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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Natasha Aug 08. 2018

(1)삶을 기록하는 한권의 책만들기

왜 평범한 삶을 기록하는 것이 필요할까?

삶의 기록의 시작 

 

 이산아카데미에서 6회에 걸쳐 진행하는 "삶을 기록하는 한권의 책만들기" 강좌를 듣고 있다. 평범한 사람들도 쉽고, 저렴한 비용으로 자신이나 주변 지인들의 삶의 이야기를 기록하여 책으로 낼수 있도록 돕고자 기획된 프로그램이다. 수업을 듣고난 후 자서전 초고가 나오는 것을 목표로 한다. 강의는 사회적기업 꿈틀의 박범준 편집장님이 진행해주셨다. 꿈틀은 지금까지 160여명의 삶을 기록해 책으로 내온 사회적기업이다.(관련정보: http://www.vop.co.kr/A00001309057.html




 그간 문화서비스에서 대부분의 사람들은 컨텐츠를 소비하는 소비자로서 자리매김 되었다. 그렇지만 평범한 개인들이 자신의 삶의 소재를 매개로 문화예술을 향유할수 있도록 하는 접근은 시도되어본 적이 별로 없었던 것 같다. 내가 평범한 사람들의 삶의 이야기에 주목하는 이유는, 누구나 자신의 삶의 기록을 소재로 이야기를 시작할수 있고, 그를 통해 다른 사람들, 다른 세계와 소통할수 있기 때문이다. 


삶을 기록한다는 것의 효용 


개인 또는 가족사의 정리


 누구나 특별할 것은 없지만 각자의 살아온 삶에는 나름의 의미가 있다. 자기의 삶에 대해 이야기해보는 것은 일종의 상담 치유의 과정과 유사하다고 한다. 이야기하는 것 자체가 치유가 되기도 하고, 살아온 삶에 의미부여하는 과정을 통해 위로를 받기도 한다. 꿈틀에서는 자서전 작업이 치매예방에 도움이 되는지에 대해 협력해서 연구를 진행하고 있다고도 했다. 


 또는 인생의 여정 중간쯤 어디에서 정리하는 삶의 기록이라면, 삶에서 중요한 core를 발견하여 방향을 발견하는 좋은 수단이 될 수도 있을 것이다. 내가 해온 것이야말로 내가 누구인지 말해주는 가장 실질적인 것, 그리고 오래된 미래일 것이기 때문이다. 


타인의 삶에 대한 이해


 직접 기록하는 자서전이 아닌, 가족이나 다른 사람의 구술을 듣고 기록하는 포맷의 특징은 바로 그 사람의 인생을 이해할수 있다는 것이다. 관련해서, 강사님이 이런 작업에 착안하게 된것으로 개인적인 경험을 이야기해주셨다. 강사님이 아버지의 삶을 기록해보는 과정은 아버지의 삶이라는 소재로, 아버지와 대화를 시작하기 위한 하나의 수단이었다. 도저히 아버지를 이해할수 없었기 때문에, 아버지의 생각과 삶을 이해해보기 위해 아버지의 삶을 기록해보겠다는 결심을 하게 된 것이었다. 


 그는 아버지의 자서전을 쓰고난후 인생이 바뀌었다고 했다. 표면적으로 드러나는 아버지의 생각, 가치관은 과거에서 온 것이기 때문에 현재의 것과는 끊임없이 불화할수밖에 없다면, 아버지의 삶에 대한 이해를 통해 아버지가 그런 가치관을 가질수밖에 없는 맥락을 이해하게 되고, 심지어 본인을 더 잘 이해할수 있게 되었다는 것이다.

 

 인문적/역사적 자료


 당사자의 기억에 의지하여 기록하는 삶의 이야기는 스스로의 삶을 위로하는데, 다른사람들의 이해와 공감을 얻는데  좋은 방법일수 있다. 하지만, 이러한 기억을 역사 사료로서 연구하고자 한다면 어떨까? 실제로 개개인의 삶을 통해 역사를 연구하고자 하는 방법론이 일상사, 미시사이다. 


 하지만, 실제로 개인의 구술 기록이 사료로서의 가치를 획득하기란 매우 어려운 일이다. 기억은 기록된 것만큼 정확하지도 않고, 구술자의 심리, 인터뷰어와의 관계에 따라 과장/축소되거나 실제와 다른 이야기들이 나올수 있다. 증거로서, 과학으로서의 가치를 요구하는 사료와는 거리가 있을수 밖에 없다. 구술을 통해 과거사건의 실체에 다가가기 위해선 구술기록과 문헌기록과의 대조, 구술자의 심리적 배경에 대한 통찰 등을 필요로 한다. 


  이러한 한계에도 불구하고, 그 시대를 살아갔던 사람들의 심리와 감정을 생생하게 보여주기에 구술기록 만큼 좋은 자료가 없을지도 모른다. 개인의 삶의 기록들이 누적된다면 과거의 삶의 양상을 보여주는 민속 자료,  그리고 시대를 초월해 공감을 불러일으킬수 있는 인문적 기록으로서 의미가 있으리라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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