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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민현기 Aug 08. 2017

명강의의 탄생#7-노출이 일상인 강사들, 그들만의 리그

요즘 많이 바쁘시죠? SNS에서 봤어요

*Notice :  #6 스타강사의 카.페.인 중독을 읽고 오시면 훨씬 큰 도움이 됩니다

바로가기 - https://brunch.co.kr/@18580/8



#성적의 비밀  

   

예전에 대학교 시간강사(혹은 외래교수)로 수년간 출강한 적이 있다. 나는 매 학기 학생들의 ‘출석’을 가장 중요하게 여겼는데, 이는 학생의 기본 중 기본이라는 단순한 생각으로 정했던 나만의 평가기준이었다. 하지만 출석점수가 높은 학생들 상당수가 리포트 제출점수와 시험점수까지 높은 경우가 많았기에 나의 ‘출석 제일주의’ 전략은 나름 성공했다고 생각했다.

'우리 언제 쉬죠?'출석을 잘 하는 학생들은 피곤해서 질문도 잘 한다.


지금 와서 돌아보면 사실 뭐 잘 모르겠다. ‘대학교 수업에 출석하는 빈도가 그 학생에 대한 매력도에 영향을 미친다.’  리차드 모어랜드(피츠버그 대학교)의 연구처럼 그게 출석을 잘했던 학생의 매력에 대한 내 주관적 평가였는지 아니면 정말 그 학생이 출석을 열심히 해서 얻은 지식의 결과였는지는 말이다. 하지만 여전히 대학교, 대학원 수업에서 이 ‘출석 제일주의’를 강조하고 있는 걸보니 내 믿음은 후자 쪽에 조금 더 가까운가보다.



#당당한 노출의 시대  

   

단순 노출 효과(單純露出效果, Mere Exposure Effect). 

그저 ‘단순’하게 노출이 반복되기만 해도 유의미한 긍정 효과를 가져다올 수 있다는 사회 심리학 용어로 과거 에펠탑이 ‘흉물’에서 ‘명물’로 자리할 때 언급된 이론이기도 하다.


자꾸 보니 정이 갔다는 프랑스인 들의 갈대같은 마음


로버트 자욘스(Robert Zajonc-미국의 사회 심리학자)는 그의 연구에서 '모르는 사람 얼굴이나 어떤 단어들이 자주 노출 될수록 호감도가 상승한다.' 고 하였는데 다시 말하면 그저 단순한 노출만으로도 충분히 긍정적 이미지를 형성할 수 있다는 것이다. 앞서 언급한 리차드 모어랜드 교수의 대학교 출석 수업의 경우가 이에 해당한다. 실제로 전단지 노출만으로 상품 구매정도와 구매 금액의 차이가 두 배 이상으로 올라가고(Burton 외 1999) 그저 상표명의 노출만으로도 제품에 대한 호의도가 상승하기도 한다는 걸 보면(김혜영 2001) 뭐든지 자주 노출되면 좋은 일이 생기긴 하는 것 같다. 그래서 그런지 드라마에 PPL(간접광고)은 맥락과 상관없이 등장하고 각종 광고 전단지는 길가에 버려지더라도 꾸준히 뿌려진다.    


PPL은 900년을 살아 온 도깨비에게도 홍삼을 먹여버린다.


       

# 전략인가 꼼수인가?

     

페이스 북 창업자 마크 주커버그는 ‘확산’에 초점을 맞춰 페이스 북 알고리즘을 구성하였는데 이는 사용자 상호간 인터렉션(상호작용)을 유도하기 위함인다. 인터렉션이 좋아야 자신의 소식이 상단에 노출되는 시스템이기에 사용자 스스로 그런 상호작용을 하도록 은근슬쩍 ‘넛지(nudge)’하는 것이다. 이 전략이 들어맞았는지 전 세계 20억 명 가까이가 오늘도 온라인상에서 서로에게 댓글과 좋아요를 선물하고 그 보상으로 다시 그것을 돌려받길 반복한다.

'좋아요'는 람보도 춤추게 한다

그러다보니 가끔 더 활발한 상호작용을 위해 자신을 매력적으로 꾸미기도 하고, 더 좋은 모습만 ‘노출’하기 위해 노력하기도 한다. 이 ‘전략적인 노출’로 호감을 얻으면 그 호감을 바탕으로 신뢰가 형성되고 그러다보면 노출효과의 목표달성이 가능해지는 것이다.


그럼 이렇게 만들어진 이미지는 하나의 전략일까? 아니면 정수를 비켜간 꼼수일까?




#스타강사의 세상, 그들만의 리그     


요즘 많이 바쁘시죠? SNS에서 봤어요.”


SNS 타임라인에 보여 지는 ‘일부’가 후광효과 덕분에 ‘늘’ 바쁜 사람으로 인식되어 만나는 사람마다 ‘정말 바쁘게 보인다.’는 인사를 형식적으로 건네게 된다. 페이스 북을 보면 이런 상호작용의 폐해 주커버그의 폐해 덕분에 늘 바쁘게 사는 사람들이 모인 그들만의 리그를 보게 된다. (사실 가끔 나도 선수로 뛰곤 한다) 

12번째 선수라고나 할까

SNS에서는 누구나 스타강사가 될 수 있고 늘 좋은 평가를 받는 전문가처럼 연출 할 수 있다. 이런 과도한 자기포장도 문제지만 더 큰 문제는 강의평가가 안 좋은 날엔 자신의 문제가 아니라 학습자의 불량한 태도와 담당자의 준비부족을 지적하며 주변인의 위로를 받기도 한다는 것이다. 강의가 잘 끝나면 자신이 박수를 받고 강의가 잘 안 되도 고객사의 태도를 문제 삼아 위로를 받게 되니 SNS는 빠져들 수밖에 없는 매력장이다.      



#SNS 노출증에서 탈출하기

 

‘페이스북 커뮤니케이션에서 나타나는 부정적 영향’ 연구(박재진, 황성욱, 박홍원 2013)에서 보면 개인의 자아존중감과 인기에 대한 욕구가 페이스 북 사용에 따라 나타날 수 있는 심리적 문제에 영향을 미친다고 지적한다. 그래, 어쩌면 그 바쁜 사람 중 일부는 페이스 북으로 인해 심리적 문제가 발생한건지도 모른다. 이것이야 말로  카.페.인 중독의 부정적 결과라고나 할까?


결국 SNS의 노출활동이 좋은 ‘전략’인지, ‘꼼수’인지는 이 경계에서 답을 찾아 구분해야 할 것 같다.

이에 두 가지 질문을 제시해본다.     


첫째, ‘Fact’를 유지하고 있는가?     

-강의나 활동에 대해 좋은 평가를 받았다는 기술은 객관적 사실 즉, ‘Fact’이다. 하지만 감동을 주는 강의를 했다고 표현하면 ‘주관적 개입’이 된다. “제가 들었던 강의 중에 최고에요”라는 말은 말 그대로 내가 들어봤던 몇 개 중에 가장 나았다는 말이지 ‘지구상 모든 강의 중에 최고의 강의’란 뜻이 아니다.  착각하지 말자!

무려 2002년부터 경고하고 있다 '착각의 늪(박경림)'


둘째, 개인의 ‘자아존중감과 인기에 대한 욕구’에 의한 것인가?

- SNS활동이 ‘강사’와 ‘강의’라는 상품을 시장(Market)에 내어 놓고 공정경쟁을 하는 마케팅(Marketing)이 목적인지 아니면 개인의 욕구불만을 해소하려는 것인지를 구분해야 한다. ‘디스커넥트(Disconnect 2012)’는 개인의 사회적 욕구를 SNS를 통해 해소하려던 군상들의 문제점을 지적한 영화다. 놀랍게도 영화제목이 진실 한 소통을 위해 SNS에 의존한 연결을 끊으라는 메시지를 담고 있다. 아무리 상품을 잘 팔고 싶다고 해서 잘못된 욕구를 품고 과도한 포장을 하면 언젠가 뻥!하고 터져버릴 것이기 떄문이다.

과대포장의 대명사 '질소과자'



#플라톤의 생각으로부터 다시 시작  

 

아리스토텔레스의 스승 플라톤의 국가(박종현 역, 서광사) 제 10권에 보면 시인에 대한 이야기가 나온다. 플라톤은 ‘모방’이라는 것은 실재(to on)에 대해서는 아무것도 모르고 그것의 현상(to phainomenon)에 대해서만 아는 것으로 말했다. 그리고 모방은 실재에서는 무려 세 단계나 떨어져 있는 것들이라고 표현하며 진리와는 거리가 있는 것으로 가치 절하했다.

플라톤은 늘 본질만을 강조했다


이는 아리스토텔레스의 '시학'에서 강조한 모방의 중요성과는 정반대인 것이다. 물론 플라톤이나 아리스토텔레스의 생각을 이분법으로 구분해 무언가 선택해야 하는 것은 아니다. 하지만 보여 지는 일부보다는 원래의 본질에 더 집중해야 한다는 것은 힘주어 강조할 수 있다. 결국 보여 지는 ‘모방’과 본래의 ‘실재’가 균형을 이루며 객관적 사실과 주관적 관여가 구분된다면 타인에게는 진실 된 평가를 받고 또 자신 스스로는 올바른 체계를 확립해 나갈 수 있지 않을까?     



#마무리하며     


Fact에 대한 언급을 했으니 ‘팩트폭력’ 이라는 관점에서 몇 마디하고 싶어졌다. 흠흠!!


과연 강의 평가를 잘 받아서 칭찬받고 다시 재의뢰를 받는 일은 강사에게 특별한 일일까? 가수가 노래를 잘한다는 사실(Fact)이 ‘기본’ 이상의 무엇을 달성한 것일까? 오히려 전문가의 ‘기본’ 역량을 특별한 일처럼 포장하고 자랑한다면 자신의 부족함을 빛나게 하는 역효과, 소위 ‘빈 깡통이 요란스러운’상황이 되는 건 아닐까 걱정된다.     


Show me the realistic you!

이제 진실 된 당신의 모습을 보여줄 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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