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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오지대디 Jul 13. 2023

이방인으로 산다는 것

호주와 한국의 중간

어느덧 호주에서 살아온 지 22년이 되었다. 이제는 한국에서 태어나 살아온 날보다 호주에서 자리 잡고 살아온 날이 더 많이 되었는데 이것을 깨닫는 순간 뒤통수를 맞은 거처럼 ‘이제는 호주사람인가’라는 생각이 들었다.


아직도 한국말이 영어보다 편하고 직장은 호주사람들이 대부분인 곳을 다니지만 대화를 할 때마다 겉도는 것을 아직도 느끼고 있다. 이 것은 호주동료들이 나를 차별한다거나 왕따를 시킨다는 것이 아니라 전적으로 문화와 공감대의 차이이다. 예를 들면 한국예능 유퀴즈에서 너무 재미있는 장면을 봤는데 다음날 회사에 가면 이 것을 나눌 사람이 없다. 호주 혹은 미국의 드라마, 영화 등을 보고서야 비로소 나눌 수가 있는데 이것도 잠깐이다. 대화가 깊어지지 못한다는 것에는 전적으로 영어실력이 문제가 아닐까라고 생각도 되지만 그렇지도 않다. 단지 서로 살아온 환경이 달라서 문화와 공감대 그리고 세상을 바라보는 관점등이 다른 탓이 큰 거 같다.


아무리 내가 호주에서 20,50,100년을 살아도 겉모습은 아시아인이기 때문에 처음 본 사람이 나를 호주사람으로 인식하는 것은 거의 없다. 그런데 영어가 좀 어눌한 것이 장점이 될 때가 단점보다 많은 것을 때로는 느낀다. 호주사람들의 특징이 나보다 남이 좀 부족한 것을 인지했을 때 도와주려는 성향이 강하다(다 그런 것은 아니지만 내가 만나온 대부분의 호주사람이 그렇다)


이제는 호주가 고향에 온 거같이 마음은 더 편한데 한국인이기 때문에 한국적인 것들이 아직도 너무 좋은… 이방인이라는 것은 이것도 저것도 아닌 한국인이 서류상 호주시민으로 사는 그 중간의 어떤 위치정도가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든다.


그래서 두나라의 중간에 가교적인 역할을 하기를 원하는데 이런 마음은 두 나라를 사랑하지 않고서는 나오기 힘든 마음이라는 것이 내 생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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