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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안블루 Jan 08. 2024

조율 한번 해 주세요

제2화 소매틱 테라피, 몸으로 마음을 고치다는 것

<조율 한번 해 주세요>에는 소매틱 치료(Somatic Therapy)라는 치료법이 등장한다. 일반인들에게는 잘 알려지지 않은 심리치료법이다. 소매틱 테라피를 전문적으로 소개하는 것이 이 글의 목적은 아니지만, 나는 이 낯선 치료법이 필요한 사람들에게 전달되는데 이 글이 사용되는 것을 진심으로 환영한다. 정신과 심리치료실에서 다양한 신경증으로 고통받는 환자들을 치료하고 있는 나는 기존의 심리상담 방법 외에 소매틱 치료를 병행해서 사용한 이후로 그 이전보다 훨씬 더 안정적이고 효과적인 치료를 할 수 있게 되었다. 소매틱 치료 기존 심리상담으로 해내지 못하는 것을 해낼 수 있다고 믿는다. 그 믿음으로 이 글을 시작하게 되었다.


이 글의 주요한 목적은 사람의 마음을 고치는데 심리적 방법을 쓰는 데 있어 다양한 길이 있다는 것을 알리기 위해서이다.  심리치료나 상담의 영역이 한 사람의 심리를 분석적으로 정리하여 문제를 발견하고 수정하는 것만이 다가 아니라는 것을 알리고 싶다. 심리상담실에 가면 자신을 바꾸려고 할 것이 싫어서 안간다는 분들을 본다. 이런 분들을 위해서도 소매틱 치료는 도움이 될 수 있다. 마음을 분석하고 문제를 명료화해서 마음을 고치는 법이 효과를 볼 수 있기는 하지만, 꼭 그렇게만 해야 하는 것은 아니다. 그 외에도 마음을 고치는 법이 있다.


어떤 방법은 치료 과정 중에 발생하는 심리적 고통감이 문제가 되기도 한다. 심리상담사가 되는 수련 과정 중에서 오랫동안 심리상담을 받았던 나는 마치 '외과수술'을 받는 것 같은 고통감을 느낀 적이 있다. 상담이 잘못되었다기보다는 나라는 사람이 심리상담을 받으면서 느꼈던 주관적 경험이다. 이렇게까지 느끼는 것을 심리적 성격구조가 취약하기 때문이라고 세련되게 말할 수 있다. 쉬운 말로 하자면 마음이 약하다는 말이다. 그런데 이런 식의 원인을 찾는 것이 마음을 고치는 데는 별로 도움이 되지 않는다. 오히려 내가 부족하고 결함이 있다고 지각되어 자존감에 손상을 끼칠 수 있다.  소매틱 심리치료는 이런 부분에서 상당히 완충적인 특성이 있다. 평가하지 않고 인정하고, 분석하지 않고 알아차리는 태도를 중시여기기 때문이다.  


소매틱(somatic) 치료는 '몸'의 움직임과 감각을 적극적으로 활용하는 심리치료법이다. 소매틱이라는 단어는 신체 또는 몸이라는 뜻을 가지고 있다.  그래서 몸에 집중하는 춤, 요가, 명상 등의 영역에서도  '소매틱'이라는 표현을 많이 쓰고 있는데, 이런 경우 사용하는 소매틱은 일반명사이다. 반면, 내가 <조율 한번 해 봅시다>에서 쓰게 될 '소매틱'은 고유명사로 피터레빈의 SE심리치료와  펫 옥든의 신체감각치료 등을 염두에 두고 쓰는, 심리학, 신경과학, 생물학 등의 과학적이고 실증적인 이론을 바탕으로 발달하고 있는 심리치료법임을 밝힌다.


몸의 감각과 움직임에 집중하는 것이 심리치료와 상담의 영역에서 아주 새로운 것은 아니다. 그동안에도 상담실에서 내담자가 보여주는 비언어적 메시지의 중요성은 다양한 치료 이론법들을 망라해서 그 중요성이 꾸준히 언급됐다. 소매틱 치료에서의 차별점이 있다면, 기존의 치료법에서는 치료 과정 중에서 내담자와 치료자 사이의 이야기 중심으로 하고 비언어적 메시지를 부차적으로 다루었다면, 소매틱 치료에서는 이 점에서 힘의 균형이 완전히 바뀐다는 것이다. 소매틱 치료에서는 몸의 감각과 움직임을 중심으로 다루고 치료 과정에서 만들어지는 이야기는 부수적으로 다룬다.  이야기를 다루지 않는다는 것은 아니다. 하지만 분명히 덜 중요하게 다루어지고,기억을 서사로 풀어내어 이야기로 만들기를 필수적으로 보지 않는다.


이렇게만 설명해서는 소매틱 심리치료를 이해하기가 어렵다. 그래서 나는 소매틱 심리치료법으로 마음을 고치는 한 내담자와의 여정을 소개하려고 한다.  내담자  개인정보 보호를 위하여 개인을 식별할 수 있는 모든 정보를 수정하였다. 몸으로 마음을 고치는 신비하고 아름다운 경험을 공개하기로 결정해 준 내담자에게 깊은 감사를 드린다. 제3화에서부터는 이 치료 과정을 연재한다.


앞에서도 밝힌 바 있지만 이 글을 쓰는 목적은 소매틱 심리치료를 전문적으로 소개하는 데 있지 않다. 소매틱 심리치료를 전문적으로 알고 싶은 분들이라면 다음 도서들을 참고하기 바란다.


Peter Levine

『무언의 목소리』, 박영스토리, 2020

『트라우마와 기억』, 학지사, 2019

『내 안의 트라우마 치유하기』, 소울메이트, 2016 


Pat Ogden

『감각운동 심리치료』, 하나의학사 2021

『트라우마와 몸』, 학지사 2019



마음을 고치는 작가 안블루

정신건강의학과 조이의원 협력센터인 심리상담센터 위드제이에서 수석상담사로 근무하며 정서장애, 불안장애, 외상후스트레스 장애 환자들을 치료하고 있다. 심리치유 에세이 <조율 한 번 해주세요>를 통해서 아직은 일반인들에게 생소한 마음의 조율 기능을 회복시키는 치료과정을 브런치에 연재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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