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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언제나 미술관 Nov 01. 2020

아들과 제주도 자전거 타기

2019년 11월 1일 

아들녀석이 다니는 초등학교는 혁신학교로 봄, 가을 방학이 있는데 초등 6년의 가을방학 동안 5번은 제주에 왔던 것 같다. 작년에는 한라산을 하루 짧게 다녀왔는데 너덜너덜해져서 하산한 후, 수직이 아닌 수평으로 돌면 나을까 싶어 이번 가을방학엔 자전거 종주를 계획했다. 그러나 자전거종주가 한라산 등반보다 쉬운 것은 아니었다. 하루면 끝났던 고생을 3박 4일을 해야한다고 할까.



제주도 자전거 도로는 240km. 하루에 80km를 가야하는데 첫날은 녀석이 새벽에 공항에서 삼각김밥을 먹고 체하여 컨디션을 회복하고 출발하니 60km밖에 가지 못했다. 둘이 어느 정도 갈 수 있을지 가늠할 수 없어 숙소를 잡지 않았는데 5시가 넘으니 해가 빠르게 지면서 온도도 내려가고 야간 주행도 쉽지 않았다. 간신히 고산의 펜션에서 하루를 묵고 다음날은 모슬포를 지나 중문으로 가는데 차로 지날 때는 평지라고 생각했던 길들이 왜그리 오르막이 많은지 정말 울고 싶었다. 짐은 알아서 옮기는 서비스를 이용하려고 했는데 자전거 가게의 사장님께서 짐받이에 달고 가도 충분하다고 하여 매달았으나 이것도 초보에겐 쉽지 않았다.



포스팅 사진은 녀석이 기분 좋을 때만 담았다. 실제로는 오르막도 제대로 못오르는 나이든 엄마와 사춘기 소년과의 티격태격이 연속이었으나 아름다운 기억만 남기련다. 이 녀석과 이렇게 움직이기 위해서 국립현대미술관 미술관 교육 심포지엄의 연사들과의 저녁 만찬도 우아하게 사양했고, 팬심으로 남산골에서 뵙고 싶었던 분의 강의도 예약을 취소했으며 무엇보다 마무리해야하는 논문작성도 잠시 미루었다. 하지만 이 시간이 휴직 중 가장 중요한, 인생에서 가장 필요한 시간이라고 믿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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