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탈리아 할머니의 주특기
우리가 사는 Friuli 프리울리 주 하면 이 Krafen 크라펜을 빼놓을 수 없다. 원래는 오스트리아에서 먹던 것이라고 하던데 프리울리주가 오스트리아와 국경을 맞대고 있으니 여러가지로 영향받은 것이 많은 지역이다. 달달한 디저트를 만드는 빵집 어디를 가던 크라펜을 맛볼 수 있다. 독일이나 오스트리아에서는 크라펜을 지역마다 다르게 부른다던데 이탈리아도 그렇다. 로마에서는 Bomba 봄바라고 흔히 부르고 중부 이탈리아 토스카나부근에서는 Bombolone 봄볼로네 라고 부른다. 파트너의 말로는 지역마다 반죽이 조금씩 다르다고 하던데 어쨋든 모두 튀긴 도너츠류다. 프리울리 우리동네에서는 Krafen 크라펜 이라고 부른다. 독일어식으로는 크라픈 이라고 부르는 것 같으나 이탈리아에서는 알파벳 그대로 크라펜 이라고 부른다.
이 크라펜을 집에서 만드는 일은 보통일이 아니다. 반죽을 발효하고 기다리고 모양을 만들어 굽고 기름에 한번 튀겨야 한다. 살구잼도 채워넣어야하고. 손자가 크림을 넣어달라고하면 크림도 만들어서 넣어주고. 하루를 통째로 정성들여야 만들수 있는 맛이다. 파트너의 친할머니는 손에 류마티스 관절염이 오기전까지 손녀나 손자가 크라펜을 해달라고 조르면 늘 직접 집에서 손반죽으로 이 빵을 만드셨다고 한다.
할머니가 돌아가신지 삼십년도 더 되지만 남은 가족들은 늘 할머니 얘기를 할때면 이 크라펜 얘기를 빼놓지 않고 한다. 할머니가 만들어 주던 맛이 굉장히 유별나게 맛있었거나 빵집에서 팔던 것과는 차원이 다른 맛이라거나 했던 건 아니였을 것이다. 아마도 집에서 소소하게 만들어낸 보통의 맛이였을 것이다. 그러나 가끔씩 일년에 한 두 번, 가족들이 조르면 하루 정성을 쏟아 만들어주신 그 추억이 가족들에게는 특별한 맛으로 남아있는 것이 아닐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