미안해. 저녁부터 밤에 자기 전까지 네게 화만 내고 끝나버렸네. 겨우 만 3살이 된 네가 무엇이 위험하고, 무엇이 하면 안 되는 일인지 단번에 알 수 없다는 걸 알면서도... 반복되는 너의 장난에 결국 언성을 높이며 화를 냈어.


엄마가 어릴 때 할머니(즉, 나의 엄마)에게서 많이 들었고, 내 아이에겐 하지 말아야지 했던 말들도 많이 쏟아냈어.


"엄마가 몇 번 말했어!" "죄송하다고 말만 하면 뭐 해!" "하지 말라면 쫌 하지 마!" "뚝, 뭘 잘했다고 울어?" "계속 그럴 거면 네 맘대로 해!"


너에게 자꾸만 화가 나는 스스로에게 더 화가 나서 기분이 더더 가라앉았어. 못난 엄마라는 자책. 그러면서도 24시간 지치지 않고 나를 부르고, 재잘거리고, 나를 원하는 네가 버거워 또 신경이 날카로워졌어.


이제 막 44일 차인 단우가 함께 울음을 터뜨리면 그동안 참았던 인내심이 툭 끊어질 것 같은 기분도 들어. 근데, 그건 네가 밉거나 너희 둘이 싫어서 그런 게 아니라 실은 두려워서 그런 거야.


내 마음대로 통제되지 않는 상황이 두렵고, 왜 우는지 모르는 단우의 울음이 혹시 위급한 어떤 이유가 있을까 두려워 무의식적으로 온몸이 긴장상태가 돼.


엄마도 어릴 적에 엄마의 엄마(할머니)가 화를 내며 혼을 내면 엄마가 나를 미워하거나 싫어한다고 생각하고 슬프고 무서웠거든. 그런데, 엄마가 어른이 되어 너를 낳고 나서야... 어른들도 무섭고 두려움을 느낀다는 걸 알았어. 그리고 종종 어른들은 자기의 두려움을 다른 방식으로 표출한다는 것도.


너는 내가 아무리 화를 내도, 나에게 다가오고 나에게 안아달라고 하고 나에게 사랑한다고 말했어. 그런 과분한 사랑을 받는 내가 부끄러운 오늘이야.


너에게 위험한 것, 하지 말아야 하는 행동들을 알려주는 것도 엄마의 의무이지만 그보다 한결같이 너의 든든한 울타리가 되어주고, 품어주고, 사랑을 표현해주어야 하는 엄마의 최우선 과제를 잊지 않을게.


내일은 우리 사이좋게 지내자! 오늘 엄마가 미안해. 우리 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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