챕터17. 매몰 비용이라는 버그에서 탈출하라-1

그동안 쏟아부은 시간과 돈이 아까울 때

by 닥터 F

A/B 테스트를 통해 당신은 앞으로 어떤 프로젝트에 투자해야 할지 알게 되었다. 하지만 당신의 인생 포트폴리오에는 이미 시작해버린, 그리고 아마도 실패하고 있는 프로젝트들이 가득하다. 3년째 붙잡고 있는 공무원 시험, 가망 없는 연인 관계, 수익이 나지 않는 부업.


당신은 왜 그것들을 그만두지 못하는가? “아까워서.” 이 한 단어 때문이다. “지금까지 쏟아부은 시간과 돈이 아까워서.” 이 감정은 당신의 뇌에 설치된 가장 치명적인 버그다. 경제학에서는 이것을 ‘매몰 비용의 오류(Sunk Cost Fallacy)’라고 부른다.


나는 이 버그 때문에 내 인생의 절반을 날렸다. 망해가는 사업에 계속 돈을 쏟아부었고, 끝난 관계에 미련을 버리지 못했다. ‘본전 생각’에 빠져 더 큰 손실을 자초하는 멍청한 도박꾼이었다.


이 챕터는 당신의 인생에서 이 매몰 비용이라는 버그를 강제로 삭제하는 백신이다. 주식 투자에서 쓰는 ‘손절매(Stop-Loss)’ 원칙을 당신의 인생에 적용할 것이다. 아플 것이다. 당신이 쏟아부었던 모든 것을 당신 손으로 부정해야 하니까. 하지만 썩은 팔을 잘라내지 않으면, 당신의 온몸이 썩어 문드러질 것이다.


그동안 쏟아부은 시간과 돈이 아까울 때, 공식이 내리는 처방

“본전만 찾으면 그만둘 텐데.” “조금만 더 하면 잘 될 것 같은데.”

이 목소리는 당신의 이성이 아니라, 당신의 ‘손실 회피 편향’이라는 본능이 내는 소리다. 인간은 이익을 얻었을 때의 기쁨보다, 손실을 입었을 때의 고통을 2배 이상 크게 느낀다. 그래서 이미 발생한 손실을 인정하지 못하고, 더 큰 도박을 해서라도 그것을 만회하려는 비이성적인 행동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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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그랬다. 첫 사업 실패로 1억을 잃었을 때, 나는 그 손실을 인정할 수 없었다. 그래서 2억을 더 대출받아 두 번째 사업에 뛰어들었다. ‘이번에는 다르겠지.’ 결과는? 3억을 모두 잃었다. 손실을 인정하는 고통이 두려워, 나는 더 큰 고통을 자초했다.


이 버그를 치료할 유일한 방법은, 과거를 당신의 의사결정 과정에서 완벽하게 삭제하는 것이다. 그리고 우리의 공식은 바로 그 일을 하도록 설계되었다.


공식의 처방: 과거는 0이다. 공식 [P × R / (1+r)ᵗ] > S를 다시 봐라. 이 공식의 모든 변수는 **‘미래’**에 대한 것이다.

S (희생): ‘앞으로’ 투입해야 할 비용이다.

R (보상): ‘앞으로’ 얻게 될 보상이다.

P (확률): ‘앞으로’ 성공할 확률이다.

t (시간): ‘앞으로’ 걸릴 시간이다.

이 공식 어디에도 ‘과거에 얼마나 쏟아부었는가’를 묻는 변수는 없다. 공식에게 과거는 존재하지 않는 시간이다. 당신이 과거에 1억을 썼든, 10억을 썼든, 공식의 계산 결과에 1의 영향도 미치지 않는다. 과거의 비용은 이미 회수 불가능한 ‘매몰 비용’일 뿐, 당신이 고려해야 할 변수가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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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ORKBOOK: 당신의 실패 프로젝트 손절하기]

1단계: 당신이 ‘손절’을 고민하는 프로젝트를 정의하라.

예시: 3년째 준비 중인 9급 공무원 시험.


2단계: 매몰 비용을 계산하고, 그리고 삭제하라. 지금까지 당신이 이 프로젝트에 쏟아부은 모든 것을 나열해라. 이것은 당신의 고통을 인정하는 의식이다.

매몰 비용 리스트:
- 명시적 비용: 학원비, 교재비, 독서실 비용 등 3년간 총 2,000만 원.
- 기회비용: 3년간 취업했다면 벌었을 돈. 약 1억 2,000만 원.
- 총 매몰 비용 = 1억 4,000만 원


이제 이 숫자를 종이에 크게 쓰고, 당신의 손으로 찢어서 쓰레기통에 버려라. 이 1억 4,000만 원은 당신의 결정에 아무런 영향을 미치지 않는다. 이것은 그냥 당신이 과거에 지불한 비싼 수업료일 뿐이다.


3단계: ‘지금 시점’에서 다시 A/B 테스트를 실행하라. 당신은 지금 막 태어난 사람이다. 과거는 없다. 당신 앞에는 두 가지 선택지만 있다.

Project A: 1년 더 시험에 도전한다.

Project B: 지금 당장 시험을 포기하고 취업을 준비한다.


[Project A: 1년 더 도전]

S (미래 희생): 앞으로 1년간 들어갈 비용.
- 생활비 1,200만 원 + 학원/교재비 500만 원 + 기회비용(1년간 취업 시 연봉) 4,000만 원 = 5,700만 원

R (미래 보상): 합격 후 30년간 얻을 총보상(정량적+질적)의 현재 가치. 약 10억 원으로 가정.

P (미래 확률): ‘지금부터 1년 더 공부했을 때’ 합격할 확률. 과거 3년간의 실패 데이터는 당신의 합격 확률이 시장 평균보다 낮을 수 있음을 시사한다. 냉정하게 **P = 15% (0.15)**로 잡자.

t (시간): 1년.

r (조급함): 30% (0.3).

현재 가치 = (0.15 * 10억) / (1.3)¹ = 1억 5,000만 원 / 1.3 ≈ 1억 1,538만 원

NPV (순현재가치) = 1억 1,538만 원 - 5,700만 원 = 5,838만 원


[Project B: 지금 포기]

S (미래 희생): 포기함으로써 발생하는 비용. ‘주변의 시선’, ‘패배자라는 자괴감’ 등 질적 비용. 약 1,000만 원으로 측정.

R (미래 보상): 지금 당장 취업 준비를 시작하여, 6개월 뒤 중소기업에 연봉 4,000만 원으로 취업한다고 가정. 30년간의 총보상 현재 가치는 공무원보다 낮아 약 8억 원으로 가정.

P (미래 확률): 당신의 학력과 나이를 고려할 때, 6개월 내 취업 성공 확률. **P = 70% (0.7)**로 잡자.

t (시간): 0.5년.

r (조급함): 30% (0.3).

현재 가치 = (0.7 * 8억) / (1.3)⁰·⁵ = 5억 6,000만 원 / 1.14 ≈ 4억 9,122만 원

NPV (순현재가치) = 4억 9,122만 원 - 1,000만 원 = 4억 8,122만 원


판결: Project A의 기대값 = 5,838만 원 Project B의 기대값 = 4억 8,122만 원

숫자는 당신에게 소리치고 있다. “당장 그만둬라.” 당신이 1년 더 도전해서 얻을 수 있는 기대 이익보다, 지금 당장 포기하고 새로운 길을 찾을 때의 기대 이익이 압도적으로 높다. 당신을 붙잡는 ‘아깝다’는 감정의 가치는, 당신이 포기함으로써 얻게 될 미래의 가치에 비하면 먼지에 불과하다.


미련은 감정이고, 손절은 계산이다. 당신은 ‘주식회사 나’의 CEO다. CEO는 감상에 젖지 않는다. 수익성이 없는 프로젝트는 즉시 중단하고, 자원을 회수하여 더 유망한 프로젝트에 재투자할 뿐이다. 당신의 과거는 당신의 것이 아니다. 그저 당신이 지불한 수업료일 뿐이다. 이제 그만 수업료에 미련을 갖고, 다음 학기로 나아가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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