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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정재주 Jun 04. 2022

나를 사랑하는 내가 되기 위하여

작전명 서른, 시작을 선포한다!

나는 나를 사랑하고 싶다. 정말로. 진심으로. 그리고 그건 아마 내가 지금까지 해왔던 어떤 일보다도 힘든 일이 될 거다.


사회 초년생, 회사원. 나름 좋아하는 일을 하면서 가끔은 야근도 하고, 주말에는 늘어지게 자는 평범한 생활. 남들과 비슷한 삶에 익숙해졌지만, 한편으로는 불안하다. 앞으로는 내 삶에 더 이상 큰 변화가 없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퇴사나 이직을 제외한,  당장 가늠할 수 있는 큰 사건이 없다. 앞으로 영영 지금의 나로 멈춰 있게 되면 어떡하지? 그런 생각을 하면 조금 우울해진다.


물론, 현재를 즐길 수도 있다. 지금은 내가 살던 중 가장 경제적으로 안정된 시기니까. 그래서 가지고 싶었던 물건도 사고, 먹고 싶던 음식도 먹고, 하고 싶던 일도 했다. 그런데, 그것도 한순간의 재미였다. 나한테 남는 건 텅 빈 잔고와 불어난 체중, 그리고 늘어진 컨디션뿐. 인스턴트 변화는 나를 쉽게 망가뜨렸다.

자꾸 지금의 나와 옛날의 나를 비교하게 된다. 칭찬도 많이 받고 상도 곧잘 탔던 어린 시절과 비교했을 때, 지금의 나는 그저 그런 어른 같다. 내 삶에서 반짝반짝 빛나던 시기가 벌써 멀어진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


어렸을 때는 가만히 있어도 많은 게 변했다. 흘러들어온 변화 사이에서 나는 나름 흐름을 잘 타는 아이였다. 내가 좋아하는 것과 잘하는 것을 찰떡같이 찾아서 즐기는 기특한 아이. 그때로부터 착착 성장해온 나는 이제 어른이 되었고, 회사에 들어가, 스스로를 부양하게 되었다. 나쁘지 않은 변화였지만, 그때를 기점으로 흐름이 멈췄다. 더 이상 굽이쳐 날 나아가게 만드는 변화는 없다. 내가 선택할 수 있는 건 그저 버티기 아니면 놓기 뿐인 것 같았다. 전과 같지 않았다.


하지만 깊이 생각해보면, 그때의 나와 지금의 나는 많이 다르지 않다. 난 아직도 어렸을 때처럼 오만가지가 궁금하고, 글쓰기가 재밌고, 좋아하는 일을 할 때 엉덩이를 실룩거리는 사람이다. 달라진 게 있다면 조금 더 현실적인 생각을 하고, 여유 시간이 사라졌고, 기력이 없는 것뿐이다. (생각보다 많은데?) 그때와 지금의 내가 다르게 느껴지는 이유는 딱 하나다. 옛날의 나는 스스로를 사랑했고, 지금의 나는 스스로를 사랑하지 않는다.


 고등학교 때 그냥저냥 지나갔던 사춘기가, 대학생 때 살짝 나를 흔들었던 대춘기가, 지금 겨우 안정된 내 삶에 직춘기의 모습으로 찾아왔다. 견문이 넓어질수록 나는 이상에 대한 깊은 생각을 한다. 변화 없이 고여가고, 익숙한 것에 무뎌져 가는 나는 그 깊이를 채우기가 어렵다. 알게 되는 게 많아질수록 나를 사랑할 근거는 부족해지고 아쉬운 점만 눈에 보였다. 이 모습 그대로 영영 굳어버리는 게 두려웠다.


지금의 나는 스물일곱, 만으로 스물다섯이다. 이십 대의 내가 스스로를 사랑하지 못하는데, 삼십 대의 나는, 사십 대의 나는 스스로를 사랑할 수 있을까? 내가 그때까지도 지금 이 모습 그대로라면 말이다. 그래서 결심했다. 변화가 나를 흔들어 놓지 않는다면, 내가 변화를 향해 가기로. 변화가 물결이라면, 나는 파도를 찾아 헤엄치는 사람이 되고 싶다. 그렇게 철썩이는 파도를 타면서 내가 사랑하지 않고는 못 배길 멋진 내 모습을 향해 다가갈 수만 있다면!


물론 안다. 날 사랑하는 것만큼이나, 스스로를 바꾸는 것도 쉬운 일은 절대 아닐 거다. 이사나 퇴사처럼. 당장 날 흔들 수 있는 크고 중대한 결심을 당장 내릴 수는 없을 거고. 스물일곱까지 가지고 살아온 습관의 관성이 절 놓아주지 않을지도 모른다. 그래서 천천히 바꿔나가려고 한다. 내 목표는 서른 번째 생일. 20대에 잘 갈고닦은 사랑스러운 내 모습을 30대의 멋진 나에게 넘겨주기로 결심했다. 그때까지는 약 5년이 남았다.


비록 시작은 운동 전에 숨 고르는 것처럼 눈치채기 어려운 사소한 것들일 거다. 하지만 숨을 골라두지 않으면 본격적인 운동을 시작할 수 없다. 작은 것에서 큰 것으로의 변화. 사랑하지 않는 나로부터 사랑하는 나에게로의 헤엄. 그 시작은 호흡을 가다듬는 거다. 크게 심호흡을 하고, 바뀔 준비가 되었다고 선포한다. 이 글은 그 선언문이다. 이름하여 작전명, 서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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