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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pistolcaffe May 03. 2021

4. 긍정적 외로움

예전에 지금 외롭다면 잘 되고 있는 것이다 라는 책을 읽은 적이 있다.

여러 에피소드 들을 통해 외로움에 대해 묘사하고, 외로움이 주는 긍정적인 효과에 대한 메시지를 담고 있는 책이다.


꽤나 극단적인 상황들에 처해있는 등장인물들에 비해 내 상황을 비할바는 못되지만 외로움에 대한 새로운 시각을 갖게 해 주었고 외로움이 그저 부정적인 감정은 아니다 라는 생각을 갖고 있었기에 많이 공감되는 부분도 있었다.


제주도 이주를 결심했을 때 지인들이 했던 많은 질문 중에 하나는 혼자서 외롭지 않겠어?이다.

지금껏 어떤 선택을 하여도 담담하게 응원해주셨던 부모님도 크게 우려하셨던 부분이 혼자 가는 것에 대한 걱정이셨다. 그리고 이제 이주한 지 한 달이 되었는데, 여전히 외롭지 않냐는 질문을 굉장히 많이 받는다.


글 제목에 고민이 많았다.

외로움이라는 감정에 긍정적이라는 표현을 쓰는 것이 애써 괜찮은 척하는 것처럼 보일까 봐 말이다.


그래서 지금 외로운가요?


외로움은 사람이라면 당연히 느끼는 감정이니까. 혼자 일하고 놀고먹고 하는 것에 굉장히 능숙한 편이지만 그래도 가끔은 이때는, 이것은, 누군가와 함께 했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기 마련이다.


나는 외로움이라는 감정엔 둔한 편이다. 꽤나 내향적 성향인 것과 관련 있는 것인지 모르겠지만 혼자인게 불편하지 않다. 기어이 외롭다 라는 생각이 들더라도 쉽게 감정선이 휘둘리진 않는다.


제주도 이주를 결정하는 과정 중엔 스스로 외로움에 대해 생각을 안 해 본 것은 아니다. 타지 생활 자체가 처음은 아니지만 이토록 모든 것이 독립적인 환경은 처음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결정에 있어서 수많은 고민들과 선택의 과정이 있었지만 적어도 외로움에 대해서는 내게 큰 걱정거리는 아니었다.


그저 필요한 것은

1. 당연히 외로울 것이라는 대해 받아들일 것

2. 외로움을 긍정적인 형태로 승화시켜내는 마인드셋 

두 가지였다.






가서 너무 외로우면 어떡하지? 와 당연히 외롭겠지. 생각의 차이는 완전히 다르다.

내면의 물음표는 불안과 조급함을 만들어 낸다. 그리고 막상 와보니 (이주 한지 한 달 밖에 안됐지만) 육지에 있을 때 느꼈던 감정선과 별반 다를 것도 없었다.


나의 일과는 보통 코딩에서 코딩으로 끝난다. 간혹 멋진 카페가 가고 싶으면 카페에서 작업을 하기도 하고

바다가 보고 싶으면 바다를 보고 오며, 유명 관광지를 다녀오기도 한다. 물론 혼자서 말이다. 가끔씩 외로움이 느껴질 때면 부정하지 않았으며 애써 스스로를 위로할 필요도 없었다. 나만의 특별한 마인드 컨트롤 방법은 없다. 비가 오면 비가 오는구나, 눈이 오면 눈이 오는구나. 그저 받아들일 뿐이다.



긍정적 외로움.

작년 제주도 한 달 살기 때 가장 좋았던 것은, 어떠한 잡념 없이 온전히 나에게 집중할 수 있었다는 것이다.

그리고 그 시간 동안 작업의 능률도 훨씬 더 효율적이었고 복잡하게 얽혀 있던 생각들도 시간이 지남에 따라 차츰 정리가 되었다.


혼자 일 때 보이는 것들이 많다. 하다못해 길을 걷다가도 평소에 눈에 들어오지 않던 여러 사소한 풍경들. 꽃, 나무, 구름 그리고 돌멩이들까지도.

생각과 감정이 참 신기하다고 느껴지는 것은 혼자 일 때의 그 미묘한 분위기 속에서 그때서야 보이기 시작하는 이런 저러한 사소한 것들로부터 영감을 얻게 되고 그것이 하나의 생각의 통로로 이어진다는 것이다.

정리하자면 내면을 들여다보는 깊이가 달라진다.



30대에 접어들며 감정이란 것에 생각이 많다.

어떻게 하면 감정을 긍정적인 도구로 활용할 것인가 다시금 생각해보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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