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중등 영재들이 부족한 1가지.
어릴 때부터 똑똑하고 두각을 나타내던 아이들이 고등학교에 진학한 후, 성적이 급격히 하락하는 경우를 종종 보게 됩니다. 단순히 노력을 덜 하거나, 교과 내용을 이해하지 못해서가 아니었습니다. 오히려 이해력도 좋고, 숙제도 성실하게 하는 모범적인 학생들이었죠. 그러나 바로 그 ‘완벽해 보이는 모습’이 문제의 본질을 가리는 가면이 되곤 합니다. 이는 부모와 교사는 ‘이 정도면 잘하고 있네.’라고 방심하게 만들고, 아이는 자신에게 무슨 문제가 생겼는지조차 모른 채 혼자서 고통을 감내하게 됩니다
《성적을 부탁해 티처스 1, 8화》의 주인공 시아가 전형적인 이런 예입니다. 중학교 때까지 우수한 성적을 유지하며 외고를 준비했지만, 낙방 후 일반 고등학교로 진학을 하게 되었습니다. 그 후, 똑똑하고 총명하던 아이는 온데간데없고, 수학 성적이 바닥을 치기 시작합니다. 정승제 선생의 솔루션에도 불구하고 한번 떨어진 수학 성적은 좀처럼 회복되지 않았죠.
7화의 주인공 시온이 역시 마찬가지입니다. 중학교 3년 내내 전교 1등을 놓치지 않았을 정도로 공부를 열심히 하던 시온이는 고등학생이 된 이후 과거만큼의 실력을 유지하지 못하고 무너지기 시작했습니다. 겉으로는 여전히 죽을 만큼 열심히 노력하는 학생이었지만, 아버지의 강한 압박으로 인한 불안과 우울로 인해 자기 조절 능력이 약화되며, 덜렁대는 성향이 두드러지기 시작했습니다. 이로 인해 꼼꼼함이 요구되는 고교 과정을 감당하지 못하고 성적이 하락한 것입니다.
이처럼 영재들의 문제는 초중등 시절엔 잘 드러나지 않습니다. 교과 내용과 과제가 쉬워 이런 아이들의 ‘성향적 약점’이 드러나지 않기 때문이죠. 오히려 높은 처리 속도와 직관력으로 대부분의 문제를 쉽게 해결하며, 완벽한 아이처럼 보이게 만듭니다. 이런 ‘착시 효과’는 교사와 부모 모두의 눈을 가리게 됩니다. 결국 어른들이 아이의 문제점을 찾아 주지 못하면서 아이도 자신의 문제가 뭔지 알 수 없어 힘들어하는 상황에 빠지게 됩니다.
고등학교에 진학한 후 성적이 무너지는 이유는, 단순히 학습 전략의 부재나 의욕 저하 때문만은 아닙니다. 타고난 성향 때문이죠.
우리는 성향의 4가지 요소, 불, 바람, 물, 나무 중 1~2가지를 유전적으로 타고납니다.
불의 성향.
강한 자기주장, 빠른 생각과 행동력, 빠른 포기, 쌘 고집.
바람의 성향.
유머 감각, 높은 사회성, 끈기부족, 짧은 집중 시간.
물의 성향.
온순함, 배려심, 높은 불안, 부정적 감정 표현 억제.
나무의 성향.
꼼꼼함, 철두 철미함, 매우 높은 불안, 지나친 정확성 지향.
불의 성향과 바람의 성향의 영재들이 고등학교에 진학하면서 어려움을 겪는 경우가 많았습니다.
불의 성향은 자기주장이 강하고, 생각과 행동이 빠르며, 고집이 세고 포기가 빠릅니다. 추진력은 강하지만 반복 학습에는 인내력이 부족하죠. 바람의 성향은 유머 감각이 뛰어나고 사회성이 높지만, 집중 시간이 짧고 끈기가 부족하다는 단점이 있습니다. 게다가 재미가 없으면 금세 집중력도, 지구력도 흩어지게 되죠.
성향은 ‘지능’과는 별개입니다. 실제로 《티처스 1 26화》의 주인공 준명이는 3살에 한글을 뗄 정도로 언어 능력이 뛰어났고, 수학적 직관도 탁월했습니다. 하지만 중학교 성적은 상위권에 미치지 못했죠. 이유는 간단합니다. 인지 부하의 역치 값이 낮기 때문입니다. 그로 인해 꼼꼼하지 못하고, 지구력이 부족한 모습을 보였습니다. 수학은 좋아했지만, 꼼꼼함과 단순 반복을 필요로 하는 단어 암기나 문법 공부는 고통스러워했죠.
이처럼 ‘좋아하는 과목에만’ 몰입하는 모습은 불·바람 성향의 아이들에게서 자주 나타납니다. 이들은 몰입력 자체는 매우 높지만, 인지적 부하에 취약해 반복과 꼼꼼함이 요구되는 학습에는 쉽게 좌절하죠. 특히 고등학교 내신과 수능은 학습량이 많고, 작은 실수 하나가 내신 성적에 치명적이기에, 이런 성향의 단점은 큰 약점으로 작용합니다.
호주의 교육 심리학자 John Sweller의 2020년 인지 부하 이론 연구에 따르면, "고난도 학습 내용은 성향에 따라 다르게 받아들여진다.... '처리 속도는 빠르나 반복에 약한 성향'은 작업 기억이 쉽게 포화되어 좌절감을 유발한다."라고 결론 지었습니다. 뿐만 아니라, 2022년 한국교육심리학회지에 실린 연구에선 “고기능 아동일수록 자기 성취에 대한 기대가 높고, 실수나 반복학습에서 좌절을 더 쉽게 경험한다.”고 밝표했습니다.
두 연구를 종합해 보면 이렇습니다. '처리 속도는 빠르나 반복에 약한 성향' 즉, 불/바람의 성향을 가진 영재들은 내용이 어렵거나 반복적인 학습을 해야 하는 경우 인내력이 부족해지게 된다는 것이죠. 이는 인지 부화의 역치 값이 낮기 때문에 나타나는 현상입니다.
낮은 인지 부하를
어떻게 높일 수 있을까요?
여기서 부모의 역할이 매우 중요합니다. 아이의 성향을 어릴 때부터 파악하고, 완벽해 보이는 모습 뒤의 성향적 약점을 찾아야 합니다. ‘잘하니까 괜찮겠지’라고 절대 방심 해선 안됩니다. 특히 불·바람 성향을 가진 영재들은 초중등 시절에 스스로 단점을 드러내지 않는다는 문제가 있습니다. 문제를 알아차린다 하더라도 부모는 아이가 알아서 잘하겠거니 생각하며 지나치는 경우가 많습니다.
부모가 아이의 성취만 보는 것이 아니라, 공부하는 과정에서의 감정 변화, 인내력, 반복에 대한 반응 등을 잘 살펴야 합니다. 그리고 무엇보다도 아이가 인지적 부하에 맞서는 힘, 즉 "답답하지만 끝까지 밀어붙이는 힘"을 키울 수 있도록 정서적 지지와 과정에 대한 꼼꼼한 피드백이 함께 필요합니다.
이 모든 걸 할 수 있는 가장 쉬운 방법은 ‘숙제’를 도와주는 것입니다. 좋아하는 과목만 공부하진 않는지, 암기나 단순 반복을 힘들어하지 않는지, 글씨는 갈겨쓰지 않는지, 계산 실수는 하지 않는지 꼼꼼히 확인하고 차분히 공부할 수 있도록 도와줘야 합니다. 이렇게 3달만 옆에서 도워줘도 인지 부하의 역치 값이 높아진 것을 눈으로 확인할 수 있습니다.
하나의 모습만 보고 모든 면을 판단해서는 안됩니다. 불의 성향과 바람의 성향을 가진 영재들은 낮은 인지적 부하로 인해 이해를 배이스로 공부하는 수학은 좋아하지만, 암기나 영어 문법 공부를 힘들어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좋아하지 않거나 단순 반복이 필요한 과목을 공부할 때 느껴지는 답답한 마음을 이겨내는 힘을 어릴 때부터 부모가 키워 줘야 합니다. 어렸을 때부터 잘한다고 학원만, 아이만 믿어 줄게 아니라, 부모가 아이의 공부 과정과 성취도를 꼼꼼히 확인하면서 아이가 인내력과 지구력을 기를 수 있도록 도와줘야 합니다.
공부는 아이 혼자 하지만,
공부하는 환경은
온 가족이 만들어 줘야 합니다.
공부는 성향,
다면적 학습 성향 분석가
맨티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