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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여로 Jan 08. 2021

어느 산파 이야기

대기업 계열사에 다니는 친구가 퇴근길에 나를 불러내어 한숨을 내쉬었다.

팀장이 지시한 것을 대표에게 보고했더니 대표가 다른 의견을 냈다는 것이다.

대표가 다른 의견을 냈다고 팀장에게 보고하면 끝날 일에 친구가 안절부절못하는 이유는

팀장은 그룹 회장님의 아들이었기 때문인 것이다.


두 명의 절대권력 사이에서 친구는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고 두려움만 쌓여가고 있었다.


둘 사이에서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며 난처해했지만

사실 답은 너무도 분명했다. 권력의 무게가 어디에 있는지는 너무도 명확하기 때문이다.
대표에게는 인사권이라는 무서운 권한이 있지만 회장의 아들에게는 그 이상의 말로 형용할 수 없는

심지어 대표의 운명을 좌지우지할 수 있는 절대권력을 가지고 있기 때문이다.
다만, 그것을 전달하는 과정에서 어느 정도의 센스가 필요할 뿐이었다.


출애굽기에 어느 산파의 이야기가 나온다.
이스라엘 백성들이 점점 늘어나 위기감을 느낀 애굽의 왕 바로는 산파를 불러 이스라엘 여인이 아들을 낳으면 그 자리에서 죽이라 명한다. 하지만 산파들은 애굽 왕의 명령을 어기고 남자아이들을 살린다.


절대권력인 왕의 명령 앞에서 산파들은
누구를 두려워해야 하는지 분명히 알고 있었다.


당시 거대 제국인 애굽 왕의 권한은 막강했다.

산파들의 목숨도 좌지우지할 수 있는 존재 그 이상이었다.
그런 절대권력의 명령을 산파들은 어길수 있었을까
그것은 생명을 존중하려는 도덕적 행위도 사회적 정의를 구현하려 높은 사명감도 아니었다.

그들이 그런 무모한 행동을 할 수 있었던 이유가 분명하게 기록되어 있다.
그들은 이스라엘 백성들을 지키는 하나님을 두려워했기 때문이다.


이르되 너희는 히브리 여인을 위하여 해산을 도울 때에 그 자리를 살펴서 아들이거든 그를 죽이고 딸이거든 살려두라 그러나 산파들이 하나님을 두려워하여 애굽 왕의 명령을 어기고 남자 아기들을 살린지라
(출애굽기 1:16~17)


그들은 힘의 무게가 어디에 쏠려있는지 알고 있었던 것이다.
산파라는 천한 신분의 여인들이 감당하기에 바로의 권력은 너무도 막강하였지만 그들이 마주해야 하는 하나님의 권능은 바로의 생사 여탈권을 관장할 만큼 더 크고 위대하다는 것을 그들은 너무도 잘 알고 있었기 때문이다.

애굽 왕이 산파를 불러 왜 남자아이들을 죽이지 않았냐 묻자 그녀는 자신들이 도착하기도 전에 이스라엘 산모들이미 아이를 낳아버려 어쩔 수 없었다고 말한다.


너무도 뻔히 보이는 거짓말에도 그녀들은 어떠한 처벌을 받았다고도 기록되어있지 않다.
오히려 하나님을 경외함에 은혜를 입어 집안이 번성하고 흥왕 했다고 기록되어 있다.


하나님이 그 산파들에게 은혜를 베푸시니 그 백성은 번성하고 매우 강해지니라 그 산파들은 하나님을 경외하였으므로 하나님이 그들의 집안을 흥왕 하게 하신지라 (출애굽기 1:20~21)


세상에는 두려운 것이 너무도 많다.

삶의 무게가 나를 짓누르고, 가난의 두려움이 나를 압도한다.
가진 것이 너무 없어서, 배운 것이 너무 적어서

작은 힘에도 쉽게 굴복해야 하고, 몇 푼의 돈에도 쉽게 비굴해야 한다.


두려운 세상 앞에 한없이 나약한 존재인 내가 할 수 있는 유일한 일은
진정 무엇을 두려워해야 하는지 올바로 아는 것뿐이다.


나의 인생을 우습게 흔들 수 있는 너무도 많은 사람이 존재하고
그들의 장난스러운 말 한마디에도 나의 인생은 휘청거린다.
그렇게 인생은 나를 숨 쉴 틈도 없이 몰아세우고 있다.


그런 두려운 세상 앞에, 앞이 보이지 않는 절망 속에
내가 오직 두려워할 것은 그 모든 것을 압도하시는 그분 한분이라 이야기하신다.
내가 유일하게 경외할 것은 그 모든 것을 주관하시는 그분 한분이라 말씀하신다.

그가 나를 긍휼히 여기사 그의 넓은 사랑과 인지하심으로 나를 보호하시겠다 말씀하신다.

 

여호와여 주의 긍휼을 내게서 거두지 마시고 주의 인자와 진리로 나를 항상 보호하소서 (시편 40: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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