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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pencilk Jul 31. 2018

흔들흔들, 베네치아

흐름에 몸을 맡기는 사람들

물의 도시 베네치아의 대중교통은 당연하게도 물 위를 오가는 배 '바포레토'다. 바포레토가 정차할 때면 최대한 정거장에 가까이 다가가 사람들이 바다에 빠지지 않게 해야 하는데, 그 과정에서 배가 정거장에 부딪치는 일은 의외로 자주 일어난다.


배가 정거장에 부딪치는 순간 처음 겪는 관광객들은 교통사고라도 난 것처럼 놀라지만, 바포레토를 몇번 타다 보면 그것은 베네치아에서는 너무나 자주 일어나는, 어쩌면 당연한 일상임을 깨닫게 된다. 정거장 역시 땅 밑에 뿌리를 두고 멈춰있는 콘크리트 건물이 아닌 물 위를 표류하는 배와 같은 형태를 하고 있기 때문에, 바포레토가 와서 부딪치면 정거장은 그 충격만큼 유유히 흔들린다.


양쪽이 다 힘을 빼고 흐름에 몸을 맡기고 있다면, 그 둘이 충돌했을 때 어느 쪽도 다치거나 부서지지 않는다. 그저 잠시 출렁거릴 뿐이다. 그 출렁거림은 시간이 지나면 자연히 잦아들게 마련이므로, 그렇게 또 시간에, 흐름에 몸을 맡기면 된다.



베네치아에서 태어나 자란 사람들도 그럴까.

어딘가에 부딪치고 흔들리는 일을 두려워하지 않고 흐름에 몸을 맡길 수 있을까.

부러운 사람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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