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요일까지만 장사해요’
며칠 전 동네 치킨집 사장이 깊은 한숨과 함께 내뱉은 말이다. 포장 및 배달 전문 프랜차이즈인데 가격도 저렴해서 자주 이용했던 곳이다. 재료비는 폭등했는데 본사에서 가격을 못 올리게 해서 방법이 없단다. 접기로 했단다.
자영업자 그것도 완전 과포화 상태인 치킨집이 폐업한다는 것은 드문 일이 아니고 자주 있는 일에 속한다. 그런데 에어컨도 켜지 못하는 주방만 있는 곳에서 튀김기의 열기를 온몸으로 받아내던 그의 모습이 계속 머릿속에 남았다. 기름에 하두 데어 켈로이드 투성이던 그의 전완도.
오늘이 토요일이다. 나오는 길에 책 한 권 그리고 현찰 5만 원을 봉투에 넣었다. 가게에 들어가니 아직 영업 전이라 주문은 못 받는다고 했다.
‘주문은 아니고요. 오늘 마지막이시라면서요. 이 책으로 마음의 휴식도 얻으시고 이거 5만 원인데 친구분들과 소주 드실 때 보태 주세요’
‘네?’
‘아니 그래도 맛있게 잘 먹었는데 아쉽잖아요. 그래서. ㅎㅎ. 기운 내세요’
‘아이고…(넙쭉 인사)’
단순한 동정이나 위로는 아니다. 그는 내가 주문한 치킨을 단 한 번도 제시간에 준비 못했던 적이 없다. ‘15분 뒤에 오세요’,’ 22분 뒤에 오세요’ 시간 맞춰 가면 잘 익은 치킨이 누런 종이봉투에 담겨 있었다. 살가운 대화가 오간 적도 없고 치킨무를 서비스로 준 적도 없다. 하지만 이것이 프로의 세계 아니던가. 주어진 일을, 과업을 제시간에 적정한 퀄리티로 마감하는 것.
프로의 자격을 갖춘 이에게 나름의 존중을 표하고 싶었다. 그리고 또 동정이나 위로면 또 어떠랴. 생업현장을 타의로 접고 떠나는 이에게 내가 책 한 권과 5만 원으로 힘내라고 말해주는 것. 내가 해줄 수 있는 작은 성의였다.
오십 문 턱까지 와보니 그거 하난 알겠다. 내가 지금 발을 딛고 있는 일상은 누군가의 헌신, 지원, 위로, 희생 등등으로 이루어졌으며 거기에 아주 약간의 내 능력과 운이 촉매 역할을 했을 뿐이다. 내가 받은 것의 아주 극히 일부라도 내어보고 싶었다.
사장님. 치킨 맛있게 잘 먹었습니다.
어디 가시더라도 더 많이 버시고 더 건강하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