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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우리 Jun 23. 2019

세상은 둘로 나뉘지 않는다.(팩트풀니스 #1)

국제개발협력 종사자의 시선으로 읽은 ‘팩트풀니스’, 그 첫 번째.

팩트풀니스를 손에 쥐다.


 그토록 읽어보고자 했던 ‘팩트풀니스’(factfulness)를 읽게 되었습니다. 주머니 사정이 여의치 않아 될 수 있으면 도서관에서 빌려보고 싶었습니다. 그런데, 아무리 차례를 기다리고 기다려도 빌려볼 수가 없었습니다. 인기가 많은 탓이었겠지요. 마침 지인이 문화상품권을 감사하게 선물해주었고, 용기를 내어 책을 구매하게 되었습니다. 과정이 참 미련하고 험난했지만, 책을 손에 쥐니 참 만족스럽습니다.



팩트풀니스 : 세계를 명확히 이해하기 위한 유용한 안내서

 

 ‘팩트풀니스’를 무어라고 소개해야 할까요. 세계를 이해하기 위한 통계학 책이라고 소개할 수 있을까요. “내가 읽은 가장 중요한 책. 세계를 명확히 이해하기 위한 유용한 안내서”라고 빌 게이츠가 걸출하게 책을 소개했습니다. 그 외에도 여러 유명인사들이 편견을 없애고 세상을 이해할 수 있는 책이다! 라고 말하는 등 여러 찬사가 책에 적혀있습니다. 인터넷에 검색만 해도 얼마나 훌륭한 책인지는 열어보지 않고도 알 수 있을 착각이 들 정도로 긍정적인 평가가 보입니다.




국제개발협력 종사자가 보는 세상


 저 같은 경우는 이 책에 대한 ‘광고’를 보자마자 읽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무엇보다 관심분야였기 때문이지요. 저는 보건 영양전문 국제개발협력 분야에 종사하고 있습니다. 알고 있습니다. 단어가 너무 어렵다는 것. ‘해외 어려운 나라를 돕는 일을 하고 있습니다. 도울 수 있는 여러 분야 중, 보건과 영양에 관련한 도움을 주는 일을 하고 있습니다.’라고 하면 조금 이해하기 쉬울 것 같습니다. 일반인에게 익숙한 용어가 아니기 때문에 많은 분들이 처음 들으면 어려워합니다. 저는 매체에 나오는 국제기구나 유명인사처럼 큰 영향력이나 결정권이 있는 사람도 아닙니다. 피라미드로 치면 맨 아래 칸이랄까요. 심지어 제가 있는 단체 이름을 말해도 이 분야에 바삭한 사람이 아니면 알기 어렵습니다. 하지만, 한국에서 시작한 단체 중 ‘보건 영양’ 분야는 우리 단체가 거의 유일합니다. 넓은 스펙트럼을 가지고 유사사업 혹은 하위 사업을 하는 큰 단체는 많지만(아마 당신이 떠올렸을 유명한 그 단체들), 보건과 영양에 포커스를 맞추고 그에 따른 전문성을 갖춘 프로젝트를 주로 수행하는 단체는 거의 없습니다.(참고로 저희 단체 이름은 ‘WITH’입니다.) 이 일을 하면서 개인적이지만 나름대로 보이는 것들이 있습니다.




우리가 이해하는, 혹은 이해하고 싶은 세상 모습


 글을 읽으시는 분은 혹시 후원이나 기부를 해보신 적이 있나요? 한 번쯤은 어떤 식으로든 해보셨을 것이라 생각합니다. 어떻게 하셨나요? 어떤 동기로 하셨나요? 아마 감동이 있던 곳에 기부와 후원을 했으리라 생각합니다. 제가 하는 다양한 업무 스펙트럼 중에서는 기부와 후원을 이끌어내야 하는 일도 있습니다. 큰 기업에서 나라에서 좋은 일 하니까 열심히 해라! 하면서 돈을 주지는 않습니다. 여타 큰 단체처럼 안정적인 후원기반이 마련되어있지도 않습니다. 많은 사람들은 특별한 이유가 있지 않는 한 적어도 이름을 한 번쯤은 들어본 단체에 기부를 하기 마련입니다. 이해가 갑니다. 심지어 기부를 하는 유명한 단체가 정부기관인 줄 아시는 분들도 많습니다. 그리고 작은 단체들은 그 정부기관에 속해있는 줄 아시는 분들도 있습니다. 대기업과 중소기업 정도 차이라고 생각하면 편할 것 같습니다. 어쨌든 이런 상황이지만, 현재 상황에서 할 수 있는 최선을 합니다. 하지만, 모금은 여전히 힘이 듭니다. 광고를 할 수도(돈이 드니까), 굿즈를 만들기도(돈이 드니까) 힘든 상황입니다. 만들어봐야 브랜드로 인식이 되어있지 않으니 큰 효과도 있을까 싶고요.
 후원 이야기로 갑자기 이야기가 샌 듯 하지만 연관이 있습니다. 후원을 요청하기 위해 혹은 다른 자리에 강연이나 설명을 나갈 때에(요즘은 세계시민교육이라는 이름으로 교사와 학생 대상으로 여러 자리에 갑니다.) 기본은 바로 세상에 대한 설명입니다. 세상에 어떤 어려움이 있고, 그 어려움을 위해 무엇이 필요합니다. 그러니 무엇을 갖추기 위해 후원이 필요합니다. 하는 식입니다. 물론 강연 자리에서는 후원 이야기를 꺼내지는 않지만 지금 우리가 살고 있는 세상에 대해서 설명을 꼭 합니다.




너무나 불편한 두 가지 질문


 ‘개발도상국에 사는 사람들은 다 가난할까요?’라는 질문에 많은 사람들은 ‘예’라고 답합니다. 답은 ‘아니오’입니다. 한국에서도 볼 수 없을듯한 으리으리한 백화점 옆에 방 한 칸에 여러 세대가 모여사는 빈민촌이 형성되어 있습니다. 맨발로 무거운 물통을 들고 가는 아이 옆으로, 운전기사를 대동한 고급 승용차를 타고 등록금이 비싼 사립학교에 가는 아이들이 있습니다. 포인트는 ‘불쌍한 아이들...’이 아니라 개발도상국은 ‘모두가 가난한 나라’가 보다는 ‘빈부 격차가 큰 나라’가 조금 더 정확한 표현이라는 것입니다. 한 가지 질문이 더 있습니다. ‘개발도상국에 사는 아이들은 다 깡 마른 아이들일까요?’ 이제는 답을 예상하듯이 ‘아니오’입니다. 보통 (우리가 흔히 부르는) 개발도상국에 가면 아이들이 통통해서 너무 예쁩니다. 깡 마른 아이들은 사실 별로 본 적이 없습니다. 왜 그럴까요? 아이들은 ‘곡식’은 많이 먹습니다. 탄수화물은 여러 경로로 많이 섭취하는 것이지요. 그런데, 우리는 어렸을 때부터 편식하지 말라고 배우지요? 우리 몸이 성장하기 위해서는 고른 영양소가 필요하기 때문입니다. 몸이 성장하는 것은 단순히 키가 크고 살이 찌는 차원을 넘어, 우리 몸 안 장기와 머릿속 뇌 또한 성장해야 함을 의미합니다. 겉으로 볼 때에는 통통해 보여서 예쁘지만, 몸과 보이지 않는 부분까지 성장하는데에 어려움을 겪을 위험이 있는 것이지요. 이런 것을 ‘보이지 않는 기아’(Hidden hunger)라고도 합니다.(Hidden hunger는 정확히는 미량 영양소 부족을 이야기하지만, ‘보이지 않는 기아’의 어감이 많은 것을 전달할 수 있다 생각합니다.) 겉으로면 보아서는 그 아이 영양상태를 아직 알 수 없는 것이지요. 그렇습니다. 영양은 단순히 ‘몸이 튼튼히 자란다’를 넘어 아이가 성장했을 때 인지력과 정서까지도 상관이 있습니다. 이에 관해서는 더 할 이야기가 많지만 너무 길어질까 이만 줄이겠습니다.




 말하고자 했던 것은 위 두 가지 질문을 던졌을 때 보이는 사람들 반응입니다. 제가 느끼는 반응은 ‘불편함’입니다. ‘개발도상국에 산다고 다 가난한 것은 아니다.’, ‘개발도상국에는 깡마른 아이들이 별로 없다.’라는 질문에 따르는 답에 대한 불편함입니다.(물론 내전이나 난민 같은 특수한 상황에 있는 나라는 논외입니다.) 본인들이 느끼고 알고 있던 것과 다른 사실을 이야기하니 편치 않은 것도 이해가 갑니다. 물론 모든 어려움이 해소되어 이제는 다 먹고살만해 라고 이야기하는 것은 아닙니다. 분명히 극단적 어려움은 여러 곳이 아직 존재합니다. 하지만, 우리가 줄 수 있는 도움에는 여러 단계가 있습니다. 최하위권 학생들만 도움이 필요한 것이 아니라 중하위권 학생들에게도 그에 맞는 도움이 필요하지요. 우리가 사는 세계, 특히 개발도상국도 마찬가지입니다. 현장에 종사하는 사람으로서 이를 어떻게 잘 설명할 수 있을까 많은 고민이 됩니다. 앞서 이야기했듯, 당장 약이 없고 당장 먹을 것이 없어서 굶어 죽는 상황은 이제 일반적인 상황이 아닙니다. 대신, 이제는 다음 단계에 돌입했습니다. 아이들이 겉보기에 쫄쫄 굶지는 않지만, 아직 건강하게 성장할 수 있는 단계는 아닌 것이지요. 아이들의 몸과 장기와 뇌와 마음이 말입니다.




알아야 하는, 혹은 인정해야 하는 진짜 세상


 국제개발협력 분야 일을 하면서, 알게 되는 개발도상국 상황이 있습니다. 극단적 상황은 이제 평균적으로 적지만 그다음 단계 도움이 필요한 곳이 많습니다. 그런데, 사람들은 이 정보를 그리 편해하지 않습니다. 후원자들도 마찬가지입니다. ‘극단적’인 도움이 필요한 곳에는 공감과 동의를 하면서 많은 후원이 되지만, ‘다음 단계의 도움’에 대해서는 그렇지 않습니다. 긴급성과 시급성, 중요도와는 다른 문제입니다. 깡 마르고 죽어가는 아이의 사진이 뜨면 그렇지, 바로 저거지.라고 말하는 듯한 느낌은 단지 느낌만은 아니지 싶습니다. 팩트풀니스에서 이야기하듯 ‘세상은 둘로 반드시 나뉜다.’라는 오해가 많은 사람들에게 있다고 느낄 때가 많았습니다.
 주절주절, 많은 이야기를 했지만 ‘팩트풀니스’를 읽게 된 이유입니다. 위에 말씀드린 것들은 단순한 ‘사실’이 아닐 수 있습니다. 제가 가진 개인적 ‘느낌’일 수도 있고, 일방적인 ‘판단’이라고 할 수도 있습니다. 책을 발견하고 먼저는 반가웠습니다. 아, 나와 같은 생각을 이미 오래전부터 해온 사람이 있었구나. 그리고 이미 여러 연구실적을 갖고 권위 있는 자리에서 공적 발언을 여러 차례 한 사람이 있었구나 하는 동질감(?)이었습니다. 저에게도 편견이 있을 수 있겠지요. 그 편견이 있다면 무엇인지 확인하고 싶었습니다.

 그리고 무엇보다 앞으로 이 일을 해나갈 때, 사람들에게 더 올바른 정보를 주고 싶은 마음이 있었습니다. 상대에 대한 관심은 대상에 대한 이해로 이어지고, 이는 문제의 발견과 해결로 다시 발전됩니다. 개발도상국이 단순히 ‘못 사는 나라’로 인식했을 때와 ‘빈부 격차가 매우 큰 나라’로 인식했을 때, 대상에 대한 이해와 문제를 인식하는 방식과 해결책은 그 모양이 달라집니다. 그 모양은 더 긍정적일 것이라 기대합니다. 팩트풀니스에서 말하는 관점으로 세상을 이해하는 방식이 ‘올바른 이해’에 가깝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물론, 특별한 신념과 가치를 묻어두자는 이야기는 아닙니다.





 책 내용은 크게 열한 장으로 구성되어 있습니다. 현재는 책을 크게 한번 훑어본 상태입니다. 하고 싶은 더 많은 이야기들이 있지만, 책을 읽어가는 과정 가운데에 더 이야기를 해볼 생각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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