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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칸나의 그림책방 Aug 13. 2018

아르코 미술관

신미경 조각전 : 사라지고도 존재하는


아르코미술관


입추가 지났음에도, 무더위가 기승을 부리고 있습니다. 이번 여름은 정말 가혹하게 덥네요. 펄펄 끓는 더위에도 하늘은 가을 하늘처럼 맑고 푸르릅니다. 멋진 구름이 가득한 8월의 주말. 오랜만에 전시를 감상하고 왔어요.  아르코 미술관에서 진행하고 있는 신미경 작가의 조각전을 소개합니다. 


 아르코 미술관은 대학로에 있어요.  마로니에 공원으로 들어가면 바로 보이는 빨간 건물이 바로 아르코 예술극장, 그리고 미술관 건물입니다. 건물 자체가 굉장히 분위기 있고 고풍스럽죠. 교회 같은 느낌도 들고요. 4호선 혜화역 2번 출구로 나오시면 금방 찾아가실 수 있답니다. 



대학로는 그 특유의 북적대면서도 차분한 분위기가 있죠. 홍대나 강남처럼 정신없지 않아서 연극이나 전시를 관람하기에 더욱 좋은 것 같아요. 개인적으로는 재수생 시절의 고독을 달래준 동네이기도 해서, 대학로를 방문할 때마다 참 반가운 기분이 들어요. 



작가 신미경


  조각가 신미경 씨는 한국과 영국에서 활발히 활동하고 있는 작가입니다. 아르코 미술관에서 선정한 '올해 중진 작가전' 초대작가로 선정되었다고 하네요. 

 이력을 보니 굉장히 화려합니다. 국내 성곡미술관, 몽인 아트 센 테, 국제갤러리, 스페이스 K에서 개인전을 개최하였고, 중국 상하이의 학고재, 영국 런던의 헌치오브베니슨 갤러리, 벨톤 하우스 그리고 영국 국립 공예디자인 박물관과 대영박물관에서 진행한 다수의 프로젝트에 참여한 하기도 했고요. 2013년 국립현대미술관 '올해의 작가상'4인에 선정된 작가 이기도 합니다.

 신미경 작가는 비누라는 재료를 사용해서 그리스, 로마의 조각상을 비롯해 아시아의 불상과 도자기까지 다양한 문화적 생산물들을 재현 해왔다고 합니다.  이러한 다양한 문화적 생산물들을 비누라는 닳고 마모되는 재료와 연결 지어, 예술적 실천으로 재 맥락 화하는 작업들을 하고 있다고 하네요. 현대 미술답게, 작업의 맥락을 파악하기가 조금 어렵죠?


 





<사라지고도 존재하는 >


 

이번 전시는 신미경 작가의 국내 미발표작과 신규 프로젝트로 구성되었다고 합니다. 또한 비누라는 '재료'의 특성을 넘어서서 작업의 내용적 토대가 갖는 무게감이 드러날 수 있도록 기획되었다고 하는데요. 이제 본격적으로 작품 감상에 들어가 봅니다. 


  이번 전시는 디피된 작품에 제목이나 설명을 붙여놓지 않아서, 그냥 둘러보다 보면 이게 방향을 잃게 되기도 해요. 들어가는 입구에 작은 책자로 만들어진 팸플릿이 있는데, 이 팸플릿을 보면서 관람하시면 그냥 쭉 둘러보시는 것보다, 전시에 대한 이해도가 높아질 거라 생각해요. 사실 저도 순서대로 보지 않아서 작품명을 모르는 채로 봤거든요. 책자에는 작품의 위치마다 번호를 달아서 제목을 써놓았습니다. 


  


1층 전시장에 들어가는 순간. 향긋한 비누냄새가 가득합니다. 미술관이라는 공간이 원래 쾌적하긴 하지만, 이렇게 향기 나는 전시는 처음이었던 것 같아요. 후각적으로 자극이 되서인지, 작품에 대한 호감도가 상승합니다.

(작품명을 달지 못한 점, 죄송합니다. 혹시 틀리게 달까 봐 겁나네요.)


비누 벽돌로 쌓아 올린 '건축 프로젝트'  규모가 당시 큽니다. 저 비누 건물 속에도 여러 가지 작은 조각들이 들어가 있어요. 



 2층으로 이어지는 전시에서는 신미경 작가가 2000년 초부터 진행한 '번역 시리즈' 작품들이 전시되어 있습니다. 이 전시실에서는 고대 인체 조각상을 비누로 재현하거나, 일명 중국식 도자기라 불리는 장식적인 도자기들을 볼 수 있어요. 같은 문화적 산물이 다른 공간(한국과 영국)에 놓임에 따라 다르게 인식되는, 서로 다른 문화 간의 인식의 차이를 말하고 싶었다는 작업. 과연 2018년 서울에서는 어떻게 인식될까요?




감탄이 절로 나오는 대형 작품들. 어떤 의도로 전시했던지간에, 일단 보기에 완성도가 높은 이러한 작품들은 보기만 해도 감탄이 터져 나오네요. 비누 이런 도자기의 형태나 질감을, 이렇게 멋지게 표현했다니. 한국사람에게는 당연히 익숙한. 동양적인 도자기들. 모두 비누로 만들었다는 점에서는 또, 새롭죠.



고대 그리스, 로마의 조각상들 역시 비누로 표현되어있습니다. 작은 불상들도 눈에 띄네요. 화실에서는 항상 마주하는 조각상이지만, 이 아이들은 얼굴이 상당히 마모되었군요. 


2 전시실의 전시를 다 관람하고 나면, 이어지는 전시는 3층 아카이브에 있습니다. 이곳에는 작가의 인터뷰 영상과 각종 문서자료를 확인할 수 있는데요.  아카이브 자료들을 다 보고 나서, 화장실에서 직접 비누 조각상을 손을 씻어 보는 것으로 전시는 마무리됩니다. 


직접 머리통을 쓰다듬어보며 전시를 손으로도 체험해 봅니다. 상당히 새롭고, 또 재미도 있네요. 신미경 작가는 조각이 지닌 권위와 견고함을 탈피하고자 유약한 소재인 비누를 이용해, 정통 조각품들을 재현 아는 작업을 해왔다고 합니다. 20년간 이러한 작업을 하면서 여러 시리즈를 제작하였고, 화장실에서 비누로 손을 씻어보는 체험 역시 하나의 프로젝트에 속한다고 해요. 

오래간만에 전시회 산책에 들뜬 하루였어요. 시각을 기반으로 하는 미술전시에, 향기까지 더해지니 훨씬 더 풍부하게 감상한 것 같은 느낌도 듭니다. 다만 도슨트나, 작품 해설 등이 조금 더 친절했다면 어떗을까 하는 아쉬움은 드네요.  신미경 작가의 이번 전시는 2018.09.09 일요일까지, 아르코 미술관에서 진행됩니다. 관람료는 무료이지만, 관람인원을 체크하기 위해 티켓은 발표하시고 들어가셔야 한다고 해요. 아침저녁으로 선선한 바람도 불어오니. 멋진 조각이 있는 전시. 어떠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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