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우리 Aug 17. 2017

아프리카의 보이지 않는 문제

영양과 교육

 미디어가 보여주는 아프리카의 문제들이 있다. 그중, 가장 많이 보여주는 두 가지가 먹지 못해 깡마른 아이들, 학교를 가지 못하는 아이들이다. 그 문제들을 간단하게 말하면, 영양과 교육이다.


 배고픔을 해결하면, 학교를 보내면 이 문제가 해결될 것인가? 겉으로 보이는 문제를 들춰보면, 보이지 않던 문제들이 숨어있다. 또한 이 영양과 교육이라는 문제는 아이들의 것만이 아니다. 국가의 미래인 아이들이 성장하면 어른이 되고, 그 어른들이 곧 국가의 현재가 된다. 현재 해결하지 못한 문제는 아이들과 함께 성장하여 국가의 미래에까지도 남아있는 것이다.

 영양에 대해 먼저 생각해보자. 사실, 마다가스카르에서 뼈만 앙상하도록 깡마른 아이, 어른들을 본 적은 없다. 다른 아프리카의 나라나 아시아권의 저개발국가도 방문해 보았지만, 역시나 그런 아이들을 보지 못했다. 오히려 통통해서 귀엽다고 생각되는 아이들이 많다. 주변에 저개발국가를 방문한 이들에게 물어본다면, 비슷한 답을 들을 것이다. 뼈만 남은 아이들은 영양이 부족한 탓도 있겠지만 그런 증상이 나타나는 병에 걸린 탓이 크다. 많은 아이들에게 영양이 부족한 것은 사실이지만, 그 아이들이 전부 깡마른 증상이 나타나는 병에 걸린 것은 아니다. 아이들의 영양부족은 겉으로는 잘 드러나지 않는다. 오히려, 그런 아이들이 맞이할 미래인 어른들을 보면 비만으로 보이는 사람들을 많이 보게 된다. 

 현재, 많은 아프리카 지역에는 급격한 도시화가 이루어졌다. 하지만, 그곳에 사는 사람들은 여전히 가난하다. 이런 사람들이 먹을 수 있는 음식은 값이 싸고 칼로리가 높은 이른바 '정크푸드'가 될 수밖에 없다. 우리가 상상하는 유명한 패스트푸드점이 아니더라도, 싼 값에 사거나 해서 먹을 수 있는 음식은 대부분이 기름에 튀기거나 볶아서 칼로리를 높인 것들이 대부분이다. 영양은 결핍되지만, 열량은 과잉이 되는 상황인 것이다.

 아이가 뱃속에 생길 때부터 1000일간의 영양상태가 그 이후의 성장과 면역력에 큰 영향을 끼친다고 한다. 영유아기는 골격과 장기와 머리 등의 모든 부분이 성장할 때이다. 어릴 때부터 정크푸드를 먹으면, 몸과 머리가 성장하는데 필요한 영양은 부족한데 열량은 과잉되어 살이 찌는 아이러니한 상황이 발생하는 것이다. 그렇게 아이들은 어른이 되고, 부모가 되어 영양과 열량의 불균형은 이어진다. 특별한 건강식품이 필요한 것은 아니다. 성장에 필요한 최소한의 영양을 채우는 인식과 그 수단이 필요하다.  

 이제 교육에 대해, 특별히 학교를 통한 교육에 대해 생각해 보자. 학교에 가지 못하는 이유는 여러 가지가 있다. 학교가 없고, 학교가 있어도 돈이 없다. 학교도 있고 학비가 있어도 학교를 다니는 것이 중요하다는 인식 자체가 부족하기도 하다. 저렴한 학비의 공립학교들도 많지만, 그들 중에는 제대로 된 교육이 이뤄지지 않는 학교가 많다. 어떤 한국인이 마다가스카르의 시골에 해당하는 곳에 일이 있어 내려갔는데, 학교 교사라는 사람이 갑자기 찾아와서는 자기를 데려가서 가르뎅(경비원)이라도 시켜달라며 사정사정했다는 이야기를 들은 적이 있다. 교사의 월급이 너무 적고, 그것조차 장기간 받지 못했다는 것이다. 그런 교사들은 수업시간에 나오지도 않고, 다른 일을 구하러 다닌다.

 몇몇 TV 프로그램에서 아프리카를 위한 모금이 진행되어 번듯한 학교가 건설되기도 한다. 그런데, 건물이 완성된지 몇 년이 지난 시점에서 보면 그 학교는 운영되지 않고 빈 건물만 남아있는 사례를 볼 수 있었다. 눈에 보이는 건물을 짓는 것에는 사람들이 돈과 정성을 쏟지만, 이후 정말 중요한 운영에 대해서는 관심을 갖지 않기 때문일 것이다.


 마다가스카르에서 만난 소녀들이 기억난다. 몸은 이미 다 성장하여 어른이 된, 흙바닥 중 어린아이들 가운데에 앉아있던 소녀들. 그들은 학교에 가지 않고, 동생들을 돌보며 하루를 보낸다. 이변이 없는 이상, 몇 년이 지나지 않아 소녀들은 엄마가 될 것이다. 소녀들이 낳은 아이들은 엄마와 같은 삶을 살게 될 가능성이 크다. 이 소녀들을 보며 여러 가지 생각을 했다. 이들에게 교육이 필요한 것이 맞는가? 그렇다면, 어떠한 교육이 필요한가? 영어, 수학을 열심히 가르쳐서 의사나 변호사의 꿈을 꾸게 하는 교육이 필요한 것일까? 그것이 그들을 위한 것일까? 누구나 태어나면 시간이 흐르고, 쌓인 시간만큼 몸과 마음이 성장한다. 소녀들에게 필요한 교육은, 그저 그 성장함에 맞추어 그들의 존엄함을 알고, 다음을 준비할 수 있도록 돕는 과정 그 자체일지 모른다. 나의 학창 시절, 아무런 감사 없이 불평으로만 지냈던 교육의 시간들이 나와 내 친구들을 보호해주는 울타리 역할도 했겠구나 하는 생각이 든다.


 영양과 교육, 그나마 내 눈에 조금이나마 보였던 것들에 대해서만 이야기해 보았다. 이것들 외에도 보이는 문제들, 그리고 그 뒤에 숨어 얽힌 문제들은 수없이 많다. 우리나라는 위의 두 문제에 관해서는 아프리카보다 훨씬 나은 상황에 있는 듯하다. 최소한의 영양은 기본이고, 영양적으로 균형 잡힌 식단이 중요함을 대중적으로 이미 인지하고 있으며, 그것을 충분히 섭취하도록 건강보조식품까지도 많이 챙겨 먹는다. 교육의 측면도 비슷하다. 현세대의 모든 학생들이 제도적으로 교육받을 권리를 보장받고 있다. 선택적으로 학원을 가고 방과 후 교실에 참여하기도 한다. 우리나라는 이제 영양이나 교육이나 부족한 것을 채우는 수준을 넘어 더 좋은 것을 정부차원이나 개인차원에서 제공하고 또한 제공받기 위한 노력을 하는 단계이다. 물론, 노력이 과함으로 이어져 또 다른 문제가 나타나기도 하지만 말이다.

 이제 다시 아프리카의 상황으로 돌아가 보자. 우리가 그들을 위해 할 수 있는 것이 지금 우리가 누리고 추구하는 혁신적이고 대단한 형태의 것일지라도, 그들이 당장 필요한 것은 그저 기본적인 것일 수 있다. 우리가 생각할 때에 최상의 것을 줄 수 있더라도, 그들이 원하는 것은 최소한의 것일 수 있다. 꼭 필요한 것, 최소한의 이상으로 살아갈 수 있도록 돕는 것, 그것이 눈에 잘 보이지 않지만 꼭 함께 해결해야 할 문제이다. 문제를 내가 아닌 그들의 입장에서, 더 나아가 그들과 나를 더한 우리의 입장에서 해결하고자 의지를 갖고 노력하는 사람이 결국 이 문제에 접근하는 사람이 된다. 이 문제들을 발견하는 사람은 생각보다 많지 않다. 그리고, 그 사람이 바로 문제를 해결할 사람이다.

작가의 이전글 아프리카의 가난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