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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규란 Feb 22. 2024

2월 13일. 세계 라디오의 날

라디오는 현재형

라디오 세대라고는 말하지 못하겠다.

나보다 조금 더 나이가 있는 사람들만큼 라디오에 대한 추억을 갖고 있지는 않으니까.


그래도 라디오를 곧잘 들었다.

휴대전화 사용이 지금처럼 자유롭지 못했던 나의 고등학생 시절, 독서실에서 지루한 시간을 보내는 데 최고의 짝은 라디오였다.

대학을 졸업하고 집으로 돌아왔을 때, 일주일에 한 번은 서울로 가야 했다.

계속 생각만 하던 것을 배워보기 위해서였다.

아침 일찍 집을 나서서 버스를 타고 역까지 가면서, 기차를 타고 서울로 가면서 들었던 것도 라디오였다.

좋아하는 가수가 진행하던 프로그램에 사연을 보내 상품을 타기도 했다.

홍삼액이었나……?

라디오 작가가 되고 싶다는 꿈을 꿔보기도 했지만, 음악 듣는 귀가 형편없어서 금방 포기했다.

서울로 돌아와 회사를 다니며, 외로울 때면 집 근처 한강을 걸으며 라디오를 들었다.

그 당시 최고의 짝은 <유희열의 라디오 천국>이었다.

특히 가수 정재형 씨가 나와 진행하는 월요일의 라비앙로즈 코너를 제일 좋아했다.

유희열 씨와 정재형 씨의 만담에 소리 내 웃으면서 한강을 바라보면, 외로움도 잠시 물러갔다.   

  

언제부턴가 라디오의 자리를 팟캐스트가, 팟캐스트의 자리를 유튜브가 대신했다.

특히 외국에 나와 지내며 라디오를 듣는 일은 더 소원해졌다.

비록 라디오 세대가 아니라도, 지금은 라디오를 듣는 일이 거의 없어도 그래도 ‘라디오’라는 말에는 여전히 그리움 같은 게 있다.     


나에게 라디오는 과거형이지만, 라디오가 현재형인 사람들이 있다.

도시 문명의 이기가 닿지 않는 곳, 그곳에서는 라디오가 여전히 정보를 전달하고 날씨를 알려주고 교육을 돕는다. 

최소한의 전력으로 빠르고 광범위하게 송출되는 라디오는 누군가에게 필수적이고 고마운 존재다.     

세계 라디오의 날이 아니었다면, 어딘가에서 지금도 라디오에 귀를 기울이고 있을 사람들을 떠올리지 못했을 거다.

지난 추억을 떠올리며 싱긋 웃지도 못했을 거다.

이렇게 라디오의 추억과 소중함을 생각할 수 있는 걸 보니, 나도 좀 라디오 세대인 것 같기도 하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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