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시 시작하는 나의 글쓰기.
오랜만에 브런치에 접속했다. 사실 오랜만은 아니다. 브런치 작가가 된 이후로 꾸준히 쓰겠다는 여러 번의 다짐을 했지만 이런저런 이유와 핑계들로 실행에 옮기지는 못했다. 마음 한 켠에 '써야지, 써야지, 써야 되는데...'라는 마음은 계속 들었지만 쓰기 싫었던 것인지 쓰기 두려웠던 것인지 제대로 접속되는지만 확인하고 바로 로그아웃을 했다. 아마 브런치 작가로서 활동을 꽤 오랫동안 안 하면 선정된 작가에서 짤리지(?) 않을까 라는 걱정이 들었던 것 같다. 그런데 접속이 되면 '다행이다..언젠가 쓰고 싶은 마음이 생기면 써야지'라는 안도감에 다시 미루고 미루고 그렇게 7개월이 흘렀다.
아내는 작년에 블로그 수업을 들었지만 꾸준하게 글을 올리지 않았다. 하지만 최근 들어 블로그에 꾸준히 글을 올리고 있다. 이유는 나와 약속을 했기 때문이다. 매주 3개씩 꾸준하게 3개월 동안 블로그에 글을 올리면 내가 아내에게 아이맥을 사주기로 계약(?), 약속(?)을 했던 것이다.
'왜 그랬을까..?' 말을 내뱉으면 끝인데 내가 그 당시 무슨 생각을 해서 그런 조건을 걸었는지 잘 모르겠다. 곰곰이 생각해 보면 이유가 없는 것은 아니다. 아내는 블로그 수업을 들었지만 수업을 들을 때만 열심히 블로그를 올렸다. 하지만 수업이 모두 끝나버리면 블로그 올리는 유효기한도 같이 끝나버렸다. '블로그 안 써? 돈 주고 배웠는데 왜 안 써? 여보 글 재주도 있다는데 계속 써보지 그래?'처럼 항상 아내에게 쓰기를 강요하거나 꾸준히 써보라고 권유를 했다. '평안 감사도 저 싫으면 그만'이라고 이런저런 조건을 걸어보기도 하고 아주 긍정적인 미래와 비전을 제시하면서 타일러도 봤지만 아내는 늘 들은 척도 하지 않았다. 그런데 본인이 갖고 싶었던 아이맥을 내가 미끼로 던지니 아내는 기회를 놓치지 않고 덥석 물었던 것이다. 역시 나의 아내답다.
조건을 걸고 상호 간의 구두 계약이 성립된 이후 아내는 정말 꾸준하게 블로그를 올리고 있다. 조건은 주에 3개인데 어떨 때는 주에 4 ~ 5개도 올린다. 역시 사람의 집념은 대단하다는 것을 느끼면서 나를 돌아봤다. 첫 책을 출간한 이후 꾸준하게 글을 써서 죽을 때까지 10권 이상의 책을 내겠다고 다짐한 나는 정작 아무것도 하지 않고 있었다. '이러면 안 되겠다'는 생각이 갑자기 들었다. 그래서 아내에게 갔다.
"여보! 나도 앞으로 주에 2개씩 브런치를 올릴 건데 나도 뭐 해줘?"
아내는 이미 답을 알고 있는 듯이 나를 쳐다보며 얘기했다.
"뭐가 갖고 싶은데?"
"음..."
"당신은 갖고 싶은 게 없잖아"
정답. 나는 사실 갖고 싶은 것이 거의 없다. 있어도 정말 아주 가끔, 가뭄에 콩 나듯이 생길 정도로 잘 없다. 나의 이런 모습을 잘 알고 있는 아내는 이미 내가 답을 못할 것이라 것을 알고 있었다. 한참을 아내 앞에서 무엇을 사달라고 할까 고민을 하다가 포기하고 PC 앞에 앉아서 브런치에 접속했다. 그리고 지금 이렇게 글을 써 내려가고 있다.
어떤 조건을 걸어야지만, 갖고 싶은 것을 갖기 위해 글을 쓴다고 하면 다른 작가들이 비웃거나 작가로서 적합하지 않은 자세라고 이야기를 할 수도 있지만 '오죽하면 그럴까'라고 너그럽게 이해주기를 부탁한다. 글쓰기의 습관을 다시 만들고 싶고 올해는 아니더라도 내년에 두 번째 책이 출간되기를 목표로 나만의 패턴을 만들기 위함이라는 점을 꼭 기억해 줬으면 좋겠다.
나의 첫 책 《선택과 결정은 타이밍이다》에서 작심삼일도 10번을 하면 한 달이라고 했다. 비록 이 글 이후로 또 언제 다음 글이 올라올지 장담할 수 없으나 포기하지 않고 생각날 때마다 짧게 또는 길게 나의 생각들을 글로 표현하다 보면 그것이 누군가의 생각에 공감이 되고 마음에 울림을 줄 것이라고 확신하다. 그래서 많은 책쓰기 책에서 '꾸준히'를 강조한 것 같다. 그 말을 마음속에 다시 한 번 되새기며 나는 앞으로 다양한 주제로 나만의 글을 써보려고 한다.
앞서 7개월이라는 공백 기간을 잠깐 언급했다. 나에게 작년 6월 이후의 삶은 새로운 도전의 시기였다. 첫 번째 도전은 나는 아내와 함께 서울의 삶을 정리하고 거제도로 귀촌을 했다. 귀농을 목표로 내려는 왔지만 아직 현실적인 문제가 있어서 바로 농사를 시작하지는 않았다.
두 번째 도전은 집에서 일할 수 있는 직장으로 이직을 했다. 좋은 대표님을 만났고 코로나19에 대한 제한이 많이 완화가 되어도 꾸준히 재택근무를 하는 회사로 옮겼다. 업무 시간과 장소의 제약이 해결되면서 나의 시간을 온전히 나에게 맞춰서 활용할 수 있게 됐다. 업무도 이전부터 하던 일은 한 조직의 HR업무였다면 지금은 특정 한 조직의 HR관련 업무를 하는 것이 아니라 다양한 기업과 기관에 새로운 HR제도를 컨설팅해 주고 고객사에서 원하는 교육과정이나 제도를 기획 / 설계 / 매칭 / 운영하는 일을 하면서 기존 HR영역에서 조금 더 영역이 확대가 되었다.
나름대로 큰 변화를 7개월이라는 기간 동안 경험했기 때문에 앞으로 나의 글은 나의 일상과 삶에 대한 이야기부터 기존에 쓰다가 중단된 나를 찾아가는 100가지 질문에 대한 이야기로 채워보려고 한다. 귀촌을 하고 싶은데 용기가 안 났던 분, 거제도의 삶이 궁금한 분, 젊은 부부가 거제도에서 어떻게 사는지 궁금한 분, HR 컨설턴트의 업무가 궁금한 분, HR업무 영역을 확대하고 싶은 분 등 다양한 독자들에게 나와 나의 아내 경험이 작은 도움이 되기를 바라는 마음으로 다시 글쓰기를 시작해보려고 한다.
오랜만에 업무적인 글이 아니고 온전히 나의 경험과 감정, 생각을 바탕으로 글을 써서 조금은 어색하지만 꾸준함의 힘을 믿고 다시 시작한다. 기대해 달라는 말 대신에 어떻게 나의 글을 찾았는지는 잘 모르지만 찾아서 읽고 라이킷을 눌러주신 독자 분들과 작가님들께 감사의 말을 전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