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이퍼리얼리즘 그림책
이 책은 그림책 작가 김영진 씨의 작품으로, 2014년 길벗어린이 출판사에서 출간되었습니다. 제목부터 모든 워킹맘들의 마음을 뒤흔들어 놓는 이 책은, '하이퍼리얼리즘'으로 분류하고 싶을 정도로 사실적인 그림과, 또 사실적인 일상을 적나라하게 보여줍니다. 첫 장을 여는 순간. '우리 집을 그림으로 그려 놓은 건가?!'하는 생각과 함께. 너무나도 익숙한 그 아침 풍경 속으로 독자들은 무섭게 빨려 들어갑니다.
월요일 아침. 워킹맘 엄마와, 유치원생 은비의 하루가 시작됩니다. 밥을 먹고, 양치를 하는 일상이 아침에는 정신없이 바쁘기만 하죠. 엄마가 서둘러도 은비는 아침부터 늑장을 피웁니다. 엄마와 떨어지고 싶지 않기 때문인데요. 은비를 유치원에 데려다준 엄마는 만 원 출근길에 오르고, 이제 직장인으로서의 하루를 시작합니다. 각자의 공간에서 보내는 하루. 엄마와 은비는 서로 어떤 일상을 보내게 될까요?
엄마의 하루와 은비의 하루를 교차해서 보여주는 형식으로 책은 전개됩니다. 은비가 유치원에서 수업을 하는 동안, 엄마는 회사에서 회의를 합니다. 많은 사람들 앞에서 회의를 진행하는 멋진 엄마의 모습. 하지만 엄마 마음 한편에는 은비가 있습니다. 언제나요. 둘은 다른 공간에서 서로를 생각합니다. 유치원이 끝나고, 할머니와 함께 집에 온 은비. 엄마가 보고 싶지만, 이런저런 놀이를 하며 잘 기다립니다. 그리고 동시에 늦어지는 퇴근에 마음이 조급한 엄마가 보이네요. 일을 남겨두고 서둘러 집으로 향합니다.
띵동. 엄마가 드디어 집에 왔습니다. 감격스러운 두 모녀의 포옹!
은비는 궁금합니다. "엄마.. 엄마는 회사에서 내 생각해?"
여백이 없이 빽빽하게 채워진 사실적인 배경 묘사는, 마치 한 편의 다큐멘터리 영상을 보는 듯한 착각을 불러일으킵니다. 책을 덮을 때가 되면, 이 두 주인공의 현실에 가슴이 시려, '인간극장'을 본 듯한 여운이 남게 되기도 하지요. 외벌이로는 도저히 도시에서 살아가기 힘든 현실. 우리 사회는 엄마들이 슈퍼우먼이 되기를 강요하고. 엄마들은 자신을 채찍질해야만 합니다. 엄마와 직장인. 두 가지 역할을 씩씩하게 해내는 이 도시의 수많은 워킹맘들에게, 책은 응원의 메시지를 보내고 있는 것 같네요. '워킹맘이여 그대들은 위대하다!' 워킹맘! 그대들은 정말로, 정말로 , 위대합니다!
이 책은 엄마와 아이가 함께 일상을 공유하기에 좋은 책입니다. 한 페이지 한 페이지 책을 넘기며, 엄마는 아이에게 자신의 일상을 공유할 수 있지요.
'은비네 엄마처럼, 엄마도 오전에는 사무실에서 회의를 해','엄마는 오늘 점심에 샌드위치를 먹었어'. '그리고 일하고 밥을 먹는 하루종일, 네가 너무 보고싶었단다!'
사실 평상시에 아이들은 엄마의 일상을 상상하기가 힘듭니다. 그래서 때로는 그리움으로 그 자리를 채우기도 하지요. 때문에 아이에게 엄마가 무슨 일을 하는지. 그리고 무슨 일을 하든지 아이를 생각한다는 사실을 알려주는 것은 굉장히 중요합니다. 이러한 메시지를 받은 아이들은, 엄마가 보고 싶을 때마다 생각할 수 있습니다. " 우리 엄마는 지금 이런 일을 하고 있겠구나. 그리고 엄마도 역시 내가 보고 싶겠구나."
아이는 엄마의 부재 속에서도 엄마의 사랑을 느낄 수 있을 것입니다.
떨어져 지내야 하는 현실이 힘겹지만, 그래도 우리는 그렇게 성장합니다. 더욱 씩씩하고 더욱 강하게요.