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매거진 다섯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이진재 Sep 04. 2022

지나간 여름의 다섯

여름잠과 슬럼프

1. 무덥다 못해 뜨거운 여름이었다. 삶에서도 다르지 않았다. 상대방과 말이 안 통해서 답답한 날도 있었고, 뜻밖에 화가 치밀어 오른 날도 있었다. 고민이 길어져서 잠 못 드는 날도 있었고, 꿈속까지 쫓아온 고민들이 괴롭혀서 10번도 넘게 깬 날도 있었다. 힘이 빠져서 축 쳐진 날도 있었고, 마음의 고민이 몸으로 이어져서 골골대던 날도 있었다. 어제와 오늘의 걱정과 어려움을 마주하느라 내일과 모레는 생각조차 못하는 계절이었다. 그 와중에도 정신을 놓지 않고 버텨내는 것이 얼마나 어려운지, 또 대단한 일인지 생각하게 되었다. 



2. 여름의 습한 날씨와 함께 슬럼프가 찾아왔다. 보통 더 많은 일을 하면서 슬럼프를 극복해왔는데, 이번에는 그럴만한 에너지가 남아있지 않았고, 집에 오면 무기력에 빠져서 침대에 눕기 바빴다. 주말이면 생각조차 하고 싶지 않아서 꽤 많은 모임과 의무들에서 도망쳐서 여름잠 자는 동물처럼 이불 안에 숨어있었다. 그러던 어느 밤, 새로운 기능을 배포하면서 팀원과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누다가 우연히 6개월 전이 떠올랐다. 지금 하고 있는 일이 그 당시의 고민을 해결하기 위한 선행 작업이라는 점, 그 사이 꽤 많은 문제를 해결했다는 점을 깨달았다.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고 지지부진하고 있다고 혼자 생각하고 있었는데, 그게 아니었다. 티가 꽤나 났을텐데, 많이 부끄러웠다. 이렇게 또 배워나간다. 남은 하반기는 잘 버틸 수 있는 루틴을 찾아가야지.



3. 오늘 나타난 당신의 성과는 오늘 당신이 하는 노력과 별 연관성이 없다는 것이다. 따라서 오늘 나타난 좋은 성과에 취하지도 말고, 오늘 나타난 저조한 성과에 좌절할 필요도 없다. 오늘 어떤 결과가 나타났든 간에, 당신이 해야 할 일은 한결같은 열정으로 씨를 뿌리는 것이다. 이기는 습관, 203p



4. 복잡한 제품을 잘 설계하기 위해서는 데이터 모델링과 소프트웨어 엔지니어링을 알아야 하는 게 아닐까? 그런데 이런 것까지 프로덕트 디자이너가 해야 할까? 단순한 데이터 구조에서 단순한 사용자 경험이 나온다고 믿고 있고, 틈틈이 데이터 모델링, ERD, 시스템 설계 책을 들여다보고는 있지만, 이런 역량까지 프로덕트 디자이너에게 요구하는 게 맞는지 아직까지는 잘 모르겠다. 알아서 나쁠 건 없다. 다만 디자이너가 코딩을 알아야 하냐는 질문과 비슷한 기분이다.



5. 복잡함 자체는 좋은 것도, 나쁜 것도 아니다. 나쁜 것은 혼란스러움이다. 우리는 지금부터 복잡함이 아닌 혼란스러움에 대해 불만을 가져야 한다. 혼란스러움은 우리가 무언가를 조절하거나 이해하려는 노력을 무력하게 만든다. 심플은 정답이 아니다, 23p


오랜만에 싱가포르로 다녀온 해외 여행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