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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벌꿀 Jul 09. 2020

덜익은 토마토

토마토는 빨갛게 익은 것만 먹는 건줄 알았지

즙이 가득한 붉은 토마토에 흰 설탕을 뿌려먹던 시절이 지나고 나서도, 나는 언제나 토마토는 새빨갛게 익혀서 먹는 줄로만 알았다. 그리고 방울토마토냐 그냥 토마토냐 사이에서만 취향을 나누는 줄로만 알고 있었는데, 이탈리아에 와서 토마토가 그렇게 단순하지 않다는 것을 깨닫는 데는 오래 걸리지 않았다. 


오래전 여름날 줄리오의 점심초대가 있던 주말, 먹는 것에 있어서는 단연 일가견이 있는 그가 어떻게 장을 보는지 궁금해 도와준다는 핑계로 따라갔다. 물론 당장 후회했다. 더운 여름아침부터 몇시간동안 장을 본다는 것을 알았다면 가지 않았을 것이다. 과일과 채소는 좋은 품질을 파는 그가 단골인 작은 가게에서 구입하고, 생선은 정말 신선한 생선만 파는 Pescheria 생선가게에서 사고, 마트에서는 어쩔 수 없는 것들을 구입하는 방식이였다. 


그렇게 뺑뺑 돌아다니며 점심 장거리를 보던 날, 처음으로 나는 초록빛이 도는 덜익은 토마토를 먹는 다는 사실을 알게되었다. 



이탈리아에는 정말 다양한 종류의 뽀모도로, 토마토가 즐비해 있는데, 사실 가지각색의 토마토는 저마다 먹는 법이 있다. 보통 토마토소스는 <Pomodoro San Marzano 뽀모도로 산 마르자노> 라고 부르는 날씬하고 길쭉한 붉은 토마토를 사용한다. 한국에서 내가 즐겨먹던 둥그스런 붉은 토마토는 토마토 소스로는 적당하지 않다. 그리고 처음 모양을 보고서는 정말 신기하다고 생각했던 <Pomodoro cuore di bue 뽀모도로 꾸오레 디 부에> Bull's Heart 황소의 심장 이라고 부르는 이 토마토는 어떻게 먹어도 맛있지만 모짜렐라를 곁들인 카프레제 샐러드로 즐겨먹는다. 그리고 내가 가장 좋아하는 얼룩하게 어두운 색의 <Pomodoro Camone 뽀모도로 카모네> 는 씻어서 소금과 올리브오일을 뿌려 샐러드식으로 먹거나 나는 그냥 방울토마토처럼 한입꺼리마냥 먹는다. 



그날 마침 카프레제를 준비하려는 줄리오는 작은 그 단골 가게에서 내 눈에는 아직 덜익어보이는 푸른빛이 보이는 큼지막한 토마토를 종이봉지에 담았다. 아직 빨갛지 않은 토마토를 먹냐고 묻자 그는 '당연한 걸 왜 묻냐'는 식으로 답해왔다. 덜익은 토마토여야지 진정한 요리의 재료가 되는 것이다. 


아마도 처음 맛 본 그날 점심의 붉지않은 토마토는 의외로 괜찮았다. 슬라이스로 썰어도 모양새를 그대로 유지할 수 있었으며 모짜렐라와 곁들이니 음식 자체에 좋은 식감과 신선함을 더했다. 그때 이후로부터 '과거의 나에게는 덜 익어보이던' 토마토에 나는 맛을 들였고, 누군가를 초대할 일이 생기면 당연하다는 듯이 붉지않은 토마토로 만든 카프레제를 내놓는다. 


<사진 출처 : Rezel Apacionado on Unsplash, Edgar Castrejon on Unsplash>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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