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 라는 꽃
4년 전 '차이의 전략' 이라는 책을 읽고 '퍼스널 브랜딩' 이라는 개념을 처음 접하였다.
본격적으로 관심을 갖게 된 계기는 1인 개발자로 활동하면서부터 였는데, 이곳저곳을 다니며 즐겁게 일하는 한 개발자의 모습을 사람들에게 보여주고 싶었다.
내 이름 석자로 활동하는 것보단 특성 있는 별명이 있으면 좋겠다 싶었다. 많은 래퍼들이 'Rap Name' 을 만들어 활동하듯이 난 개발자니까 'Dev Name' 을 만들면 재밌겠다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다.
"아.. 뭘로 만들지.."
우리가 서비스를 가입할 때 가장 어려운 단계는 무엇일까.
나는 닉네임 설정이 가장 어렵다고 생각한다.
코드에서 클래스, 변수명을 네이밍에 깊은 고뇌에 빠지는 것처럼 닉네임을 정하는 건 너무 어렵다.
가장 단순한 방법은 좋아하는 단어 두 개를 붙이는 것이다.
그리고 지금의 닉네임인 'pistolcaffe' 가 만들어졌다.
닉네임에는 큰 의미는 없다.
그러나, 유독 'pistol' 단어를 좋아하는데 권총이 표적을 조준하는 모습을 떠올리면 사람들이 목표를 향해 열심히 노력하는 모습이 연상 되었기 때문이다. 내 멋대로 pistol 이란 단어를 진취적인 이미지로 해석하고 있을 뿐이다.
닉네임을 만들고, 활동 영역에 대해 고민을 하게 됐다.
그동안 솔루션 찾기에만 목적을 두었던 stackoverflow, hashcode 등의 개발자 커뮤니티에서 조언자로 활동을 시작했고 특히 인스타그램을 적극 활용하게 되었다.
"인스타그램을 효율적으로 사용하는 방법" 에 대해서는 많은 자료가 있지만 처음엔 아무것도 모르고 그저 개발 관련 피드를 사진도 대충 찍고 말도 안 되는 태그를 달아가며 마치 나만의 일기장인 것처럼 마구마구 올리기 시작했다.
그런데 어느 날부터 DM 이 오기 시작했다.
"재밌게 일하시는 모습 잘 보고 갑니다!"
"개발 조언 좀 구하고 싶은데 티타임 혹시 괜찮으신가요?
"개발팀 빌딩 중인데 합류 제의를 드리고자 메시지 드렸습니다"
인스타그램을 하면서 신기했던 점은 그저 나만의 라이프스타일을 소소하게 올리며 활동하고 있을 뿐인데 누군가로부터 흥미로운 메시지가 온다는 것이다. (물론 스팸성 메시지도 많다) 뿐만 아니라 '인친' 분들과의 교류는 노력에 따라 단순한 소통을 넘어 단단한 네트워킹을 조성할 기회가 된다는 것이다.
재밌는 부분은, 인스타그램에 개발하는 모습을 올릴 때 사진에는 대부분 노트북 옆에 내가 좋아하는 스콘이 놓여있다. 대부분의 피드에 스콘이 있다 보니 자연스레 나는 '스콘에 중독된 개발자' 가 되었고 몇몇 분들은 나를 '스콘님' 이라고 부르곤 한다. 하나의 캐릭터화가 된 것 같다.
단순히 pistolcaffe 라는 개발자를 보여주고 싶다는 목적에서,
좀 더 영향력을 키우고 싶다는 욕심이 생겼다. 욕심이 생기니 하고 싶은 것도 많아진다.
기본적으론 내가 하고 있는 일에 충실해야 한다.
나는 1인 앱 개발자이고 좋은 앱들을 많이 만들어야 한다.
좋은 앱을 만들려면 기술력이 기본적으로 뒷받침되어야 한다.
계속해서 공부할 것도 많고 아이디어 노트에는 앞으로 만들고 싶은 앱에 대한 내용만 수십 가지는 된다.
다음은 글쓰기 활동이 중요하다고 생각했다.
나의 생각과 가치관, 비전에 대한 공유를 글쓰기 활동을 통해 영역을 키우고자 함이었다.
그동안 글이라고 한다면 기술 블로그나 각종 보고서 작성 때나 써봤을 뿐이기에 글을 잘 쓰기 위한 연습이 필요했다. 조금씩 에세이도 작성해보고, 나름 동기부여를 주제로 한 글도 작성해보고, 글쓰기 소모임에도 참여하여 적극적인 활동을 하고 있다.
브런치 작가로 선정된 건 운이 좋았다고 생각한다.
매일 브런치에서 다른 분들의 글을 읽으며 감탄하곤 하는데,
그렇기에 작가 선정 메일을 받았을 때 엄청난 성취감을 가져다준 부분이었다.
당신은 어떤 꽃인가요?
나는 아직 브랜딩을 위한 준비 단계에 있을 뿐이다.
그 과정은 '남들에게 보일 나를 만드는 것' 이 아닌 '진정한 나의 모습을 찾아가는 것' 이라고 생각한다.
꽃을 단지 '화려함' 으로 모든 가치를 표현할 수 없듯이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