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opolò 토폴로는 마을주민 스무명 남짓한, 이탈리아 북동쪽 Friuli-Venezia Giulia 주에 속해있는 슬로베니아와 국경을 마주한 산속 작은 마을이다. 굽이굽이 마을을 찾아 산을 올라가면 이런데 어떻게 집들을 지었나 생각이 든다. 산속에 숨어있는 이 작은 마을에 7월이면 전세계 여기저기서 사람들이 모여든다. 영화, 음악, 연극 등과 관련된 다양한 전세계의 예술가들이 이 작은 마을에 7월 삼주정도 모여 서로의 예술활동을 보여주며 토론하고 공유한다. 일종의 예술워크샵이다. 마을의 빈집들은 영화상영관이 되고, 빈터는 연극무대가 된다. 마을 곳곳이 예술공간으로 탄생하는데 이 특별한 시기를 구경하려고 7월이면 이 산골마을까지 여기저기서 사람들이 모여든다. 올해는 나와 나의 파트너 그리고 동네이웃커플 이렇게 넷이서 다녀왔다.
작은 마을을 빙글빙글 돌면서 골목을 다니며 우연히 마주하게 되는 빈집에서 상영되고 있는 영상들. 어디선가 음악이 들려 따라가보면 작은 언덕 빈터에서 시작되고 있는 춤. 마을 언덕을 오르락 내리락 하며 길을 물어보다 만나게 되는 런던 출신의 영상예술가. 이탈리아어보다 다른언어들이 골목골목에서 들려오는 공간이된다.
이렇게 아무도 모를 작은 산골마을이 흥미로운 일들로 가득한 것이 나에게는 그저 신기한 경험이였다. 마을을 이리저기 헤매는 즐거움과 더불어.
그리고 빼놓을 수 없는 즐거움, 마을의 꼭대기에 준비해놓은 카페 겸 음식부스에서의 저녁이다. 메뉴는 두가지로 단출하게 좋았다. 이 지역에서 늘 빼놓을 수 없는 Frico 프리코 그리고 ćevapčići 체바프치치. 마실 것은 와인, 맥주 그리고 사과주스. 이름도 생소한 ćevapčići 체바프치치는 슬로베니아, 크로아티아가 속한 발칸반도쪽 음식이다. 여러종류의 다진고기와 향신료 등을 섞어 소시지 모양으로 만든 떡갈비와 비슷한 요리라고 해야할까. 살짝 매콤한 것이 포인트라고 하는데 오렌지색보다 좀더 붉은 Ajvar 아이바르 라는 파프리카 맛의 소스와 같이 나왔다.
그리고 Friuli 프리울리 주 어디서나 빼놓을 수 없는 Frico 프리코. 프리코는 일종의 감자전같은 요리다. Friuli 프리울리 지역의 대표적인 요리로 이 지역 식당 어디서나 이 감자요리를 메뉴에서 볼 수 있다. 삶은 감자를 으깨어 Montasio 몬타시오 치즈를 잘게 썰어넣어 팬에 부쳐낸다. 약한 불에서 치즈가 천천히 녹으면서 감자와 함께 겉은 기름에 지글지글 튀겨진 것처럼 바삭하고 안은 감자와 치즈의 조합이 부드럽다. 주로 Polenta 폴렌타라고 하는 옥수수로 만든 묵과 곁들여 먹는다. 경험상 프리코는 맛볼때마다 맛이 다른데 재료의 배합이 만드는 사람 맘대로인 식이다. 보통 감자, 양파와 치즈를 넣어 만드는데 아스파라거스를 넣기도 하고 염장햄을 넣기도 한다. 부추를 넣은 것도 보았다.
해가 산 너머로 사라지며 산바람이 마을 이리저리 시원하게 불었다. 마을을 오르락 내리락 하며 만난 생소한 공간들과 사람들. 그리고 가을에는 단풍으로 절경일 것 같던 산속에서의 보통적이면서도 이색적이였던 저녁식사. 와인 한잔과 단출한 한접시의 감자요리로 즐거웠던 작은 국경마을 Topolò 토폴로 에서의 추억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